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8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변협 창립 제70주년 기념식 및 제30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의 변호사는 3만 2000명을 넘는데, 이날 변호사대회에는 2000명 넘게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6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대구에서 발생한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사건 희생자 추모식’이 숙연하게 거행됐다.
추모식에서는 대한민국 변호사들을 대표해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석화 회장은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당시 장례위원장을 맡아 장례를 진행했다.
이석화 회장은 “추모사를 하기 전에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에 보내주신 회원 여러분의 따뜻한 위로와 도움의 손길에 먼저 머리를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제2정책이사인 한영화 변호사가 ‘그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고’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했다. 이 시는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이은빈 변호사의 작품이다.
한영화 정책이사가 추모시를 낭독할 때 회의장은 숙연해졌고, 한영화 정책이사는 추모시를 낭독하며 북받치는 울음을 꾹 참으려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고>
변호사 이은빈
샌드위치를 기다리는 줄이 다급하다
금요일 저녁인데 집에들 안 가는지
차근차근 기다려 쥐어든 그것
다른 한 손은 마우스에 대고서
화면을 멍하니 응시해본다
벌써 아홉시가 넘었네
그를 위한 마지막 의견서를 지금부터 써야지
사무실에 있을 때나 법원에 있을 때나 집에 있을 때나
일할 때나 먹을 때나 잘 때에도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차
판사님 제발 가여운 우리 의뢰인을 도와주세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지만
그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고
두장이 되고
열장이 되고
자정이 되고
새벽이 되고
제발
주말에라도 사건 생각이 나지 않게
뇌를 리셋해주세요
reset 버튼을 누르고 싶은
나의 이름은 변호사
어느덧 기척도 없이
가만가만 다가온 죽음의 숨소리
살려주세요
목이 터져라 외쳐볼 기회도 없이
뭘 잘못했나요
따져볼 찰나도 없이
새까만 연기로 가득 찬 동굴 속에서
캐비닛 안 빼곡히 꽂힌 법서 틈바구니에서
테이블마다 부지런히 쌓인 기록 사이에서
서면 쓰던 손
수화기를 들고 있던 손
서류철을 매만지던 손
애꿎은 생명들이 하나둘 스러져간다
火魔가 속절없이 삼켜버린
그들의 이름은
나의 이름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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