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나 변호사 “삼성전자, 한국가스공사 인권실사 의무 해태하면”
- “의무적 인권실사는 국제적 동향…법제화 흐름 피할 수 없어” - “의무적 인권실사 도입, ‘위험의 외주화’ 기업관행 개선” - “삼성전자, 베트남 2차 협력업체 메탄올 중독 사건에 책임 없단 태도” - “한국가스공사, 종속회사의 캐나다 선주민과 마찰에 관련 있어” - “한국옵티칼 사태, LG디스플레이ㆍ삼성디스플레이ㆍ애플 등 원청기업 직간접 관여”
[로리더] 김두나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21일 삼성전자의 베트남 2차 협력업체, 한국가스공사의 캐나다 가스 사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청산 과정에서 나타난 인권ㆍ환경 문제를 근거로 한국에도 ‘기업의 의무적 인권실사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태호ㆍ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대한변호사협회 ESG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Do No Harm, 인권환경 보호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미래”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에서도 활동하는 김두나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참여해 한국 기업이나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 사례를 살펴보면서 기업의 의무적 인권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권실사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기업이 기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했거나 발생할 수 있는 인권위험을 식별하고, 식별된 위험의 예방과 완화, 제거 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며,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어떠한 활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인권에 대한 상세한 주의절차다.
김두나 변호사는 “최근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이행에 관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자율규제보다 타율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타율규제의 핵심은 기업 활동에 대한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는 것인데, 인권실사의 의무화는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오랫동안 강조돼 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인심사가 경영 관행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를 법으로 강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의무적 인권실사의 중요한 내용은 기업이 자신의 활동뿐만 아니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ㆍ환경 침해에도 실사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직접 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하청업체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의 원인이나 동기를 제공했거나, 그런 상황으로부터 이익을 누리는 방식으로 기업 활동을 하는 관행을 고려해, 원청 기업의 사업 관행을 문제 삼는 것이 기업의 인권 침해를 개선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즉, 의무적 인권실사는 원청 기업에 공급망 관리 책임을 부여하면서 기업의 인권 침해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하려는 동향”이라며 “이런 국제적 동향에 비춰보면, 기업의 인권실사 이행 의무를 법으로 부여하는 흐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두나 변호사는 “특히, 한국 기업들에 의한 인권 침해가 국내 공급망에서 굉장히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볼 때, 의무적 인권실사 법제화는 한국 기업의 인권 침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협력업체 메탄올 중독 사고
김두나 변호사는 “2023년 2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2차 협력업체 HS테크에서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품을 만들던 노동자들이 작업 중 사용된 독성물질에 노출됐다”면서 “이 중 37명이 메탄올 중독 판정을 받았고, 다수가 의식을 잃거나 시력 상실 증상을 보였고, 그중 한 명은 시력 상실,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했다”고 전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이 사고는 다국적기업이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노동과 환경 관련 규제가 덜한 개발도상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인권환경침해 위험이 커지고 하청, 협력업체로 이전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초래하는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 사건 당시 공급망 상위 원청 기업인 삼성전자는 마치 이 사건에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그런데 삼성전자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베트남 법인의 협력사 공장에서 휴대전화 부품을 생산하기로 하는 정책을 채택했다는 점과 이러한 사업 방식으로 이득을 얻고 있다는 점, 원청기업으로서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 정책을 수립ㆍ실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삼성전자는 적어도 협력업체에서 이 사고가 발생하는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할 것”이라며 “즉,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인권환경침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한편 삼성전자에서는 2016년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면서 “국내 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휴대전화 부품 세척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메탄올에 중독돼 여러 명이 실명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삼성전자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 사업장을 비록한 협력업체에도 메탄올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가지 예시를 더 들었다.
김두나 변호사는 “그렇지만 베트남 협력사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 사고를 보면, 실제로는 협력사의 메탄올 사용을 제대로 통제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건은 위험의 외주화로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청기업의 공급망에 대한 인권실사를 강제하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공급망에 대한 의무적 인권실사는 위험을 외주화하는 사업 관행이 협력업체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의 원인이 되고, 따라서 원청 기업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예방이나 피해 구제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사업 관행을 개선해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만약 의무적 인권실사가 법제화된다면, 삼성전자는 의무적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인권실사를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앞으로는 더 이상 협력업체 관리를 형식적으로 방치할 수 없을 것이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자도 원청기업의 공급망 실사 의무를 근거로 삼성전자에 산업안전 대책 마련과 피해 구제에 대한 기여를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인권실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노동자 측이) 국가의 개입도 요구할 수 있으므로 삼성전자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를 방치할 수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가 투자한 캐나다 가스관 사업에서 발생한 선주민 권리 침해
또한 김두나 변호사는 한국가스공사의 예도 들었다.
김두나 변호사는 “한국가스공사는 공기업인데, 최근 캐나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과 천연가스 액화 플랜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한국가스공사는 100% 종속회사인 ‘Kogas Canada LNG Ltd.’에 지분 5%를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그런데 이 사업에서 건설하는 파이프라인 중 약 190km 길이의 구간이 캐나다 선주민(과거 ‘원주민’이라는 말이 널리 쓰였으나, ‘원주민’에 부정적 뉘앙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선주성 문제를 고려해 선주민으로 표기함) 웻수웨튼(Wet’suwet’en)의 영토를 통과하고 있고, 선주민들이 자신의 영토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또 중요한 전통 활동인 사냥이나 낚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산업 교통량이 증가해 생활상 위험이 발생하고, 중요한 고고학 및 문화유산이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선주민들은 파이프라인 건설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캐나다 경찰은 강제 진압으로 100명 넘게 체포하기도 했다”면서 “건설 공사를 주도하는 회사가 이 사업에 일부 동의하는 선주민들과만 계약을 체결하고, 여기에 반대하는 세습 족장들의 협의 요청은 거절했다”고 전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이 사건은 공공기관의 인권경영이 소극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문제를 보여주는 사안”이라면서 “공공기관의 인권경영은 2018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인권경영에 대한 항목이 포함되면서 사실상 의무화되긴 했고,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도 인권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역량 평가도 하는 등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두나 변호사는 “한국가스공사는 인권경영헌장을 통해 ‘사업활동 영위 지역에서 현지 주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고 천명하고 있다”면서 “이 인권경영 체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사업을 하면서 인권 침해가 예상되는 사업에는 인권 역량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특히 해외에서 이뤄지는 천연가스 사업은 경험적으로 봐도 선주민 권리 침해 문제와 환경 파괴 문제가 예측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인권 역량 평가의 필요성과 중대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그러나 한국가스공사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결정하면서 인권 역량 평가를 하지 않았고, 이후 여러 번 발생하고 있는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한국가스공사는 이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직접 선주민에 대해 인권 침해를 하는 것은 아니고,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가스공사는 공사의 사업으로 투자를 결정해 위 프로젝트를 가능케 했고, 위 투자로부터 이득을 얻는 방식으로 사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한국가스공사는 자신의 투자에 기초한 사업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두나 변호사는 “이 사안은 공공기관의 사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공공기관에 적극적인 인권 실사 이행을 강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현재 작동하는 공공기관의 인권경영 시스템이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있지만, 사실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행률도 낮다”고 지적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실태조사를 해보니 인권 역량 평가는 정말 위험이 큰 사업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평가가 용이하거나 품이 덜 드는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며 “이런 공공기관의 인권경영 현실을 비춰보면, 의무적 인권실사가 소극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공공기관 인권경영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산으로 인한 인권침해
이와 함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벌어지는 문제도 짚었다.
김두나 변호사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계 다국적 기업 니토덴코의 자회사”라며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공장을 재건하지 않고 그냥 해산을 결의해 버렸다”고 설명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청산에 항의하면서 공장을 재건하든지, 아니면 니토덴코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고용을 승계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결국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공장에 남아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전세자금 등을 가압류하고, 농성장에 단수 조치를 하는 등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이 사건은 다국적 기업이 사업 활동을 청산하거나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문제를 보여주고, 공급망 상위 기업인 다국적 기업들이 인권 침해에 어떤 방식으로 연루되는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김두나 변호사는 “기업은 상황에 따라 경영상 판단으로 청산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청산 과정에서 노동자나 지역사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업 중단을 결정할 때 노동자나 지역사회,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하고 논의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논의이자 규범”이라고 강조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그러나 한국옵티칼하이테크나 니토덴코가 보여준 청산 과정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를 예방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심각한 노동권과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면서 “그러나 이 사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모회사인 니토덴코뿐만 아니라 이들의 공급망 상위 기업이자 원청기업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애플 등도 청산 과정에 관여했다고 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LG디스플레이나 삼성디스플레이, 애플 등) 원청기업들은 니토덴코에게 굉장히 중요한 고객사들로, 니토덴코가 이들의 물량을 확보하고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청기업들의 직간접적인 용인 없이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청산 결정과 구미공장에서 생산되던 물량의 평택공장 이전 결정을 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즉, 원청기업들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청산 결정을 미리 알고, 직간접적으로 용인하는 방식으로 관여했고, 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와도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원청기업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두나 변호사는 “만약 의무적 인권실사가 법제화된다면,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당연히 인권실사를 해야 함은 물론이고, 이뿐만 아니라 상위 공급망 원청기업들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 대한 인권실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 세 사례를 근거로 김두나 변호사는 “의무적 인권실사 법제화는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를 다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하나의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리고 기업이 인권실사 이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게 구제를 제공하는 법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이며,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관행을 변화시키고,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정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자인 정태호ㆍ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참여했고, 사회는 황필규 변호사(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인인권법재단 공감)가 맡았다.
발제자로는 신유정 변호사(기업과인권네트워크, 법무법인 지향), 김두나 변호사(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가 참여했다.
지정토론자로는 이상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승재 변호사(서스틴베스트 부대표, 대한변협 ESG 특별위원회),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팀 팀장, 지현영 변호사(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