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동학대행위자의 인적사항을 보도할 경우 처벌하는 아동학대처벌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아동학대행위자의 식별정보를 보도하는 자극적인 보도가 금지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아동학대 사건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아동의 사생활 노출 등 2차 피해를 보호해 아동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공익을 매우 중요하다고 봐서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식별정보 보도금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최초의 판단이다.

JTBC 소속 A기자는 2019년 9월 방송뉴스를 통해 아동학대범죄사건의 아동학대행위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을 방송했다는 공소사실로 약식명령을 받았다. 당시 실명, 얼굴사진, 경력 및 사건 발생지 등을 특정해 방송했다.

A기자는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제1심 재판 계속 중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 제2항 중 ‘아동학대행위자’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21년 1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5조(비밀엄수 등의 의무) ②항은 “신문의 편집인ㆍ발행인 또는 그 종사자, 방송사의 편집책임자, 그 기관장 또는 종사자, 그 밖의 출판물의 저작자와 발행인은 아동보호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그 밖에 이들을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10월 27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 제2항 중 ‘아동학대행위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성인에 의한 학대로부터 아동을 특별히 보호해 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이 사회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법익”이라며 “이에는 아동학대 자체로부터의 보호뿐만 아니라 사건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노출 등 2차 피해로부터의 보호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행위자의 대부분은 피해아동과 평소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행위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 등(이하 식별정보)을 신문의 편집인 등이 보도하는 것은 피해아동의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헌재는 “정보통신 기술과 매체의 높은 발전 수준을 감안할 때, 아동학대행위자의 식별정보가 보도된 후에는 2차 피해를 차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식별정보 보도를 허용할 경우, 학대범죄의 피해자로서 대중에 알려질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피해아동들로 하여금 진술 또는 신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따라서 일률적 보도금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보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아동학대행위자의 식별정보에 대한 보도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라며 “따라서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 사건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보도의 필요성이 큰 경우라도, 익명화된 형태로 사건을 보도하는 방법을 통해 언론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국민의 알 권리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사익은 아동학대행위자의 식별정보를 보도하는 자극적인 보도가 금지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보호하려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헌재는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헌법재판소 공보관실은 “이 사건은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식별정보 보도금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보관실은 “헌법재판소는 아동학대 사건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노출 등 2차 피해로부터의 피해아동 보호를 중요한 공익으로 인정하면서, 아동학대행위자의 식별정보의 보도는 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피해아동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점, 언론기능 및 국민의 알 권리는 익명화된 사건보도로도 충족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심판대상조항이 언론ㆍ출판의 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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