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일반직 법원공무원들을 대표해 8월 22일부터 삭발 단식 투쟁에 벌이는 이경천 법원본부장

[로리더] 전국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을 대표하는 이경천 법원본부장이 8월 22일 대법원 청사 내에 천막을 설치하고 ‘삭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하위직 법원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승진 적체와 법관과의 수당 차별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강력히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예산 권한이 없다’고 주구장창 핑계만 댄다”며 개선 의지가 없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는 직원들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질타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는 말로만 법원가족이라고 하지 말고 법원직원들을 케어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기자는 이경천 법원본부장이 삭발과 단식 투쟁에 들어간 다음날(23일) 천막농성장에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전국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이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삭발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경천 법원본부장

◆ 법원공무원 9급→7급 승진 12년 6개월 걸려 … 지자체 공무원 9급→7급 승진 7년 걸려

법원의 거의 모든 직원들은 9급에서 8급에 5년 6개월, 8급에서 7급에는 7년이라는 근속승진을 하고 있는 실정이며, 6급까지 2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9급에서 8급에 2~3년, 8급에서 7급에는 5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법원공무원과 지자체 공무원과의 승진 연차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당장 실질적으로 임금에서 차이가 나고, 또 근속연수에 따른 공무원연금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법원공무원들은 ‘생존권’에 비유한다.

대법원 청사에 설치된 법원본부 천막 농성

그래서 법원공무원들은 “단지 승진을 빨리하려는 것이 아닌 생존권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법원본부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법원본부의 곡기를 끊는 투쟁에 책임 있는 자세로 심각한 승진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 “법원공무원 승진지옥에서 해방, 법관과 수당 양극화 해소”

단식을 시작한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물과 효소만으로 버티고 있었다. 천막 농성장에는 “승진지옥으로부터 해방! 수당 양극화 해소!”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기자의 방문을 반갑게 맞이한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사실 법원공무원 승진 적체 문제는 오래됐다”며 “그 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절절함을 계속해서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장에게 이야기해 왔는데, 전혀 들어주지 않고, 승진 적체 해소에 대한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저희가 작년 5월 23일 조합원들과 함께 대법원 잔디광장에서 선포대회를 진행했다. 본부장과 사무처장이 삭발하고, 다른 간부들은 대법원 둘레를 오체투지로 진행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우리의 요구사항을 외치면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한 달 지켜보는데 전혀 반응이 없어, 6월 27일 조합원들이 대법원 잔디광장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했다. 법원행정처 건물 둘레를 행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법원 승진 적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공무원은 9급에서 8급 되는데 2~3년 걸린다. 그런데 법원공무원은 9급에서 8급 근속 승진하는데 5~6년 걸린다. 9급에서 8급 승진이 늦어지면, 또 8급에서 7급은 얼마나 늦어지겠느냐. 지자체는 8급에서 7급으로 올라가는데 5년 정도인데, 법원은 7년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이런 승진 체계를 법원행정처에서도 알고 있다. 우리는 법원공무원 인원을 늘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승진 체계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같은 공무원인데 지자체와 법원의 승진 편차가 왜 이렇게 크냐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원행정처에는 개혁위원회도 있고, 연구원도 있으니 거기서 논의해서 승진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법원공무원 승진 적체는 계속 악순환 된다”며 “법원에 하위직 공무원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청사에 설치된 법원본부 천막 농성장

◆ “법원행정처 핑계만 대더니, 법관만 재판수당 5만원 인상” 법원직원들 반발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그리고 법원 직원 수당도 문제다. 우리가 수당을 요구하면 법원행정처에서는 ‘예산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따올 수 없다’고 핑계를 댄다”며 “그런데 갑자기 올해 법관만 재판수당 5만원 인상됐다”고 밝혔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그래서 우리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과의 면담에서 ‘왜 법관만 수당이 인상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처장은 ‘잘 모른다’고 한다. 법원행정처장이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지 모르겠으나, 일반직 법원공무원도 똑같이 수당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노동조합은 법원공무원 승진 적체와 법관과의 수당 양극화를 해소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전국 법원에 현수막도 내걸고, 1인 시위도 하고, 법원행정처와 면담도 했다”며 “삭발 단식은 마지막 투쟁”이라고 결기를 보여줬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그는 “본부장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조합원의 노동조건과 같은 생존권은 본부장이 지켜내야 하는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번 단식은 본부장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투쟁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 “승진 문제는 조합원 생존권, 본부장 단식은 마지막 투쟁”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진짜 승진 문제는 임금이 걸린 생존권이다. 승진하면 임금이 올라간다. 수당도 임금이다. 임금이나 수당은 조합원의 생존권”이라며 “조합원 생존권을 본부장이 책임지지 못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이경천 본부장은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자꾸 예산 타령만 한다. 우리도 당장 승진시켜 달라는 게 아니다. 법원행정처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잡고 진행하면 우리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에서 계획을 세운다면 우리도 희망을 갖고 근무를 할 텐데, 아무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예산은 나의 권한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핑계를 댄다”며 “예산은 법원행정처에서 어떤 계획을 짜서 기재부(기획재정부)로부터 따와야지, 주구장창 ‘권한이 없다’고만 한다”고 질타했다.

대법원 청사에 설치된 법원본부 천막 농성장 

법원본부는 8월 22일 대법원 청사 안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선포식을 하고, 법원본부 청년위원장과 각 지부 청년위원장 등 4명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전국 법원의 조합원들이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에게 요구사항이 담긴 소원지를 전달했다.

청년위원장들이 면담 이후에 천막농성장에 와서 이경천 법원본부장 등 집행부에 면담 내용을 전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권한이 아니다’고 얘기하니 어처구니없다”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과 똑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예산, 승진, 임금은 나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며 “아니 사법부 수장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우리는 누구한테 이야기하느냐. 대법원장이 ‘나의 권한이 아니’라고 하니 어처구니없다”면서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청년위원장들과의 면담자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은 복지가 좋다’고 말해 법원공무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에 따르면 청년위원장들이 ‘복지가 뭐가 좋냐’고 물으니,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자체 보다 좋지 않으냐’고 했다고 한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공무원들은 복지 포인트가 있는데, 법원공무원들은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보다 복지 포인트가 한참 적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되고, 법원공무원들의 복지에 대해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법원 복지 좋다’는 김명수 대법원장 질타 받아

마침 인터뷰가 끝날 무렵 천막농성장을 찾은 법원본부의 한 지부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말한 ‘법원 복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어이없어 했다.

대법원에 설치된 법원본부 단식 농성장

이 지부장은 “법원공무원은 복지포인트가 연간 400점이 있다. 1점이 1000원이니 연간 40만원이라고 한다. 여기에 가족수당, 근속수당이 붙는다”고 한다. 그는 “지자체 공무원의 복지포인트는 지자체별로 좀 차이가 있는데, 1000점, 1500점, 2000점까지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교했다.

지부장은 “법원과 지자체와 복지포인트가 이렇게 출발부터 큰 차이가 나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복지가 좋다고 한가한 소리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내 수평적 구조’를 내세운 점도 반발을 샀다. 이 지부장은 “법원 내에서 수평적 구조가 이뤄진 것은 하위직이 상위직을 평가하는 ‘근무다면평가’가 도입돼 상사가 하위직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 것이고, 근무다면평가는 노동조합의 요구로 관철된 것인데, 이제와 대법원장이 법원의 복지로 내세우는 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 “사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공무원들이 추천해 임명돼 기대감 컸다”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사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공무원들이 추천해서 임명된 것이나 진배없어 기대감이 엄청 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식 이후에 법원노조 사무실에 와서 인사하기도 했다”며 “지금 보면 어쩌면 희망고문을 오랫동안 한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아무 것도 안 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청년위원장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우리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김명수 대법원장 ‘소통 잘되고 있지 않냐’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청년위원장들이 대법원장과의 소통이 안 되니까 ‘청와대 국민청원 창구처럼 대법원에 청원을 만들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안 된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대법원에 ‘사법부 소리함’처럼 청원코너를 만들어 놓고, 진짜 하위직 법원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좋지 않으냐고 하니,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건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경청하려고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년 9월 퇴임한다.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장이 지금처럼 해서는 답이 안 나와 법원공무원들은 처절함 속에서 이렇게 천막을 치고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그는 “저도 사실 불안하다. 지금까지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장을 상대로 설득해 왔는데, 투쟁 과정 속에서 피땀 어리게 지내 왔는데 우리가 원하는 100%가 아니라도 소기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합원들에게 상실감과 패배의식을 줄까봐 걱정이다”라고 털어놨다.

◆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할 말 있다면?

이경천 법원본부장 = 대법원장은 국민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법부 하위직 법원공무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뭔가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시라. 지금 법원의 제일 시급한 문제는 인원 충원이 아닌 승진 문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승진 체계를 구조적으로 개편해서 만들어주고 당당하게 퇴임했으면 좋겠다.

법원본부장의 단식 투쟁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움직여 달라는 것이다. 기재부가 사법부의 사정과 현실을 알고 있으니, 법원행정처는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찾아가 만나서 예산을 요구해 달라는 것이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법원 승진 구조가 잘못된 것도 있고, 다른 기관에 비해 엄청나게 늦어지고 있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개선 의지가 없어 보여 안타깝다.

승진 적체 해소 이것을 가지고 공무원끼리 갈라치기로 보일 수도 있으나, 법원공무원 승진 적체는 구조적인 문제다. 적체 이유가 이번에 공론화돼 경각심을 일으켜주고, 그래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 문제를 고민해서 뭔가 기초적인 제도를 만들어 놓고 퇴임했으면 좋겠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할 말이 있다면?

이경천 법원본부장 =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우리 법원 직원의 수장이다. 수장은 직원들에 대해서 어떠한 것이 제일 중요하고, 어떠한 점들이 고쳐져야 되고,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야 한다. 지금 직원들은 절망적이다. 희망을 잃은 지 오래다. ‘낙이 없다’라고 지금 울부짖고 있다.

그런데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권한이 없다’는 절망적인 한 마디로 우리의 요구사항을 묵살시켰다. 그러면 법원 직원들은 어디에 이 아픔을 이야기를 해야 되느냐.

이경천 법원본부장

우리의 아픔을 잘 어루만지고 잘 케어해서 건강하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할 책임이 있는 법원행정처장 아니십니까. 말로만 법원구성원이니, 법원가족이니 하지 말고, 진정으로 법원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가족이 이런 아픈 상황에 있으면, 어떻게 해야 되겠구나 잠도 못자고 고민을 하는 진정어린 마음으로 이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

법원본부장으로서 정말 절규하는 마음으로 진짜 죽고 싶은 마음으로 법원행정처장님에게 부탁드린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 법원본부(법원공무원노조)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이경천 법원본부장 = 조합원 동지들 3개월 반 동안 우리는 함께하고 투쟁해 왔다. 우리는 ‘우리의 투쟁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절망이라는 단어를 썼겠습니까. 오직 우리 노동조합을 믿고 끝까지 따라주신 조합원 동지들 너무나 고생이 많다. 이경천 본부장은 조합원의 생존권인 승진과 수당에 관한 문제를 절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힘닿는데 까지 저의 모든 것을 쏟아 붇겠다.

이경천 법원본부장

본부장은 끝까지 승리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합원 여러분 힘내시고, 우리의 약속들은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합원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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