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시민사회단체들은 “수많은 청년들을 들러리로 세우며 악질적인 채용비리를 저질러 놓은 것도 모자라, 국회에서 위증으로 국민을 기만한 국민은행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위증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고발해 위증죄로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발언하는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br>
발언하는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청년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민생경제연구소, 청년유니온은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파렴치한 국민은행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국회는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위증죄로 즉각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월 11일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 채용비리 관련’으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채용비리 질의에 대해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법원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과 다른 내용을 허위 증언했다는 것이다.

민병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이재근 국민은행장 / 사진=국회방송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채용비리 사건의 판결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고도 거짓 증언으로 일관했다”며 “국민은행이 채용비리 최다 건수를 기록해 청년들의 절실한 기회를 빼앗고도, 국정감사장에서 위증까지 자행하며 국민들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법원은 지난 1월 14일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고, 업무방해(부정청탁)와 성차별 범죄를 인정한 바 있다”며 “이에 국민은행을 뒤따르는 수식어가 ‘금수저 은행, 성차별 은행’임에도 국민은행장이 위증을 자행하는 것은 안면몰수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임직원들은 2015년~2017년 신입행원 채용절차 등에서 청탁받은 특정 지원자들을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들의 합격률을 낮추기 위해 심사위원들이 부여한 평가등급을 임의로 조작함으로써, 채용 심사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근로자 채용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은행 인사팀장 A씨는 국민은행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상사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지원자 명단을 받았다.

지시 중에는 ‘신입행원 최종 합격자의 남성과 여성 비율을 6:4나 7:3으로 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남성지원자 113명에 대해 서류전형 평가 심사위원들이 부여한 자기소개서의 평가등급을 임의로 상향하거나, 반면 여성지원자 112명은 자기소개서의 평가등급을 임의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차 면접 과정에서 청탁 대상자 20명을 포함해 28명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그중 20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킨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국민은행 인사팀장을 비롯해 결재권자인 전 부행장 등 4명 임직원들의 불법행위 즉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1심인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1단독 노미정 판사는 2018년 10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은행 채용팀장, 인력지원부장,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에게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본부장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받는 주식회사 국민은행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노미정 판사는 “불법적인 조작으로 점수가 변경돼 당락이 달라진 지원자의 규모가 상당하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채용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했던 일반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사실상 가장 큰 피해자는 지원자들이고, 이들이 받은 허탈감과 배신감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 3-2부(재판장 송영환 부장판사)는 2021년 7월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민은행 전 인사팀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채용에서 탈락한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다른 사건과 비교해 많은 지원자의 합격 여부가 변경돼 죄질이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양형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A씨 등이 상고해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1월 14일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은행 전 인사팀장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른 임직원 피고인들도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또한 대법원은 여성 보다 남성 지원자를 더 뽑으려했던 국민은행 법인에 대해서도 ‘남녀 차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확정했다.

변호사 출신 민병덕 의원
변호사 출신 민병덕 의원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변호사 출신 민병덕 국회의원은 “누군가의 청탁, 은행 고위직의 지시에 의해서 점수가 임의 조작된 부정입사자가 몇 명입니까”라고 물었고,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그건 판결문에 나와 있지 않고요. 어떤 특정인을 상대로 해서 ‘이 사람 합격해’ 이렇게 된 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판결문을 근거로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이 답변을 위증으로 봤다.

1심 판결문에는 “인사 청탁 등의 이유로 특정지원자를 합격자로 만들어 적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채용 업무를 방해하였다. 불법적인 조작으로 점수가 변경되어 당락이 달라진 지원자의 규모가 상당하다”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1ㆍ2ㆍ3심 판결문을 종합하면 국민은행은 2015~2017년 여섯 차례의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최소 251명을 청탁이나 부당 지시에 의해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민병덕 의원은 “성별, 학벌 그리고 지역균형 채용 외에 누군가의 청탁이나 지시에 의해서 부정입사한 사람이 없느냐”라고 물었고,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법원 판결에서는 그렇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민병덕 의원은 거듭 “20명의 부정청탁자가 있고, 거기에 대해서 (점수) 조작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없느냐”, “어떤 사람의 부정청탁한 것에 의해서 부정채용한 사람이 없느냐”라고 질의했는데,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법원 판결에 안 나온 걸로 알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증거인멸을 위한 채용 관련자료 폐기 혐의도 받고 있었는데, ‘피해자 구제’ 질의에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저희가 누구를 구제해야 될지 특정할 수가 있어야 되는데, 채용 절차가 끝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지원 당사자에 대한 자료를 폐기하도록 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까 지금 누가 피해자인지 특정할 수가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채용팀장이 금감원의 채용비리 감사기간 중에 부하 직원에게 지시하여 채용절차가 종료된 후 남아있던 불합격자들 관련 자료 등을 인멸하였다. 범행이 발각되었음에도 구제받은 불합격자가 없게 되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즉, 국민은행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감추기 위해 이재근 은행장은 ‘개인정보보호를 핑계로 피해구제가 어려워졌다’라는 식으로 국민들이 사실관계를 오인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국민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심지어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청탁대상자가 모두 부정입사자는 아니다’라는 궤변을 펼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민병덕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20명 정도의 청탁에 의해서 면접 점수를 조작한 사람이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는데 없습니까”라고 질의했고,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그것(부정청탁) 때문에 합격했다고 하게 되면, 그 분들이 모두 합격을 해야 하는데”라고 대답했다. 부정청탁 대상자 모두가 합격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항변으로 보인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또 “실질적으로 채용비리에 연루된 (신입) 직원들은, 신규로 채용된 직원들이 많지만 거기서 합격한 직원도 있고, 또 오히려 불합격한 지원자도 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하지만 “청탁대상자 모두가 합격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고 했다.

2심 판결문에는 ‘경영지원그룹 부행장, 인력지원부장, HR본부장은 채용팀장에게 <서류전형까지 합격 부탁> 등이 기재된 메모를 전달’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또한 1심 판결문에는 ‘인력지원부장은 채용팀장에게 지원자 김OO에 대하여 <회장님 각별히 신경>이라는 내용의 청탁 메모를 전달’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즉, 채용청탁 단계부터 청탁자별 등급을 나눠 ‘최종 합격 대상자’, ‘서류전형 합격 대상자’ 등 청탁자의 중요도에 따라 전형 단계별로 관리해 왔다는 의미이며, 국민은행은 처음부터 서류전형만 합격시킬 목적으로 관리한 청탁대상자가 별도로 있었던 셈”이라며 “따라서 합격한 청탁대상자들의 실력을 운운하는 것은 거짓 증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악질적인 차별 채용에 대해서도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국민은행은 2015~2016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 지원자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서류전형 평가 점수를 조작한 성차별 채용뿐만 아니라, 지역별ㆍ학력별 차별도 자행했다”며 “그러나 이재근 은행장은 ‘편중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조정했다’라면서 ‘청탁이 아닌 고른 인재 채용, 균형선발’인 것처럼 꾸며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굉장히 송구스러운 말씀이지만, 지역별로 너무 편중돼 있다든지”라고 말해, 민병덕 의원으로부터 “그러니까 성별, 학력, 지역균형 채용을 하기 위해서 (점수조작을) 했을 뿐이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게 국민은행 주장입니까”라고 타박을 받았다.

이에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일반 조정이라고 해서 편중되는 것을 스프레드 아웃(넓은 공간을 쓰다)시키기 위해서 조정을 했다”고 대답했다. 이재근 은행장은 또 “채용 절차에서 심사위원들이 최종적으로 점수를 매긴 걸, 편중을 해소하고자 인사팀에서 (점수조작)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답변하는 이재근 국민은행장 / 국회방송 화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수많은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아 들러리로 세우며 악질적인 채용비리를 저질러 놓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하는 국민은행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은행이 반성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심지어 국민은행은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부정입사자 채용취소와 피해구제를 거부하며 법을 무시했고, 사실관계를 호도하면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판결내용을 꼼꼼히 검토한 것으로 봐, 이재근 은행장의 위증은 의도적인 것으로 판단되며 그 죄는 악질적”이라며 “따라서 국회는 국민들을 기만한 이재근 은행장을 위증죄로 즉각 고발하고, 국민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강력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지난 국정감사장에서 민병덕 의원의 채용비리와 관련된 여러 질의에 대해 “법원 판결”을 수차례 언급하며 대답했다.

특히 민병덕 의원이 “은행도 공기업 수준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신뢰를 배한 것이다. 신뢰를 배반햇으면 빨리 회복하려고 해야지 왜 계속 숨기려고 하느냐. 국민은행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라고 물었을 때,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판결문 관련해서는 저희도 참 곤혹스러운 입장”이라며 “(판결문에) 저희 피의자 직원 4명이 뭐를 했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고 말해 법원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했음을 내비쳤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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