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열 변호사 “삼성전자, 협력업체 ‘아리셀’ 한번이라도 감시했나”

- 아리셀→에스코넥→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공급망…노동계 “협력업체 감시 의무” - “비상구조차 만들지 않고, 불법 파견 일삼는 회사가 만든 재료 사용하기 싫다”

2024-09-02     최창영 기자
왼쪽부터 이수열 민변 노동위 변호사, 권영국 정의당 대표, 김태윤 아리셀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 김계월 비정규직노동자의집 꿀잠 활동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이수열 변호사는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해 “협력업체를 감시할 의무가 있는 삼성전자는 (아리셀과 아리셀의 실질적 책임사인 에스코넥을) 단 한 번이라도 감시했는지 궁금하다”면서 “이제라도 감시ㆍ감독하고 거래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한노동세상,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등 41개 단체들은 8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본관 앞에서 “에스코넥-아리셀 참사, 삼성의 책임 촉구 2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스코넥-아리셀 참사, 삼성의 책임 촉구 2차 기자회견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배터리 생산업체 아리셀에서 배터리 폭발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8월 28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구속됐지만, 노동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박순관 대표는 아리셀뿐만 아니라 아리셀을 실질 지배(지분 96% 소유)하는 회사 에스코넥의 대표로, 에스코넥은 참사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단체들은 “에스코넥 총 매출 중 아리셀 비중은 1.6%에 불과하지만,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 납품 비중이 89.41%로 절대적”이라며 “삼성은 아리셀 화재 참사를 방조하지 말고, 삼성전자가 스스로 만든 준법경영 선언과 협력회사 행동규범을 위반한 에스코넥과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 에스코넥은 삼성전자 1차 협력사, 리튬 2차전지 삼성SDI 협력사”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특히 단체들은 “박순관 아리셀 및 에스코넥 대표는 삼성 출신으로, 에스코넥은 삼성전자에는 휴대폰 부품을, 삼성SDI에는 2차 배터리 부품을 납품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수열 민변 노동위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 노동부의 합동수사 결과를 보고 정말 황당함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우리가 고소ㆍ고발을 할 때는 최대한 아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다 집어넣고 수사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수사 결과를 보니 우리가 요구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촌평했다.

이수열 만변 노동위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

이수열 변호사는 “어떻게 이렇게 안전 조치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나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아리셀은 비리를 통해 시료를 바꿔치기하고, 그에 따라 무리한 납품 기한을 잡았다. 아리셀은 그 기한에 맞추기 위해 불법 파견을 하며 비숙련 노동자를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수열 변호사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비상구는 졸속으로 설치돼 있었고, 비상구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전지 트레이가 쌓여 있어서 나갈 수도 없었다”면서 “심지어 그 비상구가 제대로 관리됐었을지라도 비숙련 노동자였던 희생자들은 아이디 카드나 인식 지문조차 등록돼있지 않아서 세 개의 출입문을 지나갈 수 없어 비상구로 출입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수열 만변 노동위 변호사

이수열 변호사는 “아리셀 사고는 정말 총체적인 안전관리 체계의 붕괴에서 나온 인재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한 가지라도 갖춰졌으면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수열 변호사는 “박순관 대표가 지난 28일 구속되면서 에스코넥 대표이사직을 사직했다”면서 “박순관 대표는 아리셀의 문제가 에스코넥에까지 번지는 것을 걱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에스코넥은 참사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수열 변호사는 “에스코넥은 아리셀의 일개 전기사업부로 역할 해 왔다”면서 “에스코넥은 아리셀의 지분 96%를 가지고 있고, 홈페이지에는 아리셀이 에스코넥의 사업장으로 나와 있으며, 에스코넥은 아리셀이 만든 전지를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열 만변 노동위 변호사, 권영국 정의당 대표

이수열 변호사는 “이렇게 대표이사, 경영 책임자, 경영 판단 원칙이 동일하고, 아리셀이 에스코넥에 의해 결정된다면, 아리셀 사고의 실질적인 책임자는 에스코넥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실제로 에스코넥은 아리셀과 유사한 방식으로 불법 파견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열 변호사는 “이런 부분에 대해 협력업체를 감시할 의무가 있는 삼성전자는 단 한번이라도 감시했는지 궁금하다”면서 “몰랐다면, 이제라도 삼성전자는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순관 대표가 직접 서명한 에스코넥 준법실천 서약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버전 6.0, 2024년 3월 개정)”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과 같이 스스로 공급망 참여 및 책임 이행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5.12 공급망 참여 및 책임 이행’ 의무 강화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모든 협력회사는 자사와 관련 있는 공급업체, 계약자 등과 본 규범에서 지향하는 책임있는 기업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수립하고 관련 업체가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지원과 업체의 책임 이행을 감독하는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협력회사는 행동규범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 RBA 기준이나 삼성전자에서 제공하는 기준 등을 참고하여 해당 국가의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요 거래업체에 관한 실사 및 개선이행 관리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이행 책임을 충실히 지키지 않는 업체와의 거래 중단까지도 포함합니다.”

특히 이 내용은 올해 3월 개정된 것으로 삼성전자 스스로 “‘5.12 공급망 참여 및 책임 이행’ 의무 강화”라고 ‘내용 변경 이력’을 통해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 내용 중

삼성SDI의 “삼성SDI 파트너사 행동규범(2023년 10월 개정)”에서도 다음과 같이 파트너사(협력업체)의 준법경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파트너사는 본 규범을 준수해야 하며, 해당 공급업체에 조립, 부품, 원자재 및 포장 등을 제공하는 모든 하위 파트너사에도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삼성 SDI 또는 삼성 SDI 가 지정한 외부 기관은 파트너사가 본 규범을 준수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파트너사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본 규범을 준수해야 할 책임은 파트너사에게 있으며, 위반 사항에 대한 개선조치가 요청 기한 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삼성 SDI 의 파트너사로서 계속적 거래관계가 불가하다고 판단되어 계약이 해지될 수 있습니다.

본 규범은 RBA 행동규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ILO 및 ISO 등의 기관에서 제정한 글로벌 표준 및 가이드라인을 추가 정보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수열 변호사는 “돈에 미쳐서 사내 안전관리를 등한시하고 비상구조차 만들지 않고, 불법 파견을 일삼는 경영진이 만든 회사, 그리고 그런 회사가 만든 재료와 자재들을 나는 사용하기 싫다”면서 “이런 것을 삼성이 반드시 고려해 감시와 감독을 해야 했던 문제라고 생각하고, 안 했다면 이제라도 감시ㆍ감독하고 거래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수열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에스코넥ㆍ아리셀과) 거래를 중단하는 모습과 과정까지 민변 노동위에서 투쟁하면서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에스코넥-아리셀 참사, 삼성의 책임 촉구 2차 기자회견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김태윤 아리셀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활동가, 조영훈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사무국장, 이수열 민변 노동위 변호사, 김계월 비정규직노동자의집 ‘꿀잠’ 활동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금속노조 삼성SDI지회 조합원 등이 참석했다.

에스코넥-아리셀 참사, 삼성의 책임 촉구 2차 기자회견 이후 피켓팅 행진

이들은 기자회견 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부터 강남역 일대를 행진하며 피켓팅을 했다. 피켓팅 도중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삼성은 스스로 만든 준법경영 선언, 협력사 행동 규범을 따르라!”
“23명의 앗아간 아리셀-에스코넥 중대재해 참사에 삼성은 책임있게 행동하라!”
“삼성은 아리셀의 모기업, 에스코넥과의 협력업체 관계를 즉시 중단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