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br>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토지소유 자 등의 사업시행자에 대한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일반적인 채권자에 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채무자(토지소유자 등)가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는지 여부(대법원 2022년 11월 24일. 선고 2018두67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피고가 시행하는 이 사건 보금자리주택사업에 관하여 원고가 운영하는 공장 영업시설을 이전하게 하고 원고의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금을 68억 여원으로 정하는 내용의 수용재결을 하였다. 원고는 보상금 이의를 유보하고 수령한 뒤 보상금의 증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의 채권자들은 소 제기일 이후 원심판결 선고일 이전에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ㆍ추심명령을 받았다.

제1심(수원지방법원)은 보상금을 80억 여원으로 증액하는 원고 일부 승, 원심(서울고등법원)은 다시 보상금을 101억 여원으로 증액해 지급하라는 원고 승으로 변경됐다. 피고는 원심 판결 선고 시까지 손실보상금 채권에 대한 압류ㆍ추심명령이 있던 사정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았고, 상고심에서 처음으로 압류·추심명령으로 인해 채무자인 원고(토지소유자 등)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였다는 주장을 상고이유로 주장한다.

(해설)

상고심은 새로운 주장과 증거조사를 하지 못하고 원심에서 다루어진 쟁점에 대하여 법률적인 평가를 하는 법률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금의 증액이나 감액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원심판단에서 이루어진 보상액의 증액이 법률적으로 문문제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상고인이 주장하는 상고이유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상고심에서의 쟁점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토지소유 자 등의 사업시행자에 대한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 이 있는 경우, 채무자(토지소유자 등)가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는지 여부에 있다.

일반적인 금전채권에 대한 압류ㆍ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채무자(추심명령 대상 채권의 채권자)는 그 대상채권의 이행을 구할 추심권을 상실하고, 그 추심권은 압류채권자에게 넘어간다. 따라서 채무자(추심명령 대상 채권의 채권자)는 압류ㆍ추심명령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는 그 대상채권의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 압류ㆍ추심명령의 대상이 토지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지급채권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면 원심판결은 파기돼야 하고, 원고가 청구한 소송은 각하 판결을 받게 된다. 결국 토지보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상금지급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에도 일반 민사법의 법리에 따라서 토지소유자 등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되느냐의 문제이다. 종래의 대법원 판결은 토지보상법상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채무자가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 9526 판결)는 취지이므로 과거의 판례를 변경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먼저 법 규정을 살펴보자.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제85조(행정소송의 제기)에서는 사업시행자, 토지소유자 또는 관계인은 제34조에 따른 재결에 불복할 때에는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거쳤을 때에는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시행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제84조에 따라 늘어난 보상금을 공탁하여야 하며, 보상금을 받을 자는 공탁된 보상금을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수령할 수 없고(제1항), 제1항에 따라 제기하려는 행정소송이 보상금의 증감에 관한 소송인 경우 그 소송을 제기하는 자가 토지소유자 또는 관계인일 때에는 사업시행자를, 사업시행자일 때에는 토지소유자 또는 관계인을 각각 피고로 한다(제2항).

토지보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상금증액 소송의 법적성격을 살펴보자. 행정소송에는 당사자소송이 있다.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이나 그밖에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를 피고 로 하는 소송을 말한다. 항고소송과 달리 대등한 당사자 간에 법률상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민사소송과 유사하나, 민사소송과 달리 공법원리가 적용되며 여러 가지 특례가 인정되고 있다. 원고적격은 민사소송의 규정이 준용되고, 피고적격은 행정소송(처분을 한 행정청이 피고가 됨)과는 달리 국가, 공공단체, 그 밖의 권리주체가 직접 피고가 된다. 제소기간의 경우 법령에 정해져 있으면 그에 따르고,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은 준용되지 않는다. 취소소송의 재판관할, 피고경정, 공동소송, 소송참가 관련 조항은 당사자소송에도 준용된다. 토지보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상금 소송, 사업주가 당연가입자가 되는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서 보험료 납부의무 부존재확인의 소(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다221658 판결) 등이 당사자소송이다.

이 사건 소송과 같은 당사자소송은 민사소송과 같은 당사자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관할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받는 등 민사소송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궁극적으로는 공공기관의 토지보상금 결정을 취소하고 새로이 보상금을 정하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보상금을 얼마 더 지급하라는 형식이지만 그 전제로 보상금 결정의 취소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위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이 대법관 전원일치로 새로운 판결을 내놓으면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즉, “토지보상법상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인 토지소유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은 실질적으로 재결을 다투는 항고소송인데,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추심채권자가 재결을 다툴 지위까지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장래 확정될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다고 하여 추심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채권의 확정을 위한 절차에 참여할 자격까지 취득한다고 볼 수 없고, 원고의 채권자들이 장래 증액될 원고의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이 사건 추심명령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11. 24. 선고 2018두67 전원합의체 판결)”면서 토지보상법상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채무자가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 9526 판결을 변경하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놓은 근거는 이렇다.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는 토지소유자 등이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당사자소송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재결 중 보상금 산정 부분에 불복하여 실질적으로는 재결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성질을 가지고,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문은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토지소유자 등에 대하여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재결에 대하여 간접적이거나 사실적ㆍ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질 뿐 재결을 다툴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직접 또는 토지소유자 등을 대위하여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없고, 장래 확정될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다고 하여 추심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채권의 확정을 위한 절차에 참여할 자격까지 취득한다고 볼 수 없으며,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거쳐 이루어지는 손실보상금 채권은 관계법령상 손실보상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만으로 바로 존부 및 범위가 확 정되지 않고,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 또는 행정소송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확정되므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토지보상법령은 토지소유자 등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손실보상금 채권의 확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의 성질, 손실보상금 채권의 존부 및 범위 확정 절차 등의 특수성이 있다.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소송은 행정소송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보상금의 증액을 요구하는 청구로 토지소유자가 기업자등을 상대로 금전의 지급을 구하는 형식의 당사자소송이다. 위와 같은 소송이 행정소송의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행정소송법의 규정을 상당부분 준용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하게 민사법의 논리에 따라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토지보상법에서 원고적격을 토지소유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상금의 증액 등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도 불구하고 토지소유자가 이해관계를 그대로 갖게 된다. 따라서 토지보상법상의 보상금 소송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여전히 토지소유자 등이 원고적격을 유지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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