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구청 공무원이 수의계약 당사자로부터 현금 10만원을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배심원들은 무죄로 평결했으나, 재판부는 유죄로 선고했다.

검찰은 부산의 모 구청 소속 공무원 A씨가 관광시설관리사업소 해수욕장 운영팀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4월 B씨로부터 ‘해수욕장 시설물 설치ㆍ철거 용역 업무에 관한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고 앞으로도 계속 용역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는 묵시적 청탁과 함께 현금 10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며 기소했다.

A씨는 “B씨로부터 10만원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는 해외출장 여비 부조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사교적 의례에 불과해 뇌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배심원 7명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평결 결과 3명은 유죄, 4명은 무죄로 판단했다. 배심원들은 판사의 의견을 들은 후 다수결의 방법으로 무죄를 평결했으나, 재판부는 무죄 평결과 달리 유죄를 인정했다.

부산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박무영 부장판사)는 10월 31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먼저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과 달리 판단한 것에 대해 “‘사실의 인정’과 달리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의 경우 비법률전문가인 배심원의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점, 무죄의 만장일치의 평결이 이루어진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심원의 다수 평결과 달리 판단하기로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리고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았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사회상규에 따른 의례상의 대가 혹은 개인적 친분관계에 따른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인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 내용, 직무와 이익 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사정과 아울러 제공된 이익의 종류와 가액도 함께 참작해 이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법원 판례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은 시설관리사업소 소속 해수욕장 운영팀장으로서 해수욕장 운영 업무 등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고, B씨는 이 시설관리사업소로부터 해수욕장 등의 주요 시설물의 설치ㆍ철거 등 용역을 수주받는 사업을 해왔고, B씨는 ‘전반적으로 잘 봐달라는 취지에서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며 “B씨와 피고인 사이에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해 10만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볼만한 정황도 전혀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B씨는 뇌물공여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B씨로부터 받은 10만원은 비록 액수가 소액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뇌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뇌물액이 비교적 소액이고,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정황은 보이지 않고, 지인과 친척 등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하다”는 유리한 정상과 “부산지역 주요 해수욕장의 관리를 총괄하는 공무원인 피고인이 업무와 관련해 사인으로부터 현금을 뇌물로 수수한 것으로 직무관련성이 비교적 강하다”며 불리한 정상을 함께 고려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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