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로리더] 전국 3만 2000명의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9일 “법치주의 구현”을 강조하면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발전시키고, 사법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 법조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사설 법률플랫폼이 법률시장의 상업화와 오염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급증하는 변호사 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변호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에게 광고료 경쟁을 부추겨 주머니를 털고, 이들의 노동력을 장악하면서 지식 노동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회에 디스커버리제도(증거개시) 도입을 촉구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변협 창립 제70주년 기념식 및 제30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를 개최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대한변호사협회는 1952년 전쟁의 포화 속에 탄생해, 어느덧 일흔 살의 나이가 됐다”며 “그 사이 대한민국은 전후의 폐허를 딛고 민주화를 이루었고,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변호사대회에서 국민의례가 진행되고 있다.
변호사대회에서 국민의례가 진행되고 있다.

이종엽 변협회장은 “사법제도와 법률문화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계속해 왔으며,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회원 수가 3만 2천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이종엽 변협회장은 “7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대한변호사협회는 시대적 사명 앞에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법치주의가 이 땅에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앞장서 왔다”며 “대한변호사협회의 역사는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 헌신하고 우리나라 사법제도 발전과정을 몸소 겪어온 변호사들의 삶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대회
변호사대회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최근의 사회적 환경은 결코 법조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며 “재판 불신에서 기인하는 고질적인 높은 항소율, 만성화되는 재판지연 문제가 그렇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부작용, 적절한 논의와 검토 없이 일방 처리된 검찰수사권 폐지 입법, 이로 인해 형사사법의 누수현상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법치와 신뢰기반을 좀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 자리에서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특히 법률플랫폼을 직격했다.

이종엽 변협회장은 “변호사 직역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법조 유사직역에 의한 법률사무직역 침탈 시도가 거세지고 있다”며 “또한, 혁신산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창업과 기업공개 등을 통한 대박을 노리고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사설 법률 플랫폼은 법률시장 접근성 증진이라는 미명 하에 법률시장의 상업화와 오염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봤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변협회장은 “급증하는 변호사 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변호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에게 광고료 경쟁을 부추겨 주머니를 털고 동시에 이들의 노동력을 장악하면서 지식 노동을 통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변협회장은 “20년 전 국내 변호사에 의해 개발돼 법조인 정보와 판례 등 법률정보서비스 분야에서 국내 1위로 성장한 국내 회사가 있었다”며 “그 후 10년이 지나 해외 미디어기업에 매각됐고, 더 이상 대한민국 기업이 아니다”고 환기시켰다.

변호사대회
변호사대회

이종엽 변협회장은 “그런데, 지금도 많은 국내 변호사와 법률가, 정부 입법관계자들은 위 업체가 제공하는 국내 법조인 정보와 판례 등 법률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매달 상당한 이용료를 위 외국기업에 지불하고 있고, 위 회사는 현재도 국내 법률정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우리는 위 사례에서 뼈저린 반성과 교훈을 배워야 한다”며 “국내 법조인 정보와 판례 등 각종 법률정보가 해외 기업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고, 우리 법률가와 정책입안자들은 외국 기업에게 매달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용하고 있으나, 국부 유출 문제도 문제거니와 법률정보 분야에서 우리는 이미 주권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래 어느 시점에서 위 서비스 사업을 우리의 적성국가가 인수한다면, 우리 법조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변호사 정보와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법률플랫폼 시장을 이대로 방치하는 경우 법률시장도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앞선 사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법률가가 현재 대표적 사설 법률플랫폼 업체의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대회 심포지엄

이종엽 변협회장은 “현재, 우리 실정법은 이러한 사정을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법 규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대한변협은 국내 법률시장이 무제한의 상업화로 치닫는 사태를 막고, 자본과 해외에 종속되는 암울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변호사 광고규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변협회장은 “대한변협은 변호사정보센터 ‘나의 변호사’ 서비스를 개시해 국민들에게 공신력 있는 변호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내 사건에 적합한 법률대리인을 선정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변협 ‘나의 변호사’ 서비스는 검증된 변호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편익을 제공하면서 신뢰도를 높이고 변호사들에게는 널리 홍보할 기회를 제공해 건전한 수임질서와 법률시장 유지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이런 가운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과 같이 재판 제도에 대한 불신이 변호사 개인을 겨냥하는 비극적인 사건까지 발생했다”며 “위 사건 발생 이후, 대한변협은 변호사 신변 위협 사례를 수집하고, 안전 확보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법률사무소 종사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문명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변협회장은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 힘쓰고 있다”며 “구조적인 정보 비대칭 현상을 완화해 당사자 간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게 된다면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재판에 대한 국민적 신뢰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변호사는 다른 어느 직역에서도 볼 수 없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적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부여받았다”며 “바로 이 점이 변호사인 우리가 다른 법조 유사직역 전문가들과 본질적으로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 “변호사는 숭고한 사명과 사회적 책임에 걸맞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법의 지배’를 수호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변협회장은 “이러한 법의 지배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필수적”이라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발전시키고, 사법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 법조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오늘 우리는 헌법의 핵심적 가치인 법치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사법제도를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며 “진행될 심포지엄은 모두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연구하고 변호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밝혔다.

변호사대회 심포지엄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영상으로 축하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며 자리를 빛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국회 출석 관계로 영상으로 축하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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