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구은행의 은행장과 부행장 등이 연루된 채용비리가 뒤늦게 드러나 해고됐던 직원이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대구은행이 이 직원에 대한 면직처분, 징계면직처분, 채용취소처분 모두 근거규정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채용과정에서 지원자를 대구은행에 채용시키려는 채용청탁이 대구은행 임직원들 사이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고, 지원자가 채용청탁에 직접 관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해고무효확인 사건을 대리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강문대 변호사는 “채용비리는 당연히 근절돼야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비리를 행한 자’에게 물어야지, 채용비리에 관여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번 판결은 그 점을 확인한 것으로 법리적으로나 순리적으로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대구은행

◆ 대구은행 채용비리 무슨 일이 있었나?

DGB대구은행은 2017년 3월 상반기 7급 신입행원 채용절차(서류전형, 필기전형, 실무자면접, 임원면접)를 진행해 30명을 최종 합격자로 선발했다. 당시 합격해 대구은행에 입사한 A씨는 예금계 등에서 근무해 왔다.

그런데 대구은행의 신입행원 채용절차에 있어 채용청탁에 따른 채용비리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대구은행 공채 지원자는 1544명이었고, 1차 서류전형 합격자는 357등이며, 정량평가 점수는 80점 만점 중 51.33점이었다. A씨는 서류전형 정량평가에서 36.13점을 받았고, 정성평가 점수를 더한 합계점수 기준으로 서류전형 탈락 대상에 해당했다.

그런데 A씨에 대해 당시 대구은행 부사장, 지점장의 채용청탁이 있었고, 이후 A씨의 서류전형 정성평가 등급이 최종등급인 ‘SS’로 조작됐다. A씨는 정성평가 등급 조작 결과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었고, 이후 최종 합격자로 선발됐다.

검찰은 “대구은행 채용 업무를 총괄하거나 관리ㆍ감독 내지 채용실무를 담당한 당시 대구은행장, 영업지원본부장, 인사부장, 인사과장 등이 공모해 1차 서류전형에서 A씨를 포함한 지원자 6명이 탈락하자 사후적으로 이들의 서류전형 정성평가 등급을 최고등급인 ’SS’로 조작해 서류전형을 통과시키는 등 위계로써 공채의 전형단계별 심사위원들의 공정하고 적정한 평가업무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대구은행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재판 결과 대구은행 공채 관련자들의 채용비리 공소사실은 유죄로 확정됐다.

이후 대구은행은 2021년 4월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A씨에 대해 ‘부정 입행에 따른 면직 결정, 부정 입행에 따른 징계면직 결정, 부정 입행에 따른 채용취소 결정’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대구은행은 이날 A씨에게 퇴직구분을 ‘면직, 징계면직, 채용취소’로 하면서 해고통지서와 함께 보냈다. 대구은행은 내부 인사지침(2020년 3월 31일 개정)에 있는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된 사실이 확인된 경우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에 A씨는 “대구은행의 해고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각 처분은 성질상 해고에 해당하는데, 면직처분과 채용취소처분의 근거규정은 원고에 대한 채용이 이루어질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규정이므로 위 규정을 근거로 각 처분을 내릴 수 없고, 한편 원고는 채용비리에 관여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은행은 원고에 관한 채용비리를 이유로 처분을 했기에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러면서 대구은행에 “해고한 날로부터 복직시킬 때까지 월 37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해고에 따른 매월 임금을 청구했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 대구지방법원 “대구은행, 원고에 대한 면직처분, 징계면직처분, 채용취소처분 위법해 무효”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서범준 부장판사)는 9월 29일 해고된 A씨가 대구은행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대구은행이 2021년 4월 27일 A씨에 대한 면직처분, 징계면직처분, 채용취소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대구은행은 2021년 4월 29일부터 A씨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37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대구은행의 A씨에 대한 면직처분의 성격에 대해 “징계면직처분과 구별되는 소위 통상해고로서, 처분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요구되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면직처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대구은행이 면직처분의 근거로 삼은 인사지침(2020년 3월 31일 개정) 규정은 면직처분 사유가 발생한 때라고 할 수 있는, 대구은행이 A씨를 최종 합격자로 선발한 2017년 4월 27일에는 인사지침에 존재하지 않았던 규정이 분명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은 면직처분의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은행은 “면직은 행위시법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취업규칙의 신설 또는 변경을 통해 이미 종결된 과거의 사실관계를 소급해 다시 평가함으로써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경우 이는 법률이 과거의 종결된 사실관계를 사후적으로 규율할 때와 마찬가지로 소급효에 따른 신뢰보호원칙의 침해문제를 발생시킨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면직처분은 기존에 형성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불이익 처분에 해당하는 점, 징계면직처분과 면직처분은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해고라는 점에서 동일하므로, 징계면직처분뿐만 아니라 면직처분에 있어서도 행위시법주의가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대구은행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대구은행은 ‘A씨가 주체가 돼 직접 채용청탁을 행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채용청탁으로 인해 A씨가 채용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 점’을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A씨의 비위행위로 봐 인사규정을 적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3자의 채용청탁으로 인해 A씨가 채용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 점’만으로는 대구은행의 옛 인사규정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며, 달리 대구은행의 인사규정이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를 A씨가 행했음을 이유로 징계면직처분이 이루어진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결국 징계면직처분은 근거규정이 징계사유로 삼고 있지 않은 행위를 비위행위로 삼아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용과정에서 원고를 대구은행에 채용시키려는 채용청탁이 대구은행 임직원들 사이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고, 이를 넘어 원고가 채용청탁에 직접 관여했다든가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원고에게 채용청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음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징계면직처분은 근거규정이 징계사유로 삼고 있는 비위행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것으로 위법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채용취소처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대구은행이 채용취소처분의 근거로 삼은 인사규정(2020년 1월 개정) 조항은, 위 규정에 따른 채용취소 사유가 발생한 때라고 할 수 있는 대구은행이 원고를 최종 합격자로 선발한 2017년 4월에는 대구은행 인사규정에 존재하지 않았던 규정이 분명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은 채용취소처분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없다”며 “결국 이 사건 채용취소처분은 아무런 근거규정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이 사건 각 처분에 따른 해고처분은 근거규정 없이 이루어졌거나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위법해 무효”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A씨의 임구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처분이 무효인 경우에는 그 동안 근로계약 관계가 유효하게 계속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계속 근로했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며 “해고처분이 위법해 무효이므로, 원고가 각 처분이 있은 날의 다음날부터 복직할 때까지 근로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37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문대 변호사
강문대 변호사

◆ 해고무효확인소송 대리인 강문대 변호사 “채용비리 책임은 비리 행한 자에 물어야”

한편, A씨의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대리한 강문대 변호사(법무법인 서교)는 “채용비리는 당연히 근절돼야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비리를 행한 자’에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근로자가 자신이나 친인척과 지인을 통해 채용비리에 관여했다면 근로자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근로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이번 판결은 그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 판단은 법리적으로나 순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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