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한법협 회장

<로스쿨 5탈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이상적 방안, 현실적 방안>

변호사시험 5탈자 문제

변호사시험은 이른바 ‘고시 낭인’을 방지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5년 내 5회까지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5회 기간/회수 도과 후에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자를 ‘5탈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2016년 최초로 5탈자가 나왔고, 문제는 6년째 계속되고 있다. 5탈자는 통계상 1년에 약 200여명이 생겨난다고 보이고, 기존의 고시 낭인보다 양적 규모는 작다. 

변호사시험 5탈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이상적 대안 - 변호사시험 합격률 95%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는 결과적 가치가 동일하다면,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어떻게 구성하든,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변호사가 된다’라는 전제는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 경찰대학교는 초창기에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은 어려운 시험을 거쳐서 경위가 되는데, 경찰대학교는 시험없이 경위를 보장하니, 수준이 낮은 2류가 될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경찰대학교와 동국대학교를 둘다 합격하고도 동국대학교에 진학한 사례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경위 신분을 보장하므로, 그 과정에 ‘어려운 경위채용 시험’이 없더라도, 경찰대학교의 인적수준은 경찰간부시험 합격자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이 논리대로라면, 변호사시험 합격률 95%이상을 보장하더라도 우수인재가 몰리는 선순환이 반복되어, 변호사시험이 쉬움에도 우수한 사람들이 법학전문대학원에 모이는 경찰대학교형 선순환이 반복되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기관의 이상적 모습이다. 즉 교육기관은 그 기관이 학생의 수준을 평가하는대로의 수준의 학생들이 모인다. 모두가 경위가 될만한 인재들이 모인다고 기대한 경찰대에는 인재가 모이고, 경위채용 시험으로 검증해야 할 사람들이 모인다고 기대한 경찰행정학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이상적 대안은 이루어지지 못하는가

법전원은 안타깝게도 경찰대학교식 선순환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나라에는 법학시험능력을 검증하는 유사법조직역·공무원시험 등에 여전히 높은 경쟁률의 고시형 시험제도가 다수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의사·약사·간호사 등을 모두 합격률 3%대의 고시로 보던 국가에서, 의사양성만을 의대제도로 대체한 것과 같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이 높아지기 어려울 것이다. 간호사고시조차도 누군가는 3%의 합격률에서, 10년을 공부하고도 불합격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경찰대학교의 ‘경위 보장’ 제도가 유효하게 경찰조직에서 받아들여진것과 달리, 법전원은 ‘변호사자격을 다 준다’는 것이 합리적인 처우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와 기성 법조계는 변호사자격증을 보장하더라도 ‘실력’을 의심하거나, ‘충분히 공부한 사람만이 변호사가 되게 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주장은 특히 ‘유사법조직역·공무원 시험’의 존재와 맞물려 합리적인 요구로 여겨졌다. 

셋째, 경찰과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절대적 능력이 다르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경찰의 상당수의 업무는 방대한 전공지식을 충분히 학습했다는 측면보다는, 해당 경찰관이 가진 종합적 자질, 사고·판단능력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식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경찰대생의 경우 다소 학습이 부족하더라도 ‘우수한 자질을 믿고’ 경위로 임관시켜도 대체로 문제가 없는 반면, 변호사는 비록 자질이 우수하더라도 일정한 학업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더 많은 학업을 요구하기 위해 변호사시험에 불합격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세 가지 이유에 의해, 법전원은 경찰대학교식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5탈자가 없는 이상적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변호사시험 5탈자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대안 - 유사법조직역·법률 관련 공무원직의 통폐합

경찰대처럼 모두에게 변호사를 보장하면서도,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학업에 성실하게 임하는 이상적인 교육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구조를 당장 설계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완전한 낙오자가 없어 5탈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고안해야 한다. 

공군사관학교 생도 상당수는 조종장교가 되려고 입학한다. 그러나 교육과정 중도에 상당수가 낙오한다. 하지만 조종장교가 되지 못했다고 ‘대학 졸업장만 든 조종장교 낭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낭인 발생을 막기 위해 ‘조종장교의 TO만큼만 학생을 뽑고, 경쟁 없이 편안하게 전원 조종장교 임관을 보장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아니다. 공군사관학교는 최소한 일반장교 임관을 보장하되, 조종장교가 되기 위한 엄격한 경쟁 또한 요구하는 절충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법무부가 유사법조직역을 통폐합하겠다며 연구용역을 실시한지 12년이 지났다. 법전원도 공군사관학교의 방식처럼, 유사법조직역 및 법률 관련 공무원 양성과정을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를 꿈꾸며 진학했으나, 성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적어도 법무사 등 유사법조직역이나 법률 관련 공무원의 지위는 보장하는 방법이다. 고시제도는 무제한적으로 응시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불합격자에게 일정 지위를 보장하는 방식을 상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법전원은 학생 선발시점에서 인원수가 제한된다. 변호사 양성교육의 질 담보를 위해 경쟁적인 학업을 요구하고, 이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이 있더라도 이들 모두에게 적절한 자리를 줄 수 있다. 

 소결

‘변호사시험 전원 합격을 보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합격률’이라는 이상적 대안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장기간 변호사시험 5탈자 문제를 방치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모두가 변호사가 됨에도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다는’ 이상론이, 여러 유사법조직역 및 공무원시험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과 맞지 않기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단 공군사관학교의 예를 모방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빠르게 시행함으로서 변호사시험 5탈자 문제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불합격자에게 퇴로가 없는 고시형 선발제도의 폐해를 없애면서도, 적절한 공교육제도 하에서 학습동기를 제공한다는 두 개의 가치를 조화시킬 정교한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법조인협회 회장 / 법무법인 서린 
김기원 변호사 (변호사시험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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