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군대 훈련병들에게 종교시설에서 개최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행사 중 하나에 참석하도록 한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따르면 2019년 4월 제8회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한 청구인들은 2019년 5월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공익법무소대에 배치됐다.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2019년 8월 공익법무관으로 신규 임용됐다.

그런데 훈련소 분대장은 훈련병들에게 “종교행사 중 하나를 참석해보라”고 말했다. 이에 청구인들은 “종교가 없으니,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분대장은 “종교가 없더라도 경험 삼아 참석해보라. 다시 생각해서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불참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히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청구인들은 재차 불참의사를 밝히지 않고 육군훈련소의 각 종교시설에서 진행되는 종교행사에 참석했다.

청구인들은 “육군훈련소 종교시설에서 개최되는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9년 8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11월 24일 김OO씨 등 변호사 5명이 육군훈련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 참석 강제의 위헌 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육군훈련소 내 종교시설에서 개최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행사 중 하나에 참석하도록 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타인에 대한 종교나 신앙의 강제는 결국 종교적 행위 즉 신앙고백, 기도, 예배 참석 등 외적 행위를 통하여만 가능하다”며 “따라서 종교행사 참석조치로 인해 청구인들의 내심이나 신앙에 실제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종교시설에서 개최되는 종교행사에의 참석을 강제한 것만으로 청구인들이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와 종교적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육군훈련소장이 4개 종교를 승인하고 장려한 것이자, 여타 종교 또는 무종교보다 4개 종교 중 하나를 가지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여질 수 있으므로,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성을 위반해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국가가 종교를, 군사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거나, 반대로 종교단체가 군대라는 국가권력에 개입해 선교행위를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국가와 종교의 밀접한 결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된다”고 짚었다.

헌재는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군에서 필요한 정신전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해당 종교와 군 생활에 대한 반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해 역효과를 일으킬 소지가 크고, 훈련병들의 정신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종교적 수단 이외에 일반적인 윤리교육 등 다른 대안도 택할 수 있으며, 종교는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신념일 수 있는 만큼 종교에 대한 국가의 강제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할 때,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 반대의견(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세 재판관들은 “종교행사 참석의 불이행에 대해 제재나 불이익이 부과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청구인들에게 종교행사 참석을 권유하는 행위가 사실상 강제에 이르는 효과를 나타내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종교행사 참석조치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군인에 대한 종교의식 참석 강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군인복무기본법에 반영돼 있으므로, 육군훈련소에서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하는 행위가 향후 여러 차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거나 이에 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예외적인 심판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는?

한편, 헌법재판소 공보관실은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육군훈련소가 종교행사 참석조치를 통해 청구인들의 종교행사 참석을 사실상 강제했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종교행사 강제 참석조치가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는 점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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