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회의원들의 ‘정신분열’, ‘외눈박이’, ‘꿀 먹은 벙어리’, ‘절름발이’라는 표현에 대해 법원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장애인들은 상당한 상처와 고통, 수치심 등을 느꼈을 것이라고 봤다.

법원은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이런 표현들이 장애인들을 상대방으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봐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지체장애인, 시청각장애인, 정신장애인 등 5명은 2021년 4월 장애인의 날에 국회의원들의 모욕적인 발언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 수치심, 모욕감과 좌절감 등을 겪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국회의원들의 구체적 발언과 해명은 다음과 같다.

곽상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0년 6월 8일 페이스북에 “한쪽 눈만 감고, 우리 편만 바라보고, 내 편만 챙기는 외눈박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20년 7월 28일 국회 상임위원회 토의 과정에서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확실하게 챙겨주기 바란다”고 발언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1년 2월 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말했다.

조태용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1년 3월 1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갈팡질팡 대일 인식, 그러니 정신 분열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 아닌가?”라는 글을 게시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1년 3월 2일 페이스북에 “다른 것도 아니고 외교 문제에서, 우리 정부를 정신분열증이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참담함이란”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은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1년 3월 21일 논평에서 “3000원짜리 캔맥주, 만 원짜리 티쳐츠에는 ‘친일’의 낙인찍던 사람들이, 정작 10억 원이 넘는 ‘야스쿠니 신사뷰’ 아파트를 보유한 박영선 후보에게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고 밝혔다.

이에 장애인들은 “국회의원들이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장애인들에게 상처와 고통, 수치심, 모욕감과 좌절감을 줄 뿐만 아니라 자기 비하나 자기 부정을 야기하는 등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국회의원들의 각 표현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등에 반해 장애인과 장애인집단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원고 장애인들은 “국회의원들의 표현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 수치심, 모욕감과 좌절감 등을 겪고 있다”며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각 1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 국회의원들 해명 입장은?

이에 대해 곽상도 전 의원은 “장애인들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방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며 “위와 같은 표현이 원고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거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광재 전 의원은 “오해의 소지를 갖는 말을 사용한 점을 유감으로 여기나, 진의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허은아 국회의원은 “기자회견문에 포함된 표현은 장애인에게 모욕감을 주려는 것이 아니었고, 장애인에 대한 괴롭힘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조태용 전 의원은 “장애인을 모욕하거나 폄훼하지 않았고 그럴 의도가 없었으며, 장애를 빗대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도 없었다”며 “‘정신 분열적’이라는 표현은 언론과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라는 입장을 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장애를 빗대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모욕할 목적이나 의도로 작성한 것이 아니다”며 “또한 ‘정신분열적’이라는 표현을 두고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모욕 내지 폄훼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전 의원은 “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해당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며 “위 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관용구처럼 사용되었고, 정치권을 비롯한 언론에서도 상당한 빈도로 사용됐다”는 입장이었다.

원고들은 이와 함께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모욕 발언을 중지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박병석 의장에게 “국회법과 국회의원윤리강령을 위반한 국회의원들에 대해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고, 본회의에 보고하는 등 징계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박병석 의장에게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국회규칙)에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요구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 1심 서울남부지법의 판단은?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홍기찬 부장판사)는 지난 4월 15일 장애인 5명이 전ㆍ현직 국회의원 6명(곽상도ㆍ김은혜ㆍ윤희숙ㆍ이광재ㆍ조태용ㆍ허은아)과 박병석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박병석 국회의장에 대한 징계권 행사 및 규정신설 조치 청구는 소는 박 의장에게 의무가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각하했다.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신분열’, ‘외눈박이’, ‘꿀 먹은 벙어리’, ‘절름발이’라는 표현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낮추어 말하는 말 또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판 또는 비난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의식ㆍ무의식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ㆍ혐오를 공고화해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을 지속시키거나 정당화시킬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당시 국회의원 지위에 있던 자들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 언어습관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벗어나, 인권 존중의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데 앞장 서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또한, 피고들의 사회적 지위로 인해 그 발언은 일반적인 국민들의 발언과 비교해 더욱 빠르고 넓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개인과 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에서 피고들의 각 표현은 적절치 못하고, 이로 인해 원고들과 같은 장애인들은 상당한 상처와 고통, 수치심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들의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각 표현이 장애인들을 상대방으로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곧바로 원고들을 비롯한 장애인들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평가를 근본적으로 변동시킬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각 표현이 원고들과 같은 장애인들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장애인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된다고 평가하게 되면, 모욕죄 및 모욕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피고들이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표현은 원고들을 포함한 장애인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면서도 “그러나 피고들에게 원고들을 포함한 장애인들 개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 허은아 의원 면책특권 주장에 재판부의 지적

한편, 재판부는 허은아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은아 국회의원은 “기자회견문 발표에 참여한 행위는 국회의원의 직무 중 하나인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있으므로 민사상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주장했다.

국회법 제146조는 ‘의원은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위 기자회견에 포함된 발언이나 표현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이 경우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기자회견 과정에서의 ‘집단적 조현병’ 표현은 국회의원으로서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정활동과는 별개로 행해진 행위로 볼 수 있고, 이를 의정활동에 통상적으로 부수해 행해지는 행위로서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허은아)가 사용한 ’조현병’이라는 용어는 정신의학적 용어이기는 하나, 일부 사람들은 질환의 명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고나 행동이 비정상적이라며 비난하거나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며 “피고가 ’집단적 조현병’이라는 표현을 통해 원고들을 모욕한 것이라면, 이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패소한 원고들은 항소해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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