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최근 5년 동안 보험금 분쟁을 겪은 우체국보험 가입자 4명 중 3명은 우체국보험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불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정안에 수용한 가입자는 24.4%에 불과했다.

우체국보험을 운영하는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과기정통부 소속인 우체국보험분조위의 ‘제 식구 편들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변호사 출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변호사 출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2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우체국보험분쟁조정위 조정 결과에 대한 신청인 대응 현황’에 따르면 우체국보험분조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수용한 우체국보험 가입자는 24.4%에 불과했고, 불수용한 조정안은 73.6%로 나타났다.

이정문 의원은 “이는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의 조정 성사율이 87.3%인 것과 대조된다”고 비교했다.

이 의원은 또 “보험사가 조정안을 거부한 건을 빼면, 가입자의 조정안 수용률은 97.3%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정문 의원은 “우체국보험분조위의 조정성사율이 저조한 이유로 우체국보험분조위가 우정사업본부와 ‘한 식구’라는 점이 꼽힌다”며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을 금융감독원이 조정하는 보통의 금융분쟁조정과 달리, 우체국보험분조위와 우정사업본부 모두 과기정통부 소속”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문 의원은 “심지어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 내 보험개발심사과가 우체국보험분조위의 사무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쟁조정 기관의 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해 우정사업본부와 가입자 사이에서 객관적인 조정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변호사 출신인 이정문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우체국보험

또한, 우체국보험분조위원회와 금융분쟁조정위원회 모두 조정위원에 대해 연임을 허용하고 있는데,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가장 오래된 조정위원이 2020년 4월에 선임된 것에 반해, 우체국보험분조위 조정위원 11인 중 4인은 모두 7회 이상 연임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정문 의원은 “특히, 이들 중 선임된 지 가장 오래된 모 조정위원은 만 22년째 위원직을 유지 중인데,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같은 조정위원으로 운영되는 우체국보험분조위가 ‘익숙한 판단’에 적응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우체국보험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중 기타공공기관 기관장인 이OO씨는 22년, 전문의(내과) 김OO씨는 20년, 진OO 변호사는 18년, 대학교수(금융소비자학과) 최OO씨는 16년째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 세칙을 별도로 두고, 조정위원의 연임을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편, 최근 5년간 우체국보험분조위원회의 조정안에 가입자가 ‘불만’이었던 143건 중 가입자가 같은 조정위원들에게 재조정을 신청한 건은 11건이며, 다시 마련된 조정안을 가입자가 수용한 건은 4건이다. 143건 중 19건은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정문 국회의원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보험의 가입자들이 민영보험 가입자들보다 보험금 분쟁에서 취약해선 안 될 일”이라며 “조정위원들의 후보군을 넓혀 합리적인 조정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문 의원은 “장기적으로 우체국보험의 분쟁조정을 금융감독원 등 우정사업본부와 연관되지 않은 기관이 담당하는 한편, 우체국보험 가입자들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우정사업본부는 “소비자 요청을 적극 반영해 분조위 안건을 상정하다보니 불수용으로 판정되는 건도 더 많은 상황”이라며 “타 기관의 조정사례를 참고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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