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단순히 이 표지를 자동차에 비치했더라도 장애인전용주차장이 아닌 일반주차장에 주차했다면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5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차량은 장애인이 사용하는 자동차가 아닌데도 구청에서 발급한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보호자용)’를 승용차 전면에 비치했다.

검찰은 “이로써 공문서를 부정행사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장애인인 어머니 때문에 2014년 이 표지를 발급받아 사용해왔는데, 2019년 이사를 하면서 모친과 주소지가 달라져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의 효력이 사라진 상태였다.

1심은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는 장애인이 사용하는 자동차를 지원하는 데에 편리하도록 장애인이 사용하는 자동차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표지이고,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는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의 용도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승용차를 주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용권한이 없는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승용차에 비치해 마치 장애인이 사용하는 자동차인 것처럼 외부적으로 표시했으므로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부정행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과 달랐다.

대법원
대법원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등편의법의 규정과 관련 법리에 따르면,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는 장애인이 이용하는 자동차에 대한 조세감면 등 필요한 지원의 편의를 위해 장애인이 사용하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것이고,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가 있는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는 보행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이용하는 자동차에 대한 지원의 편의를 위해 발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는 등 장애인 사용 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단순히 이를 자동차에 비치했더라도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했다고 볼 수 없어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실효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가 있는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승용차에 비치한 채 아파트 주차장 중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아닌 장소에 승용차를 주차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는 피고인이 장애인사용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승용차에 비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공문서부정행사죄에서 ‘부정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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