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유령’ 대리운전기사 가족 생계조차 힘든 상황…노조법 개정”

- 전국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 “생계 벼랑 끝에 내몰린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노동조합 만들어”

2023-07-24     최창영 기자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로리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김주환 위원장은 20일 “대리운전기사들은 생계 위기에 내몰렸다”며 “사용자들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특수고용ㆍ플랫폼 노동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할 뿐, 현장에 온갖 부당한 대우와 비리가 만연한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은미ㆍ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강성회 진보당 국회의원, 윤미향 국회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노조법 2ㆍ3조 개정 촉구! 서비스산업 하청ㆍ간접ㆍ특수고용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윤미향 국회의원

노조법 2ㆍ3조 개정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으로, 합법적 노동조합의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해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 과정에 참여한 행위자 각각에 대한 과다한 배상책임을 막기 위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은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점에서 착안해 손해배상 책임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개인이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해졌다.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이 자리에서 실태증언에 나선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은 “대리운전기사, 밤의 유령을 거부한다: 대리운전에서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를 주제로 발언에 나섰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직업은 있는데 직장이 없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심지어 일하기 싫으면 며칠을 쉬어도 뭐라 잔소리하는 사람조차 없다. 일부 광고에서는 일을 나가면 시간당 4만원의 고소득을 올린다고 한다”며 “이보다 더 꿈의 직업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발언을 시작했다.

김주환 위원장은 “‘밤의 유령’이라 불리는 직업이 있다. 바로 대리운전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면서 “대리운전노동자는 ‘을(乙)’ 중의 ‘을(乙)’의 위치에서 20%에 달하는 과도한 수수료 외에 부당한 각종 비용의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건강을 담보로 밤새 일을 해도 한 달 수익은 15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생계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김주환 위원장은 “대리운전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불리기도 하고 플랫폼 노동자로 불리기도 한다”며 “업체들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아예 사용자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환 위원장은 “사용자들은 모든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데, 일하는데 필요한 도구와 수단, 각종 비용은 노동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한 장시간 노동의 자기 착취가 있을 뿐인 대부분의 특수고용ㆍ플랫폼 노동자들은 비용과 장시간 노동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계 위기에 내몰린 과도한 자기착취 구조는 대리기사가 일하다 죽거나, 스스로 건강과 생계를 책임질 수 없어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사용자에게는 이윤의 탐욕의 기회가 주어졌다”면서 “대리운전이라는 노동은 과도한 수수료에 각종 부당한 비용이 전가되는 착취의 장이 돼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고,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에게는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조차도 면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은 “생계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으나 업체들은 교섭을 거부했고, 대리운전노동자들의 투쟁에 정부는 탄압으로 일관했다”며 “심지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래서 노조 설립신고를 다시 했으나, 필증을 교부받는 데까지 3일이면 될 것을 1,000일이 걸려야 했다”며 “필증을 어렵게 교부받고 단체협상을 요구했으나 업체들은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주환 위원장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단체교섭을 위해 또 험난한 길을 가야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하라’고 판정해도 사용자들은 시간 끌기로 일관했고, 기나긴 투쟁 뒤에야 마지못해 교섭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은 “그러나 사용자들은 교섭에 나와서도 ‘왜 내가 교섭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로 일관했고, (노동자들은) 또다시 생계를 포기하고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지금은 카카오모빌리티와 단체협약을 맺었고, 지역업체들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환 위원장은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많은 노조 간부들의 가정이 무너지고, 길거리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단체교섭을 하는 것 아니겠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런데,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노동3권을 확인받기 위해 죽어 나가야 하는 참혹한 현실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은 “한국사회에는 최소한의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250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있으며, 플랫폼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사회안전망도 없이 위험 속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가족들의 생계조차 제대로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주환 위원장은 “사용자들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특수고용ㆍ플랫폼 노동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할 뿐 현장에 온갖 부당한 대우와 비리가 만연한 상황”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디코닥지부 김순옥 지부장(左),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中), 배달플랫폼노조 홍창희 위원장(右)

김주환 위원장은 “그런데 더욱 참담한 것은, 생계 위기에 내몰린 특수고용ㆍ플랫폼 노동자들 스스로 생존을 지키기 위한 외침이, 윤석열 정부의 탄압으로 짓밟히고 있는 것”이라면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가 갈 길은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주환 위원장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과 생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사회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더 이상 이대로 살 수는 없다. 20만 대리운전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해 노조법 2ㆍ3조를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자리에는 실태 증언자로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유정욱 본부장,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로레알지부 강정구 법규국장,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이수암 지회장,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 SH공사콜센터지회 채윤희 지회장,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삼경무역지부 신주리 사무국장, 학습지노조 정난숙 비상대책위원장,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디ㆍ코닥지부 김순옥 지부장, 전국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배달플랫폼노조 홍창의 위원장,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방과후강사분과 손재광 전국분과장이 발언에 나섰다.

또 이 자리에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산하 조직의 조합원 수십명이 참가했고, 이들은 사회를 맡은 서비스연맹 김광창 사무처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진짜 사장 책임법, 원청ㆍ하청 격차 해소법, 노조법 2ㆍ3조 즉각 개정하라!”
“국회는 노조법 2ㆍ3조 즉각 개정하라!”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시도를 거부한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