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친엄마의 자녀들에 대한 아동학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친부가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에 대해 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울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친엄마 A씨는 2018년 자신의 집에서 당시 7살과 4살인 자녀들 머리채를 잡아당기거나, 불꺼진 화장실에 가두거나, 욕설을 하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 자녀들에 대한 친모의 학대는 남편이 A씨의 욕설이 담긴 녹음 파일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1심인 울산지법은 지난 2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명령, 3년간 취업제한명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고소인이 제출한 USB에 저장된 녹음파일은 피고인과 피해자들 간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한 것으로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A씨는 또한 “통신비밀보호법에는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함으로써 얻은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녹음파일 및 이에 터 잡은 2차적 증거들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피고인은 자녀들인 피해자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적은 있으나, 피해자들을 신체적 또는 정서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울산지법 홈페이지
울산지법 홈페이지

항소심인 울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황운서 부장판사)는 최근 어린 자녀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A씨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킨다”며 “따라서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고소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녹음파일과 녹취록 중 증거로 필요한 부분은 폭력 등 유형력의 행사나 욕설 내지 위협적인 말이 담긴 부분이라 할 것이고, 범행 당시 피해아동들의 나이가 7~8세 및 4~5세에 불과했던 점, 고소인은 피해아동들의 친부로서 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할 법적 의무를 가진 점까지 감안하면, 위와 같은 부분이 고소인 입장에서 ‘타인 간’의 의사소통행위로서 ‘대화’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아동학대범죄는 피해아동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한 범죄로 주로 주거 등 내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피해아동은 자신을 방어하거나 상황 표현능력이 부족하기 마련이어서 학대의 의심을 품은 부모로서는 몰래 녹음을 하는 외에는 충분한 증거를 수집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점, 피고인은 피해아동들의 친모로서 고소인과 마찬가지로 피해아동들을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가 있는 점, 피고인은 원심에서 녹음파일과 녹취록 등을 증거로 함에 동의한 바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녹음으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 침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아동들을 상대로 하는 욕설 등이나 육성이 아닌 소리 등이 담긴 녹음파일 및 녹취록의 증거능력은 인정될 뿐만 아니라, 원심 판시 증거들은 녹취록 등을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A씨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은 범행의 주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당히 일관돼 신빙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봐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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