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노조 아닌 임의단체와 교섭”…법원에 ‘중지 가처분’ 호소

임의 단체와 교섭하며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무력화시키는 한화시스템 규탄 기자회견

2024-05-08     신종철 기자

“현재 전국에서 노동조합도 아닌, 노사협의회도 아닌, 임의 단체와 민사상 합의를 하고 이 합의를 근거로 교섭을 진행하는 회사는 한화시스템이 유일하다. 이런 임의 단체가 사측과 대등하게 교섭하며 노동자의 권익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산하 한화시스템노동조합이 5월 3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임의단체와 교섭하며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키는 한화시스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화시스템노동조합(위원장 이성종)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의 전신은 삼성탈레스로, 2014년 삼성탈레스가 한화로 매각될 당시 매각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게 되었고,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사로부터 근로자위원회 활동을 보장받게 되며 임의단체인 ‘근로자위원회’로 전환됐다.

근로자위원회는 2015년부터 2021년 노동조합 설립 전까지 한화시스템 노동자들을 대표해 회사와 임금 및 근로조건에 관한 교섭을 해왔으며, 노조 설립 이후에도 교섭은 계속됐다.

한화시스템노조는 “회사는 노조가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해 투쟁하는 상황에서도 매번 근로자위원회와 임금 등을 선제적으로 합의하고 노조에는 조정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식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노조는 노동조합이 아닌 임의단체와 단체교섭을 계속하는 회사가 교섭을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회사는 교섭을 계속하고 있어, 결국 노조는 “한화시스템이 근로자위원회를 이용해 수년간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며 자행해 온 불법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법원에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처분신청 심문기일이 열린 지난 5월 3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는 한화시스템노동조합 이성종 위원장과 서원교 구미지부장, 금속노련 박용락 상임부위원장, 한국노총 성남ㆍ광주ㆍ하남지역지부 박인수 의장, 전국연대노동조합 문현군 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기자회견 사회는 한화시스템노동조합 조대영 사무국장이 맡았다.

한화시스템노동조합 이성종 위원장

대표발언에서 한화시스템노조 이성종 위원장은 “회사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임의 단체인) ‘근로자위원회’와 임금과 근로조건을 교섭하고 있고, 2021년 11월 17일 한화시스템에 노조법에 따른 정식 노동조합이 생겼음에도 여전히 회사는 근로자위원회를 이용해 교섭을 통해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종 위원장은 “심지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회사는 근로자위원회와 신의성실을 들먹이며 단 0.1%도 올려줄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했다”며 한화시스템 사측을 규탄했다.

이성종 노조위원장은 “만일 오늘 가처분이 기각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조합은 앞으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노조법에 따라 설립되지도 않은 임의 단체에게 교섭권을 주고 회사가 임의 단체와 교섭할 수 있다면, 노동조합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노동조합과 노동3권을 지키기 위한 이 사건에 대한 노동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박용락 상임부위원장

금속노련 박용락 상임부위원장은 연대발언에서 “한화시스템의 모습이 ‘무노조 경영’이라 선언하며 노조탄압 문건을 만들고,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세력의 싹을 초동에 잘라버리고 겨우 만들어진 노조도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노조탄압을 일삼는 삼성과 닮아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락 상임부위원장은 “노동자는 결코 길들지 않으며 수십 년의 무노조경영을 깨고 삼성에 노조 깃발을 견고히 세운 금속노련과 17만 금속노동자가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고, 앞으로도 한화시스템이 노조를 탄압하고 무력화하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점차 투쟁 수위를 높여 17만 금속노동자의 총단결로 노조탑압을 분쇄할 것”이라고 한화시스템을 향해 경고했다.

한국노총 성남ㆍ광주ㆍ하남지역지부 박인수 의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근로자위원회’는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며, 한화시스템은 근로자위원회 뒤에 숨어서 한화시스템노조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숨어있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나서라”고 비판하며 “성남지역지부 4만여 동지들도 이 사안을 깊게 바라보고 있으며, 단결로 투쟁의 끝까지 연대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문현군 위원장

마지막 연대발언에 나선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문현군 위원장은 “임의단체는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 지노위(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도 할 수 없는데, 그런 단체와 교섭을 하고 있는 한화시스템 자본은 지금이라도 당당하게 나와 유일하게 합법적인 교섭단체인 우리 노조와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현군 위원장은 “오늘 가처분신청 사건을 맡은 담당 판사는 대한민국 근간을 흔드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하지 말고, 올바른 판단을 해서 대한민국 수백만, 수천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속에서 우리의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우지혜 변호사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우지혜 변호사는 “근로자위원회는 단체교섭권을 향유 할 수 있는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태초부터 회사와의 ‘합의’로 성립된 단체로서 더욱이 근로자위원회는 노동조합으로 설립신고 후 신고증을 교부받는 등 노동조합으로서의 형식적 요건을 갖춘바도 없고, 당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노동조합으로의 전환을 포기하고, 회사와의 합의를 통해 성립한 단체이기에 노동조합이 되고자 목적한 사실 자체도 없는데도, 회사는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자위원회에 마치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같은 권한을 부여해 근로자위원회 위원장을 근로자대표로 취급하며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측 위원을 선임할 권한까지 주는 것은 회사가 근로자위원회를 이용해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이 사건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우지혜 변호사는 “근로자위원회는 스스로도 자신의 법적 성격이 법외노조인지, 민법상 임의단체인지 정확히 규정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노동조합법 체계 하에서 사용자가 소수 노동조합도 아닌 정체불명의 근로자단체와 임금 및 단체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는 노동조합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진정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짓밟는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서 배격되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참석자들은 “근로자위원회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다”며 “한화시스템과 근로자위원회 간의 교섭을 허용하게 계속 두는 것은, 노동조합만을 단체교섭의 주체로 인정하는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은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만든다”면서 “우리 법이 회사가 임의 단체를 통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키도록 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근로자위원회는 의무도 없고 권한도 회사가 임의로 부여하고 박탈할 수 있는 조직이며 이러한 회사의 지배/개입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런 임의 단체가 사측과 대등하게 교섭하며 노동자의 권익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참석자들은 “현재 전국에서 노동조합도 아닌, 노사협의회도 아닌, 임의 단체와 민사상 합의를 하고 이 합의를 근거로 교섭을 진행하는 회사는 한화시스템이 유일하다”며 “우리 노조는 한화시스템이 근로자위원회를 이용해 수년간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며 자행해 온 불법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노조가 제기한 가처분은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조합과 노동조합법이 지켜지느냐 아니면 무력화되고 형해화되어 무너지느냐 하는 갈림길에 있는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가 지켜보는 사건에 대해 법원의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하며,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 노조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