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공무원ㆍ직업군인 임용을 금지한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 아동인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성적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를 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020년 6월 확정됐다.

A씨는 2020년 9월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를 저질러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 일반직공무원 및 부사관 임용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과 군인사법 조항은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11월 24일 A씨가 낸 국가공무원법 33조와 군인사법 10조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위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2024년 5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밝혔다.

◆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로 인해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을 공직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아동과 관련이 없는 직무를 포함해 모든 일반직공무원 및 부사관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한다”며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영구적으로 임용을 제한하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결격사유가 해소될 수 있는 어떠한 가능성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헌재는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로 형을 선고받은 경우라고 해도 범죄의 종류, 죄질 등은 다양하므로, 개별 범죄의 비난가능성 및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상당한 기간 동안 임용을 제한하는 덜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합헌적으로 조정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므로, 입법자가 여러 정책적 대안을 숙고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위헌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2024년 5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 반대의견(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4명의 재판관은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하여금 고도의 윤리적 의무를 부담하는 공무원의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원활한 공무수행에 어려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인 행위태양이나 형량 등을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만,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는 그 자체로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아동 관련 직무 여부를 불문하고, 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영구적으로 임용을 제한하지만, 아동학대관련범죄의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점, 시간의 경과만으로 피해아동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거나 공무수행을 맡기기에 충분할 만큼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운 범죄인 점을 고려할 때,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그러면서 “반인륜적인 범죄인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공무를 수행할 경우 공직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 공보관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이 사건은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에 대해 범죄의 경중,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ㆍ영구적으로, 아동과 관련된 직무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일반직공무원 및 부사관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공보관실은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여러 정책적 대안을 숙고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위헌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24년 5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며 “입법자는 이 결정의 취지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입법을 하여 위헌적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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