한화생명 보험설계사노조 “시상식 축하 갔는데” vs 사측 “업무방해 고소”
-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김태은 지회장 - “마이크도 없이 현수막에 축하 문구밖에 없어…노조 조합원 조끼 입었다는 이유” - “가만히 있는 사람 긁어서 ‘노조 혐오’ 유발” - 한화생명, 본지에 입장 밝혀
[로리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김태은 지회장은 27일 “노동조합으로서 (시상식에 참가한) 조합원을 축하하려 했지만, 되려 업무방해로 고소를 당했다”며 “7월부터 3개월째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한화생명노동조합)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앞에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노조활동 탄압 중단 및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5월 17일 회사에서 개최한 ‘제40회 연도대상 시상식’에 노조 조합원들이 찾아가 축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김태은 지회장이 수상자인 조합원들에게 인사하러 들어간 것을 회사가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연도대회’는 한 해 동안 실적이 높고 우수한 업적을 낸 보험설계사들에게 상을 주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김태은 한화생명지회장은 “보험설계사 최초로 2021년 1월 노조를 설립하고 그때부터 천막 투쟁을 거쳐서 2022년 7월 기초 협약에 이르렀다”며 “하지만, 기초 협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사측은 두 번 다시 천막을 치지 않겠다는 것을 기초 협약의 문구에 넣어왔다”고 회사를 규탄했다.
김태은 지회장은 “우리는 이것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고 (한화생명이 있는) 63빌딩 로비를 점거했다”면서 “사측은 이때부터 노동조합 길들이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분개했다.
김태은 지회장은 “노조가 투쟁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교섭 중에는 두 번 다시 천막을 치지 않겠다는 문구를 노사 합의에서 신뢰 훼손을 하지 않겠다는 문구로 바꿨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노조가 기초 협약을 위반하고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은 지회장은 “2022년 팀장 해임 건부터 스토킹 건까지 우리는 회사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그때마다 피켓팅 집회를 하면 신뢰 훼손이고, 기초 협약이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며 “작년 설계사 수수료에 대해서 협의한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회사는 계속 노조활동표준규칙을 들고 와서 노조 활동을 할 때는 회사의 승인을 받으라는 말 같지도 않은 것을 들고 나왔다”고 성토했다.
김태은 한화생명지회장이 언급한 ‘스토킹 건’은 한화생명지회의 한 조합원이 남성 4명에게 미행을 당했고, 이 사건에 해당 조합원이 근무하던 지점의 지점장이 연루돼 검찰로 송치된 사건이다.
김태은 지회장은 “올해 초 스토킹 건으로 석 달 동안 피켓팅을 할 때도 교섭을 중단하고 신뢰를 위반했기 때문에 교섭할 수 없다고 해서 중앙노동위원회까지 다녀왔다”면서 “(사측은) 이런 식으로 우리가 움직이는 모든 것을 업무방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쪼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은 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서 중단됐었지만, 보험회사마다 1년에 한 번씩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 있다”며 “올해 5월, 6년 만에 처음으로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고, 당연히 노동조합으로서 조합원을 축하하고, 그래 마땅한 자리이기에 주차장에 들어갔지만, (사측으로부터) 업무방해로 고소당했다”고 밝혔다.
김태은 지회장은 “회사는 본인들이 주차장도 임대했으므로 고소했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주차장에 들어간 것이 고소까지 당할 일이냐”고 되물었다.
김태은 지회장은 “우리에게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집회 신고를 하고 마이크를 잡았겠지만, 집회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현수막에도 축하한다는 문구밖에 없다”면서 “다만 우리는 노조로서 조합원 조끼를 입고 갔을 뿐인데, 그 조끼에 ‘성실교섭촉구’라는 문구가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태은 한화생명지회장은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어디 갈 때 일일이 무슨 옷을 입을지 승인받고 다니는 것이 맞느냐”면서 “이것이 (사측에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따졌다.
김태은 지회장은 “(사측에서 노동조합을) 고소ㆍ고발을 하면서 교섭하면 과연 무슨 얘기가 진전되겠느냐”면서 “이에 강하게 항의하고 철회를 요청해 회사도 검토하겠다는 태도로 돌아갔지만,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서 서면으로 제출하면 고소ㆍ고발을 취소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태은 지회장은 “이것이 7월부터 지금까지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고, 우리는 사측이 말한대로 고소 따로, 교섭 따로 100번 양보해서 진행하자고 공문을 보냈지만, 똑같은 대답으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이 없으면 응하지 않겠다고 답해왔다”면서 “벌써 3개월 째, 우리는 그냥 있을 수 없어 이 자리에서 9월 첫날부터 피켓팅을 하고 있다”고 한화생명을 불성실 교섭태도를 비판했다.
김태은 한화생명지회장은 “우리는 노조가 생긴 이상, 회사가 노조와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이런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이번 교섭을 벌써 3년차 하고 있는데, 어느 노조가 3년째 단협을 하고 있는가? 이건 시간 끌기, 교섭 해태이며 바로 노조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김태은 한화생명지회장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업부방해와 관련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행사장이 아니라 (행사가 열린) 킨텍스 주차장에 들어간 것이며, 보안요원들이 끌어내려 하기에 주저앉은 것”이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제지했어야지 가만히 있는 사람을 긁어서, 행사에 참석한 다른 설계사들에게 ‘노조 혐오’를 일으키기 위해 꼬투리를 잡아 교묘하게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화생명지회 김갑선 조직국장은 “직장 동료가 좋은 일에 초대됐는데, 노조가 축하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이걸 꼬투리 잡아 영업방해라며 고소장을 날리는 사측이 어디에 있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노동조합 길들이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승현 사무금융노조 일반사무업종본부장, 오세중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장, 유흥희 비정규직이제그만 집행위원장, 교내 성폭력 공익제보자 지혜복 교사, 우분투재단, 강운규 사무금융노조 SGI신용정보지부장, 오홍석 사무금융노조 농협정보시스템지부장, 박은영 사무금융노조 라이나손해보험콜센터지부장 안상일 사무금융노조 KS넷지부장, 민주노총 김진억 서울본부장, 임종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트지회장,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한화생명 입장
“회사 권리구제 최후 수단으로 지회장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FP(설계사)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예정”
한편, 한화생명은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회사는 당사의 주요 연례행사인 연도대상 시상식이 방해받은 점에 대해 공문을 통해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등 시정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다”며 “그럼에도 지회장은 공문에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고 사과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회사는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지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현재 “경찰에서도 이번 건에 대해 업무방해로 보고 송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화생명은 “회사는 FP(보험설계사)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며, 노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