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16일 “국회와 정부는 공익소송에서 사회적 약자의 소송비용을 감면하는 법률 개정을 적극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대한변협은 성명에서 “민사소송법 제98조의 ‘패소자 비용부담 원칙’을 완화해 공익성을 갖춘 장애차별 구제소송 등에서 소송비용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약자의 사법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관계 법령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2021년 12월 20일부터 현재까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주도로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 등 일부 구간에서 비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촉발된 배경에는, 서울교통공사 등 교통당국이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지하철 승강장을 출입할 수 있는 연단 간격과 단차(壇差) 설치를 확보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고 봤다.

이어 “현행 도시철도건설규칙은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최대 10cm를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초과할 경우 안전발판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제30조의2), 2004년 개정된 동 규칙은 ‘규칙 시행 당시 또는 이전에 건설된 역사(驛舍)에서는 위 규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적용 예외조항을 경과규정으로 두고 있다”고 짚었다.

변협은 “그 결과 전국 268개 역 중 연단 간격이 10cm가 넘는 151개 역(56.3%)에서는 승객들의 잦은 발빠짐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특히 휠체어 등 보조기구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들은 사고에 더욱 취약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결국,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이 2019년 7월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지하철 단차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안전발판 설치가 곤란한 현저한 사정이 인정된다는 이유 등으로 잇따라 패소했다”며 “나아가 법원은 패소자 비용부담 원칙에 따라 공사 측의 변호사보수 등 소송비용 1000여 만원을 장애인들이 부담하라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은 “그 밖에도 공익 목적으로 제기된 다수의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소송에서 소송비용을 장애인 측에게 부담시키고 있는데, 민사소송법에 공익성을 고려한 소송비용 감면 허용 근거규정이 없다는 게 법원의 결정 이유”라며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래 1만 5000건의 장애인 차별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됐으나, 법원에 소송으로 제기된 사건은 불과 수십 건에 그친 것도 이 같은 소송비용 부담으로 인한 장애인의 사법접근권의 현실적 한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변협은 “장애가 있다고 비장애인에 비해 더 큰 피해에 상시 노출되도록 방치하거나, 안전상 위험 감수를 요구할 수 없다”며 “비합리적으로 운용되는 법과 제도, 차별행위가 있다면 이를 시정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특히, 사법적인 경로를 통해 이 같은 개선책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경우 이러한 공익소송의 접근에 있어 패소자 비용부담의 원칙이 더 이상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이와 관련해서 국제연합(UN)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게 “변호사보수를 포함한 소송비용의 부담을 장애인의 사법접근권을 제한하는 요소”로 지적하면서 이를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변협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 주요 해외 선진국에서도 인권, 소비자 보호, 고용관계, 환경보호 등 공익소송에서는 비록 원고가 패소하더라도 상대방의 변호사보수를 부담하지 않도록 면제 또는 경감하는 제도를 마련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변협은 “공익소송 전반에 대한 소송비용 감면제도 도입에는 찬반 의견이 공존해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의견수렴이 필요한 반면, 사회적 요청이 현저히 대두되는 장애 차별 등 특정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개별 법률의 개정을 통해 소송비용 감면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변협은 “장애는 불편의 이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불행의 이유는 될 수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법익과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장애차별 구제청구소송 등 공익성이 인정되는 특정 영역에서 패소자의 비용부담을 감면하는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여,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는 첫 단추를 꿸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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