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나면 기계도 멈추는데, 쿠팡은 사람을 기계만도 못한 취급”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 - “쿠팡 채용 공고에 ‘우리 물류센터는 냉난방이 안 된다’는 말 왜 없나” - “쿠팡이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몬다면 시민들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
[로리더]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27일 “시민들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냉난방이 안 되는 곳에서 일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몬다면 시민들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쿠팡 잠실 본사 앞에서 ‘쿠팡물류센터지회 8월 1일 하루 파업 및 현장 준법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 측은 “쿠팡은 2022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체감온도를 엉터리로 측정ㆍ계산하는 등 억지를 부린다”며 쿠팡에 “산업안전보건규칙대로 휴게시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연대 발언에 나선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오늘부터 장마가 마무리되고 폭염이 시작된다고 한다”며 “이번 주부터 다음 주까지 32도에서 35도까지 간다고 하고, 특히 습도가 높아서 체감온도는 훨씬 더 높다”는 설명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밖에 있어도, 바람이 있어도 이렇게 더운데 물류센터 안에는 공기 흐름조차 제대로 원활하지 않다”며 “물건이 많이 적재돼 있고 노동자들이 밀집해서 일하고 있는데 에어컨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사실은 상상할 수가 없다”며 “제가 일하는 일터에서도 에어컨을 틀어놓고 몸을 움직여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데, 냉방시설이 전혀 없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종일 걷고 물건을 포장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오늘 (기자회견) 현장에 오면서 쿠팡 채용 공고 같은 걸 봤는데, 중장년을 위한 일터라고 하면서 복지가 잘 돼 있다고 쓰여 있었다”며 “그래서 복리후생이 뭐가 있나 봤더니, 출퇴근 버스 운영한다는 게 있었다”고 말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그런데 ‘우리 물류센터는 냉난방이 안 돼요’ 이런 문구는 보지 못했다”며 “아마 많은 사람들이 냉난방이 안 되는 곳에서 일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기계도 열이 나면 망가지기 때문에 식혀준다. 열이 나면 기계가 망가질 수 있으니 잠시 멈추게 한다”며 “그런데 사실 쿠팡은 일하는 노동자들을 기계보다 못한 취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아마 사람은 그냥 바꾸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며 “대부분 비정규직이라 일회용 소모품이니까 ‘아프면 본인이 그만두겠지’라고 하는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하지만 우리 노동자도 사람이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며 “1시간 일하고 10분 쉬라는 법의 기준도 사실은 미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가이드라인조차도 쿠팡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쿠팡의) 버티면 그만이라는 생각, 깨버릴 것이며, 이제 버티면 그만이 아니”라며 “많은 사람이 쿠팡에 관심을 두고 이 무더위에 그렇게 냉난방 시설도 없이 휴게시간도 없이 병들어가는 것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파리바게뜨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났을 때, 피 묻은 빵을 먹지 않겠다는 많은 사람들의 SNS 글이 있었다”며 “이 무더위에 노동자들 몸을 갈아놓고, 위험에 내보내는 일터에서 배송이 이뤄지는 쿠팡 물건을 사람들이 과연 구매하겠냐”고 각성을 촉구했다.
특히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아직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쿠팡이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위험으로 내몬다면 결국 우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그냥 두고 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쿠팡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인간답게 일할 수 있도록,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쿠팡에게 얘기한다”며 “즉각적으로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더불어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시설을 설치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는 말로 연대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 전국물류센터지부 민병조 지부장,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상임활동가, 쿠팡고양분회 홍익표 부분회장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전국물류센터지부 강민정 사무국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안전보건규칙 제566조 안 지키고 휴게시간 보장하지 않는 쿠팡을 규탄한다.”
“더울 때 쉬어가자. 우리가 지키는 안전보건규칙 준법 투쟁 승리하자!”
“더워서 일 못하겠다! 쿠팡은 물류센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
“쿠팡은 폭염 시 휴게시간 보장하라!”
한편, 쿠팡은 본지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정기적인 온열질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주기적으로 온도ㆍ습도를 측정하여 법정 휴게시간 외 추가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각종 냉방ㆍ환기 장치를 운영하고, 보냉 물품을 지급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 및 관련 투자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자는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는데,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주5일제와 연차 15일 등을 보장하고 있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