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얻게 된 외국국적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에게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국적회복을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란 남성과 혼인해 자동으로 이란국적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A씨가 국적회복 신청을 했지만 과거 범죄경력 등을 이유로 국적회복 신청을 거부한 법무부의 결정은 잘못이라고 판단해 이를 취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란의 국적제도에 따르면 이란 남성과 혼인하는 외국인 여성에게는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이란 국적을 자동으로 부여한다.

권익위에 따르면 2015년 1월 이란 남성과 혼인한 A씨는 그해 2월 3일 혼인신고를 해 이란국적을 자동으로 취득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혼인신고 8일 후인 2월 11일에 출국했고, 범죄행위 등으로 5년간 재입국이 금지됐다. 이후 A씨는 이란 남성과 연락이 되지 않았고, 그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국적법 제15조 제2항에 따라 이란국적 취득 후 6개월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겠다는 신고를 해야 했지만, 관련 규정을 안내받지 못했다.

‘국적법’ 제15조에 따르면, 혼인으로 외국인 배우자의 국적을 취득하게 된 경우 외국국적 취득 후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 보유의사를 신고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

A씨는 국적보유 신고만료일인 그해 8월 3일에서 15일이 지난 8월 18일에 대한민국 국적 보유의사를 신고했지만, A씨의 국적은 이미 혼인신고일인 2월 3일로 소급돼 상실됐다.

A씨는 혼인이 파탄 나 이란국적이 필요 없고, 한국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등 한국이 생활터전이라며 국적을 회복해 달라고 법무부에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과거 범죄경력 등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에 따르면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는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아니한다.

이에 A씨는 이란국적 취득시 관할구청 등으로부터 한국국적 보유의사를 6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안내받지 못했고 과거 범죄행위 때문에 국적회복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A씨의 범죄는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을 때 행한 것으로 만약 15일 일찍 대한민국 국적 보유 의사를 법무부에 신고만 했더라도 범죄경력과 상관없이 국적을 상실하지 않았을 것인 점 ▲A씨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사람인 점 등을 이유로 법무부의 국적회복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한편, 중앙행심위는 지난 5월 1일부터 신속하고 공정한 사건 해결을 위한 조정제도를 시행 중에 있는바, 중앙행심위는 사건의 법적ㆍ사실적 상태와 당사자와 이해관계자의 이익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한 후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조정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오는 11월 1일부터는 행정심판에 국선대리인 제도가 도입되는데, 이를 통해 행정심판 청구인이 경제적 능력으로 대리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중앙행심위에 국선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게 되며, 현재 구체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으로 개정 중에 있다.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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