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1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대법원의 사법농단 및 기획판결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을 강력히 규탄했다.

17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대한변협

대한변협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과 기획판결 정황은, 헌법기관이자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이런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또 “양승태 대법원이 대한변호사협회마저 길들이려고 시도한 정황은 충격적이고, 사법부의 정치공작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성토했다.

기자회견에는 김현 변협회장과 이장희 사무총장을 비롯해 35명 정도의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특히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장우 사무총장, 김현 변협회장,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장우 사무총장, 김현 변협회장,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날 기자회견은 변협 이장희 사무총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이장희 사무총장은 경과보고에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7월 30일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대법원의 사법농단 및 피해판결 조사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며 “현재까지 온라인 1796명, 오프라인 255명이 참여해 총 2051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경과보고하는 이장우 사무총장
경과보고하는 이장우 사무총장

이 사무총장은 “또한 8월 6일부터 (대법원의) 형사 성공보수 무효 기획판결에 따른 피해사례를 접수해 현재까지 11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며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전국 회원의 총의를 모아 대법원에 사법농단 및 기획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과보고 직후 김현 변협회장은 ‘대법원의 사법농단 및 기획판결을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발표하는 김현 변협횢아
성명서를 발표하는 김현 변협횢아

변협은 성명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과 기획판결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며 “헌법기관이자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이러한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변협은 “인권을 옹호하고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변호사들은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분연히 일어나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대법원의 진정한 사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협은 “우선 일제피해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우리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사법부가 일제로부터 피해를 당한 분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이분들의 재판까지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면, 이는 참으로 천인공노할 일이다”라고 대법원을 규탄했다.

김현 변협회장 뒤에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김현 변협회장 오른쪽 뒤에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변협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처음 부산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한 것은 2000년 5월 1일이다. 무려 18년이 지나도록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 선고를 촉구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그런데 그 이유가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의) 재판거래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지목했다.

이어 “관련사건을 통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 (대법원의) 해명을 이제 더 이상 믿기 어렵게 됐다”며 “이러한 와중에 고령의 피해자들은 안타깝게도 연이어 돌아가시고 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슬픔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변협은 “재판거래가 의심되는 재판은 단지 일제피해자 재판뿐만이 아니다. KTX 근로자 복직사건, 쌍용차 해고 사건, 통상임금 사건,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가배상 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공작 사건 등 다수의 재판에 대해 재판거래의 의혹이 있다”고 열거했다.

이어 “이러한 재판의 당사자들이 어떻게 법원의 판결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이 재판결과를 납득하고 수용할 수 없다면 법치주의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이번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은 법치주의의 근본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태”라고 우려했다.

변협은 “만약 (양승태) 대법원이 이번에 제기된 의혹처럼 (박근혜) 정권의 부당한 요구에 순응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방기했다면, 이러한 대법원은 최고법원, 아니 일반법원으로서의 자격도 없다”며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법원은 진정으로 국민 앞에 사과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새로운 대법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이 뿐만이 아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역시 법관의 독립을 중대하게 침해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공정한 재판은 법관의 독립이 보장돼야 가능하다. 그런데도 사법부 스스로가 내부적으로 판사의 성향을 분류해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함으로써 법관의 독립을 무너뜨리는 시도를 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다시는 이러한 시도가 없도록 법원의 내부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우 사무총장 김현 변협회장
이장우 사무총장 김현 변협회장

변협은 “또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대한변호사협회마저 길들이려고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대한변협압박방안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은 압박이라는 문구 자체로 충격적”이라며 “그 세부내용을 보면 사법부에서 이처럼 정치 공작과 같은 논의까지 했는가 할 정도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경악했다.

이어 “모든 변호사들이 납득할 수 없었던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판결 역시 기획판결이었다는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러한 기획판결에 대해 변호사들이 불복하며 다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협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서명운동에 동참한 2051명의 변호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을 엄중히 촉구한다. 아울러 대법원의 진정한 사과와 제도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장우 사무총장과 김현 변협회장
이장우 사무총장과 김현 변협회장

그러면서 “이제 대법원은 뼈를 깎는 개혁을 통해 다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사태로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와 권위를 회복할 수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와 서명에 동참한 2051명의 변호사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번 사태를 주시하며, 진정한 법치주의 회복과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압수수색영장 기각에 대해 김현 변협회장 “할 말은 있지만, 법원 판단 존중”

성명서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한 기자가 “한창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졌을 때 (법률가 등의) 기자회견이 많이 열렸는데, (뒤늦게) 이제 기자회견을 하는 특별한 계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는 김현 변협회장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는 김현 변협회장

이에 김현 변협회장은 “회원들 서명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서명을 운동을 벌이고, 그 결과가 나온 뒤에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다른 기자가 “오늘 규탄 성명을 했는데, 양 극단의 시선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만으로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에 관련된) 대법관의 탄핵이나 퇴임을 주장해야 된다는 시선이 있는 반면, 수사나 재판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어떤 정치적 의견을 변호사협회가 내는 게 문제라는 양 극단의 시선이 있는데, 양쪽의 고려 때문에 (오늘 기자회견이) 규탄으로 그치는 것인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에 대해 김현 변협회장은 “법치주의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것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진행돼야 한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또 다른 기자가 “계속해서 (사법농단 관련자들의)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묻자, 김현 변협회장은 “할 말은 있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에 이장우 사무총장은 “(질문이) 더 없으면, 이것으로 규탄 기자회견을 모두 마치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박수로 마무리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이장우 사무총장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이장우 사무총장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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