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무실 1층 창문의 바깥쪽 유리면에 대형전단지 붙이거나, 사무실 창문 밖 출입문 셔터를 일부 내리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CCTV를 가리는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할까.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2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대구의 한 건물 2층에서 골프채 수리업을 하고 있고, B씨는 아래층에서 개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A씨는 평소 B씨가 2층에 찾아온 손님들의 자동차에 대해 불법 주정차 신고를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A씨는 2018년 9월 건물 1층 개인 연구소 앞에서 ‘사생활 침해, 초상권 침해’라고 적힌 메모지를 사무실 창문에 붙여 사무실 내에서 밖을 촬영하는 CCTV를 가리는 방법으로 CCTV의 촬영기능을 일시 상실하게 했다.

A씨는 그때부터 2019년 10월까지 총 14회에 걸쳐 대형전단지를 붙이거나 건물 1층 셔터를 내려 CCTV를 가리는 방법으로 CCTV의 촬영기능을 일시 상실하게 해 손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1심 대구지법은 2021년 7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① 피해자는 자신의 사무실 실내유리에 외부를 촬영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해둔 점, ② 그런데 피고인이 대형전단지를 유리벽에 부착하거나 피해자 사무실의 셔터를 내림으로써 CCTV의 렌즈 부위가 가려져 외부를 촬영할 수 없게 된 점, ③ 피고인이 대형전단지 등을 부착하게 된 이유는 피해자가 CCTV를 통해 피고인 고객들의 불법주정차를 단속한다는 생각에 이를 촬영하지 못하게 하고자 함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CCTV를 일시적으로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에 해당해 재물손괴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행위는 재물손괴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출입문 셔터를 내린 정도가 CCTV 화면의 절반 중 윗부분을 가린 정도에 불과해 촬영기능이 상실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대구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최근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무실 내에 설치된 CCTV에 대해 어떠한 유형력의 행사나 물리적인 접촉 없이 단지 사무실 창문의 바깥쪽 유리면에 대형전단지를 붙이거나 사무실 창문 밖 출입문 셔터를 일부 내리는 행위를 했을 뿐”이라며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CCTV가 작동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CCTV의 본래적 용도와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촬영 및 녹화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가 촬영하고자 의도했던 특정 장소의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아 CCTV를 설치함으로써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의도한 CCTV 사용 목적 내지 촬영 목적이 방해되었을 뿐”이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CCTV의 본래적 촬영 기능은 유지되나 피해자의 개별적인 사용 목적이 방해되는 경우 그것이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 경우에도 CCTV를 일시적으로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에 해당한다고 봐 재물손괴죄로 의율하는 것은 형법 제366조에서 규정하는 재물손괴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과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국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재물손괴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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