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한국옵티칼 사태 OECD 다국적 기업 책임 다해야”

-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니토덴코 인권침해에 동조한 LG디스플레이가 답하라” -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LG디스플레이 태도 고수하면 반노동에 직접 공모로 판단” - 이원재 금속노조 조직실장 “인권경영 얘기하는 LG, 니토덴코 노동자 해고에는 답 없어”

2024-08-20     최창영 기자
“LG디스플레이는 OECD 가이드라인 준수하라” 기자회견

[로리더]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0일 LG디스플레이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과 UN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을 준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는 LG디스플레이 측에 요구 서한을 전달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에서 “LG디스플레이는 OECD 가이드라인 준수하라”는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열고 LG디스플레이에 요구 서한을 전달했다.

금속노조는 요구 서한을 전달하면서 면담도 요청했으나, LG 측은 20일 당일에는 일정상 면담이 안 된다면서 추후 국회의원실을 통해 일정을 잡겠다고 밝혀와 요구서만 경영지원과에 접수했다.

일본의 기업집단인 니토덴코 그룹(Nitto Denko Corporation)은 한국에 제조회사 ‘한국니토옵티칼 주식회사’와 ‘한국니토옵티칼 주식회사’를, 판매회사 ‘한국닛또덴코 주식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회사들은 디스플레이 등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인 ‘편광필름’을 생산ㆍ가공해 삼성디스플레이 및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납품해 왔다.

니토덴코 그룹은 2022년 10월 구미에 공장이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화재가 나자 구미 공장을 폐업ㆍ청산하고, 물량을 평택에 공장을 둔 한국니토옵티칼에서 생산하도록 결정한다. 그러나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1월부터 12월까지 관리자 일부를 제외한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이듬해인 2023년 2월 2일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노동자 17명을 해고했다.

LG트윈타워

이에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한국니토옵티칼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노조 측은 이 과정에서 니토덴코 그룹의 한국 자회사들 내 인권 및 노동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원청사인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노조 측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이 폐업ㆍ청산이 결정되고 난 뒤 구조조정이 있었음에도, 반면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은 신규인력을 채용해 편광필름을 LG디스플레이 및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원재 금속노조 조직실장

이날 기자회견에서 첫 발언을 연 이원재 금속노조 조직실장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투쟁한 지 벌써 3년 차가 돼가고 있다”면서 “(모기업인 니토덴코는) 공장에 불이 난 뒤 공장을 강제로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집단해고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원재 조직실장은 “LG디스플레이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로부터 편광필름을 납품받다가 직장이 폐쇄되자 한국니토옵티칼로 물량을 이전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한국니토옵티칼로부터 납품을 받으면서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LG는 인권경영을 얘기하지만, 니토덴코의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문제와 직장 폐쇄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재 금속노조 조직실장

이원재 조직실장은 “LG가 정도경영, 인권경영을 얘기하기 전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화재 보상금만 받아 챙기고, 노동자의 고용승계는 나 몰라라하라고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나와 있느냐”며 “폐업과 해고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손배가압류와 단전ㆍ단수, 노조 사무실 강제 철거 공격으로부터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 200일이 넘도록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는 행정 처벌된다고 UN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에 적혀 있냐”고 따져 물었다.

이상섭 수석부위원장은 “두 여성 노동자가 하늘에 매달려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와 한여름 푹푹 찌는 폭염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반인권적 상황에 놓여 있어도 이를 무시해도 된다고 UN 인권선언이 말하고 있느냐”며 “이런 일들이 자사가 아니라 협력사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그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문제고, 책임이 없다고 하면 된다고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이나 UN 인권선언, ILO협약에 나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이상섭 수석부위원장은 “한국옵티컬하이테크와 한국니토옵티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LG디스플레이가 지금까지와 같은 태도를 고수한다면, 우리는 일본 니토덴코 자본과 LG디스플레이가 반인권ㆍ반노동을 위해 암묵적 공모를 넘어 직접적 공모를 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면 LG디스플레이가 내세우는 ESG 경영, 인권경영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녹색 이미지를 선전하는 그린워싱, 반인권과 반노동 위에 하얗게 분칠하는 화이트워싱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상섭 수석부위원장은 “LG디스플레이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사태와 직접 관련된 당사자로서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UN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을 준수할 것을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2023년 7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측은 구미공장 화재 직후 LG디스플레이에서 니토덴코 그룹과 한국닛또덴코주식회사에 문의했다고 밝혔다”면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납품받던 편광필름을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을 통해 생산 납품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현환 지회장은 “니토덴코 그룹은 세계적인 대기업인 LG디스플레이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LG디스플레이는 한국옵티컬 위장폐업과 대량해고의 실질적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최현환 지회장은 이에 “너무 화가 난다”면서 “우리는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 물량에 납품이 차질을 주지 않으려고 회사가 시키는 작업을 했고, 그 노동자 중 한 명이 불탄 공장 옥상에서 226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최현환 지회장은 “닛토덴코와 LG디스플레이는 제 잇속만 챙기고 노동자들의 죽음 같은 고통의 터널로 몰아넣었다”면서 “우리는 2023년 8월과 9월 이 자리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벌어진 노동탄압과 인권 침해에 침묵하지 말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최현환 지회장은 “아주 먼 길을 돌아 다시 여기에 왔다”면서 “닛토덴코가 저지른 인권 침해에 동조한 LG디스플레이는 이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최현환 지회장은 “지난 1년 8개월간 닛토덴코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에게 행한 집단해고와 손배가압류와 단전ㆍ단수, 부동산 강제경매와 통장 압류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무엇을 했는지, 노동자뿐만 아니라 종교계, 시민사회, 국회의원과 정치계가 함께 나서서 니토덴코의 반인권 행위를 규탄하고 시정을 요구할 때 LG디스플레이는 철저히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둘러싼 분쟁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난 7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김주영ㆍ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종오 진보당 국회의원이 본사 소재지인 일본에 방문해 일본 내각부에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다.

지난 7월 26일 국회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 3명(왼쪽부터 이용우ㆍ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종오 진보당 국회의원)이 일본 내각부에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전달했다. 가장 오른쪽은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사진=금속노조)

최현환 지회장은 “(LG디스플레이는) 국제 기준과 인권경영은 고사하고 상식 있는 시민으로서 양심마저도 버렸다”면서 “우리는 오늘 LG디스플레이에 정식으로 면담을 요청했고, 요구 사항도 전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금이라도 주어진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원재 금속노조 조직실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두나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LG디스플레이는 OECD 가이드라인 준수하라” 기자회견

이들은 이원재 조직실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LG디스플레이는 OECD 가이드라인 준수하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위장폐업 대량해고 실사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