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7일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와 청와대, 외교부의 재판 개입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변(회장 김호철) 과거사청산위원회는 이날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작성된 법원행정처 문건들과 현직 판사의 양심선언을 통해, 사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미쓰비시 중공업,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대법원 2013다61381, 2013다67587)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지난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청와대(이병기 비서실장)가 사법부에 한일 우호관계 복원을 위해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해서 청구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부적절한 요구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민변은 “또한 최근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외교부는 ‘일본 공사(公使)가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다’는 것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하면서 재판에 개입했고,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해외 파견 및 해외 방문 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한 대가로 판결의 확정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했음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행정처는 ‘(일본 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을 통해 외교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게 한다’, ‘변호인 선임신고서 접수 직후 외교부와 상의한다’, ‘국외송달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며 꼼꼼하게 ‘기획’했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는 단지 법원행정처의 기획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법원행정처 임종헌 전 차장은 2015년 6월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을 만나 의견서 제출을 협의하며 그 대가로 대사관 내 법관파견을 청탁했다”며 “김앤장은 2016년 10월 외교부와 법무부에 의견서 제출을 촉구했고, 그 다음 달인 11월 외교부는 ‘손해배상시 한국이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민변은 “재상고심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종판결은 나오지 않았고, 해당 사건의 원고들과 동일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제기한 후속 소송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판결 결과를 기다리며 심리가 중지돼 있다”며 “대법원이 기존의 자신의 판결에 따라 판단한 파기환송심의 판결에 관해 5년 동안이나 검토를 한다며 계류시켜 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관련 사건을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재판지연사유’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법원이 쟁점에 관한 법리적 판단을 확정해 하급심에서 판단할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관련 사건을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민변은 “이 사안과 같이 후속 소송이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높고,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결 결과를 기다리느라 절차 진행을 중단하고 있는 경우에는 대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 통일적이고 모순 없는 사건 처리에 효율적이다”고 저직했다.

민변은 “어느 곳에서도 권리를 구제받지 못하고 통한의 눈물을 쏟으며 그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오다가 대한민국 사법부가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줄 것을 기다리던 원고들은 결론을 보지 못한 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다”며 “그들은 삶의 끝자락에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며 간절히 판결을 기다리고 있던 고령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었다”고 짚었다.

민변은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누구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법부가, 위헌적인 상고법원 추진과 알량한 일부법관의 편의를 위해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며 스스로 독립을 포기하고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질타했다.

또 “(박근혜) 청와대와 외교부는 자국민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재판에 개입했다”며 “사법부, 청와대, 외교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았고,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사법부와 청와대, 외교부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사법부에게 관련 문건의 원본을 모두 공개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새로운 재판부를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민변은 “또한 정부와 국회에게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처벌하고,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