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2일 한국정부와 론스타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중재재판부의 판정에 대한 법무부의 설명을 조목조목 꼬집으며 조언했다.

대한변협은 특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부터 매각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법령을 어긴 특혜와 의혹으로 얼룩져 있다”며 “핵심 쟁점에서 실질적 승소 비율이 62%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청구금액의 95.4% 기각이라는 숫자에 현혹돼 자위할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이날 변협은 “정부는 론스타 분쟁과 관련하여 외환은행 인수부터 국제중재결정까지의 절차적 문제점과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고, 이후 유사한 국제분쟁에 대비하여 제도개선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변협은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정부와 론스타의 분쟁이 2억 1650만 달러와 지연이자를 배상하라는 중재판정으로 1차 종결됐다”며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변협은 “치솟는 환율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3천억 원 가까운 배상 금액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10년간 지연이자도 185억 원에 달하며, 투입된 소송비용만 수백억 원에 이른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표현처럼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최소한 3100억 원 이상 지출해야 할 처지”라고 짚었다.

변협은 “핵심 쟁점에서 (한국 정부의) 실질적 승소 비율이 62%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청구 금액의 95.4% 기각이라는 숫자에 현혹돼 자위할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8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론스타 측 청구금액 약 468억 달러(약 6조 1000억) 중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에 대해 론스타 측이 승소하고, 나머지 44.6억 달러(약 5조 8000억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승소했다”며 “정부는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하고, 4.6% 일부 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협은 그러면서 “정부가 이의신청을 적극 검토한다고 하지만,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일탈, 판정 이유 누락, 심각한 절차 규정 위반 등 협정상 이의 사유가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바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부터 매각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법령을 어긴 특혜와 의혹으로 얼룩져 있다”며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정부가 위법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고 짚었다.

대한변협은 “그런 가운데 관련 형사재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포함해서 법률적ㆍ정치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당초 외환은행 매각 시부터 중요한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이 밀실에서 몇몇의 논의로 진행되면서 정확한 법률적ㆍ절차적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지적되고 있는 점과, 막상 금융정책 부문에서는 구체적 대안 제시가 없는 점을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대한변협은 “론스타의 중재 제소 이후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변협은 “엉성한 대응으로 ‘애초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서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없었으며, 따라서 외환은행 인수가 원천 무효에 해당하고, 본건 중재신청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법률적 쟁점을 제기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도 정부 관료들의 실책과 분쟁 대응 과정에서의 이해충돌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고 하면서다.

대한변협은 “금융당국의 연이은 판단 착오와 실책으로 인해 쉽게 끝낼 수 있는 사건을, 장장 10년을 끌면서도 결국 책임 인정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질타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현재 여러 건의 국제투자자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법무부에 주지시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금이라도 향후 새로 벌어질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비해서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며 “론스타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의 여건이 성숙하지 못한 것에만 그 책임을 돌릴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국민의 혈세와 국부를 제대로 지켜내려면 허술한 외양간을 튼튼하게 보수해야 한다”며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금융감독 체제 마련 등을 통한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적확한 대응은 단지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국격(國格)을 지키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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