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삼성물산 불법 합병 손해배상, 이재용에 구상권 청구해야”

- “엘리엇 사건에서 한국 정부 측 중재인도 정당화 어렵다고 본 것 같아” - “이재용 등에 구상권 청구ㆍISDS 대응 규범 제정해야”

2024-05-28     최창영 기자

[로리더]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메이슨이 ISDS에 제소한 중재 판정(메이슨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한 것에 대해 “정부는 불법 행위자들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고, 국내 투자자도 외국인 투자자와 같은 수준에서 보호하는 방식을 고민하라”는 숙제를 던졌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메이슨 중재판정문을 통해 본 삼성물산 불법합병의 문제점과 정부ㆍ국민연금의 역할’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메이슨 ISDS 중재판정의 의의와 삼성물산 불법합병 1심 판결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재용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불법합병의 책임자들에게 국고 지출과 국민연금 손해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해야 할 역할 등에 대해 진단하고자 마련됐다”면서 “이번 좌담회에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법안을 발의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여해 다음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법무부에도 간담회 참여를 요청했으나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들을 검토하고, 향후 정부 및 정치권의 과제를 던졌다.

전성인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맨 밑바닥에서 이뤄진 최고 경제권력과 최고 정치권력 사이에서의 부당한 거래와 그 여파에 관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자정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논점이었다”면서도 “우리는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서 그 첫 단추를 어느 정도 끼웠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건에서 단죄의 손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이번 (윤석열) 정부 최고 국정 책임자가 되면서 오히려 전체 흐름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고, 이 문제를 앞으로 해결하는 것과 관련해서 중요한 진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이재용 불법 승계 사건의 법률적 전개 구조를 보면, 형사소송이 두 건, 국내에서 진행되는 민사소송이 한 건, 그리고 해외 투자자와 대한민국 정부 간에 있었던 국제 투자자와의 소송 두 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교수는 “처음에 이재용 당시 삼성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에 관한 특검에서 활동했던 검사들은 대통령(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장관(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금융감독원장(이복현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검사)으로 이 정부 핵심 중책을 맡았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우리가 다루는 이 사건 중 하나인 엘리엇 사건 관련해서 의사결정을 담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성인 교수는 “이전에 론스타 사건이 있었지만, 형사소송은 일단락됐고, 경제권력의 최고봉에 있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매수할 수 없는 국가권력인 대통령에게 말 세 마리 등 뇌물 제공으로 매수해서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해 국가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지시를 내렸다”고 되짚었다.

전성인 교수는 “금품의 수수 및 대가성, 그리고 직권남용 등의 문제로 당사자들은 물론 그 밑에서 수족 역할을 했던 사람들까지 다 형사처벌을 받았다”면서 “그 이후 이재용 회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여러 민사소송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은 지금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일어난 자본시장법 위반, 즉 부당한 방법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분식회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 형사소송이 한 건 진행 중”이라면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행위가 한미 FTA 상의 여러 가지 국가적 의무를 준수하지 못해서 국제 투자자에게 부당한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에 대해 두 건의 ISDS 분쟁이 있었고, 여기서 대한민국은 모두 패소했다”고 짚었다.

전성인 교수는 “ISDS 중재 판정 관련해서 법무부의 공식 입장인지, 비공식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삼성 관련 소송의 경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주장도 언론을 통해 보이는 것 같다”며 “그런데 ISDS에 대한 대응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불법 행위가 있었는가, 그리고 그것에 의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느냐는 것이지 자본시장법 위반에 이용했는지나 합병이 민사상으로 무효인가와는 법률적 관련성이 매우 작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교수는 “국가의 불법 행위와 관련해서 국정농단 사건에서 대통령, 장관 등의 불법행위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을 왜곡했다는 점에서 이미 대법원에서도 일관되게 인정된 사안이므로 과연 법무부가 무엇을 더 보고 ISDS에 대한 대응을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전성인 교수는 “두 건의 ISDS 중재 판정을 보면, 둘 다 기본적으로 패소인 것은 같다”면서도 “그러나 엘리엇 사건에서는 국민연금이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봤지만, 메이슨 사건에서는 국민연금은 국가기관이 아니라고 봤다”는 차이점을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메이슨 사건에서 국민연금은 국가기관이 아니라고 봤음에도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 등의 행위가 국가에 귀속되며, 결국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쳤고, 이 과정에서 한미 FTA 상에서 국가가 준칙을 위반해 배상 책임이 생긴 것으로 봤다”면서 “따라서 패소의 핵심 이유로 엘리엇 사건에서는 공무원과 국민연금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것이었던 반면, 메이슨 사건에서는 공무원과 국가기관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고 해설했다.

전성인 교수는 “엘리엇 사건에서 인과관계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표결이 손해로 귀결됐다고 봤고, 메이슨 사건에서는 공무원과 국가기관의 행위가 손해로 귀결된 것으로 봤다”고 정리했다.

전성인 교수는 “ISDS 중재인은 3인으로 구성되는데, 문제를 제기한 쪽과 방어를 하는 쪽에서 각각 한 명씩 선정하고, 둘이 합의해 나머지 한 명을 선정한다”면서 “엘리엇 사건에서는 한국 정부 측 중재인의 소수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성인 교수는 “해당 소수의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정말 억울하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리라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앨리엇 사건에서 한국 측 중재인이었던 크리스토퍼 토마스(J. Christopher Thomas)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이를 찬성하는 기금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조치는 청구인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의도한 조치(국민연금의 찬성 표결을 통해 이재용 당시 부회장의 회장 승계 계획을 지원하는 것)는 필연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한 청구인(엘리엇)의 위임장 대결을 좌절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사건 ISDS 중재 판정 한국 측 중재인 소수의견(자료=전상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 교수는 “이 소수의견을 ‘대통령의 부패로 얼룩진 개입을 보면 한국 측 중재인인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취지로 읽었다”면서 “국제 기준에서 어떤 사람이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고, 대통령이 장관을 시켜서 공기관의 팔을 비틀어 사인 간의 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손실을 끼친 것은 어떤 논리를 갖고 와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교수는 다음과 같은 엘리엇 사건과 메이슨 사건의 공통점을 정리했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에 대한 국가기관 및 관련 공무원들의 행위는 뇌물, 직권 남용 등으로 얼룩진 부당한 것

- 이런 부당한 행위는 한미 FTA가 상정하고 있는 체약국의 행위 기준 및 국제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

- 부당한 행위에서 시작해 국민연금을 거쳐 이재용 일가를 제외한 다른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인과관계가 인정돼 국가가 외국 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이에 전성인 교수는 정부의 역할 세 가지를 제안했다.

전성인 교수는 “첫 번째 역할은 불법 행위자들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라”면서 “소멸시효 등으로 인해 구상권 행사가 어렵다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지만, 현재의 제도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두 번째 역할은 국가가 엘리엇과 메이슨에게 배상해야 하는 손해가 났지만, 국민연금은 투자자로서 누군가 의사결정을 왜곡해서 잘못된 행위를 하게 한 것이므로 원인 제공자에게 손해보전에 대해 청구를 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계속 미적거리고 있는데, 국민연금에 대한 감독자로서 정부는 감독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교수는 “마지막으로 정부는 ISDS 대응 규범을 제정해야 한다. 정부 행위에 대한 국제 투자자의 분쟁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 제도는 정비돼 있지 않다”면서 “법무부가 내부 훈령을 제정했지만, 상위법의 근거가 없는 훈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추가로 전성인 교수는 “또한, 정부는 필수적인 정보를 반드시 국민에 공개해야 한다”면서 “배상해야 할지 말지를 다투는 법무부와 상대편인 국제 투자자는 정보를 다 보는데, 돈을 내야 하는 국민은 보지 말고 나중에 패소하면 돈이나 내라는 태도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성인 교수는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동일 수준의 보호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사실상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빼내지 못하는 정부의 기록이나 문서에 접근해 소송으로 돈을 받아가는데, 한국 투자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역차별이 조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국내 민사소송 제도를 바꿔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넣어야 하는데, 적어도 국제 투자자 분쟁 사건에 한정해서라도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를 같은 수준에서 보호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사후 평가 보고서를 내서, 왜 국가가 배상했는지, 공무원의 어떤 행위가 잘못됐는지, 향후 고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등을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오기형ㆍ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남근 국회의원 당선인,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변호사, 김은정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참여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