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수행비서를 성폭행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피감독자 간음ㆍ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ㆍ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 현관을 나서며 취재진 앞에 선 안희정 전 지사는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많은 실망을 드렸습니다.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취재진이 “미투 사건의 첫 번째 법적 결론인데, 사법당국에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하자, 안희정 전 지사는 “다른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말씀만 올립니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떴다.

“김지은씨에게 한 말씀 없으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정무비서는 지난 3월 5일 생방송 뉴스에 출연해 안희정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안희정 충남지사는 즉갂 사퇴 의사를 표시하고, 3월 6일 김지은씨는 서울서부지검에 안희정 전 지사를 고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 3월 23일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후 4월 2일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법원은 “범죄 혐의를 다퉈 볼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4월 11일 안희정 전 지사를 불구속 기소했고, 7월 27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안희정 전 지사는 성관계에 위력이 없었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범죄 혐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상대로 러시아 출장 때인 2017년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ㆍ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ㆍ강제추행 5회를 저렀다는 것이다.

1심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안희정 전 지사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서울서부지검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나,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충실히 공소 사실을 입증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항소 입장을 밝혔다.

1심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김지은씨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무죄가 선고되자 입장문을 낸 김지은씨는 “어쩌면 미리 예고되었던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며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씀할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씨는 “하지만 지금 이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굳건히 살고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다.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지은씨는 “저를 지독히 괴롭혔던 시간이었지만 다시 또 견뎌낼 것”이라며 “약자가 힘에 겨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세상이 아니라, 당당히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을 밝혀 범죄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초석이 되도록 다시 힘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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