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국정농단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판결의 의미와 과제를 짚었다. 민변(회장 김호철)은 대법원에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준엄한 사법적 심판이 필요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예의주시했다.

먼저 서울고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 김문석)는 24일 오전 10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이 선고된 것과 비교하면, 항소심(2심)에서 형량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 민변은 성명을 내고 “오늘 서울고등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판결은 단순히 박근혜 개인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훼손한 이들에 대한 역사적인 사법적 심판의 의미를 가진다”면서 오늘 판결이 갖는 의미와 한계를 함께 짚었다.

민변은 “오늘 판결에서 가장 유의미한 대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이 포괄적 현안으로서 존재했고, 이에 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점”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판결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은 ‘이재용 부회장 남매가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하여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하여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의미한다”며 “그리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각종 정황과 증거에 비추어 승계작업을 묵시적으로 청탁한 사실은 넉넉히 증명된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번 박 전 대통령 2심 판결은 이를 제대로 판단했던 바, 대법원은 이와 판단을 달리한 이재용 부회장 2심 판결을 파기함이 마땅하다”며 “또한 오늘 판결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횡령액도 50억원이 넘게 되므로 그에 따라 형량도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민변은 “오늘 내려진 박근혜 2심 판결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대목은, 재판부가 1심 판결 및 이재용 1심ㆍ2심에서와 같이 삼성의 미르ㆍ케이 재단에 대한 재단출연금 204억원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죄의 성립을 부인했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통령과 같은 최고위공직자가 직접적으로 뇌물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미르ㆍ케이 재단과 같이 별도의 재단법인을 결성하고 이에 따른 출연금 및 기부금을 재벌대기업으로부터 사회공헌명목으로 받는 것이 무죄가 된다는 것은 쉽게 용인하기 어려운 판단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판결 법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우리사회는 새로운 정경유착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위험한 판단이며 이 점은 대법원에서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법부를 대하는 태도도 지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항소심 과정 전반에 걸쳐서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는 탄핵을 당했던 이로서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사과와 책임도 도외시하는 것이자, 법치주의를 끝까지 부정하는 것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최근 의혹이 밝혀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양승태 대법원체제와의 재판거래, 외압행사 등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박 전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3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사법부의 위상에 대한 그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라고 봤다.

민변은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의 재판이 단순히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국가권력을 악용하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중대하게 훼손한 일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이로서의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감마저 저버린 행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제 국정농단 사태에 관한 사법심판의 마지막 역할은 대법원에게 남겨졌다”며 “국정농단 사태의 주된 재판인 박근혜 사건의 1심ㆍ2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ㆍ2심이 모두 종료됐다”고 재판 현황을 짚었다.

민변은 “그러나 횡령과 뇌물 액수, 안종범 수첩에 대한 증거 능력 등에 관해 서로 어지럽게 갈려있는 법리들 때문에 여전히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사법농단 사태로 인하여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하여 깊은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다시금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계기로서 박근혜 및 이재용 재판에 대한 정확하고 속도감 있는 결과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새롭게 제기된 강제징용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법부를 압박해 재판거래를 한 의혹에 관해서도 추가 수사를 통한 진실규명과 사법심판이 필요한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변은 “국가와 국민을 모두 불행에 빠지게 했던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정치적 심판은 탄핵을 통해서 일단락됐지만, 사법적 심판 과정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박근혜ㆍ이재용 등에 대한 사법적 심판은 우리 헌정질서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인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했던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게 하지 않기 위해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대법원이 명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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