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유족이 모르는 고인의 위패가 봉안됐다는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사진=권익위)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된 고인의 위패를 취소하고, 고인을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할 것을 국가보훈처에 시정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의 아버지는 6ㆍ25전쟁 중 전사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A씨는 전사통지서 및 유해를 인계받아 70년 넘게 유족이 묘를 안장 관리했다. 이후 2021년 2월 국립제주호국원이 개원해 A씨는 2022년 1월 아버지의 묘를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하고자 국가보훈처에 이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는 “A씨의 부친은 2003년 6월부터 이미 국립대전현충원에 위패가 봉안돼 있으므로 민원인의 신청은 국립묘지 간 이장에 해당하는데, 국립묘지 간 이장은 불가하다”라며 안장을 거부했다.

위패봉안은 유골ㆍ시신이 없어서 매장되거나 안치되지 못한 사망자 등의 이름을 석판 등에 기록해 보존하는 것이다.

유족들은 “아버지의 위패가 봉안됐다는 사실도 이장신청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며 “6ㆍ25 전쟁 중 전사한 아버지 묘를 제주호국원에 모시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사실관계 및 국가보훈처, 신청인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2001년 육군본부가 ‘6ㆍ25전쟁 제50주년 기념사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국립현충원 자료 비교를 통해 미봉안된 5만 8591명의 6ㆍ25 전사자 전원을 위패봉안 대상자로 판단한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부친도 유가족 동의 없이 위패봉안된 것이다.

또한 국립묘지법(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7조 제2항)에서 국립묘지 간 이장은 불가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장 불가 대상은 ‘안장된 사람의 시신이나 유골’로 돼 있을 뿐 ‘위패’에 대한 규정은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국립묘지에 위패가 봉안됐더라도 유골이 있어 국립현충원에 이장신청을 한 경우 승인된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점을 확인했다.

국가보훈처 문의를 통해, 고인의 유해 존재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는 경우 국립묘지에 유골을 안장하기 위해 국립대전현충원 위패봉안을 취소할 수 있다고 회신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고인의 위패가 봉안됐다는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국민권익위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은 당연히 보훈 혜택을 받아야 한다”라며, 앞으로도 국민 권익이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고충민원 해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로리더 김길환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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