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김지미 변호사

[로리더] 민변 김지미 변호사는 수사절차와 관련한 형사소송법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그리고 형사상 강제처분의 주요 규정들을 하위법령으로 규율하는 문제와 특히 검찰에서 두드러진 비공개 규정 문제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의 허술함과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하위법령들의 헌법 위반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수사절차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진행하는 민변 김남준 변호사<br>
토론회 진행하는 민변 김남준 변호사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와 김영배ㆍ김용민ㆍ이탄희ㆍ최기상 국회의원은 공동으로 7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수사절차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 필요성, 가능성 그리고 그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민변 사법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민변 사법센터 검경개혁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토론하는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적극 추진했던 ‘검경수사권 조정’과 이어서 추진되고 있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는 막강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수사기관의 전문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지미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실제 사건을 수행하면서 느낀 부분에 대해 리얼하게 언급해 귀를 솔깃하게 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지난 정부에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 수사-기소 분리를 시작으로 검찰개혁이 쭉 이어져 왔는데, 사실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수사권 조정이라는 것도 수사의 권한을 누구에게 주느냐, 검찰에게 직접수사를 어느 범위에서 허용해 줄 것이냐고 하는 ‘수사 주체’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기는 했으나, 갈수록 동력이 떨어졌던 이유는, 국민들이 ‘이게 결국은 나하고 무슨 상관이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래서 권력의 분산ㆍ견제라는 것들이, 권력기관 개혁의 기본 취지이지만 사실은 이게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왜 권력을 분산해야 되느냐, 결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와 국수호 경정

김지미 변호사는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는 여기까지 닿지 않았던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이 되면, 수사-기소 분리가 되면, 검찰의 권한이 조금 분산이 되면, 이것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수혜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김 변호사는 토론회 자료집에서 “수사권 조정이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돼 수십 년 동안 추진이 어려웠던 이유,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수사권 조정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기소 분리가 강한 동력을 가지지 못하고 헛도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민들이 제도 개혁의 궁극적인 수혜자가 자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왜냐하면 수사의 객체에 대한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를 받는 사람들은 주로 피의자가 되지만, 수많은 참고인들도 수사를 받는 대상이기 때문에 꼭 범죄를 저지른 사람만 수사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며 “국민도 누구나 경찰, 검찰이 부르면 가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나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거잖아’, ‘저건 검찰의 얘기고, 경찰의 얘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봤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뒤늦은 얘기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와 수사절차법 제정을 함께 추진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변호사로 실제 사건을 수행하는 김지미 변호사는 “지금 시행되고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해서 (변호사업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현장에서 경찰 사건 담당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많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반대하는 변호사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 경찰이 수사를 전면적으로 책임을 지게 되면 (수사) 공백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가 수사절차에 대해서 법으로 꼼꼼하고 세밀하게 만들 거니까, (수사-기소 분리와 수사절차법 제정을) 같이 투 트랙으로 갔다면 수사의 통제나 수사의 공백이 덜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국민들을 설득했으면 어땠을까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는 “그렇지만 수사절차법은 수사-기소 분리와는 별개로 누가 수사하든, 경찰-검찰-공수처가 수사하든, 수사권을 가진 해경도 있고, 특사경도 있다. 수사를 누가 하든지 간에, 누구에게든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 일반법이자 기본법이기 때문에 수사-기소 분리와는 다르게 수사절차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미 변호사는 “발제자의 의견에 덧붙이면 형사소송법이 (수사절차와 관련해) 부실하다는 점은 충분히 지적했고, 불친절하다고 얘기했고, 전문가라고 해도 법률의 구조적 체계와 구체적 의미를 정확히 숙지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정말 100% 공감한다”고 밝혔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제가 15년차 변호사인데 사실 형소법을 찾아볼 때 아직도 한 번에 못 찾는다. 그게 형소법 조문 몇 조에 있었지? 생각을 하거나, 목차를 둘러보며 찾는다”고 겸손해하면서 “그러니 일반인들은 어떻겠습니까. 준용의 준용을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몇 개를 왔다 갔다 하니까 그런 부분이 굉장히 번거롭다. 형소법은 소송을 위한 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을 보면 형사소송법이 작동하는 무대는 형사 법정이다. 거기서 판사, 피고인, 검사, 증인을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가 하는 얘기는 수사에 관련된 것이다. 수사는 경찰서, 검찰청에서 혹은 범죄가 일어나는 현장에서, 압수수색을 당하는 피의자의 집에서, 체포를 당하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들인데 그런 것들이 형소법에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보면 수사절차를 규율하는 기본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토론하는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형소법(형사소송법)이 있기 때문에 수사절차에 관한 법을 따로 만들어야 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었다”며 “수사절차법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첫 일감은 ‘왜 나는 여태까지 그 생각을 못했지’였다”고 털어놨다.

김지미 변호사는 “수사절차에서 발생하는 ‘강제처분’ 같은 권리침해는 법률에 의해서 법률유보원칙으로 분명히 규정돼 있는데, 왜 나는 경찰 수사규칙을 찾고 있고, 변호인 접견교통권 관련해서도 변호인 참여에 대한 지침이 있는데 그런 것을 찾아보면서도 내가 이걸 찾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이제라도 깨달으니 다행이다. 이런 깨달음을 많이 전파하고 싶다”고 밝혔다.

헌법에 엄연히 법률유보원칙이 규정돼 있음에도 형사상 강제처분의 주요 규정들이 하위 법령으로 규율되고 있는 사실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 것에 대한 깨달음이라고 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하위 법령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사실은 너무나 많은 구멍(허점)들이 있었던 것”이라며 “그 구멍들을 파고들면서 위법, 불법, 편법들이 횡행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우리가 수사절차법을 얘기하면서 영국의 PACE법을 많이 거론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찰과 형사증거법(Police and Criminal Evidence Act 1984)인 PACE법은 경찰이 범인 검거부터 피의자의 최초 법정 출석까지의 절차 등을 광범위하게 규율하고 있으며 형사절차상 증거에 관한 중요한 규칙을 담고 있다.

토론하는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PACE법은 총 200여개의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에 수사절차를 규율하는 조문은 50여개 밖에 없다. 단순 수치상으로 조문 수는 4배 정도다. 그 내용을 보면 압수수색 영장청구 규정은 PACE법에 자세히 규정돼 있는데, 우리 형사소송법은 진짜 간단하다”고 비교했다.

그는 토론회 자료집에서도 “200여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PACE법의 전체 구성과 우리 형사소송법에서 수사절차를 규율하는 조문을 비교해보면 형사소송법의 조문이 얼마나 허술한지 더 쉽게 알 수 있다”고 적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형소법에 이렇게 간단한 규정돼 있고, 상세한 부분들은 (하위법령인) 지침으로 내려가 있고, 정작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지침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수사기관 특히 검찰의) 지침은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바뀌는 지도 모르고, 설사 불리하게 바뀐다고 하더라도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하위법령으로 수많은 절차들을 규정하고 있다 보니 생기는 문제 중의 하나는 법률유보원칙 위배”라며 “더 큰 문제는 하위법령은 행정부 마음대로, 대통령령, 부령, 훈령 이렇게 나오기 때문에 어찌됐던 개정이나 내용을 바꾸는 데에 있어서 국회에서 만드는 법만큼의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지미 변호사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이 수사절차와 관련한 규정을 상세히 두고 있지 않은 탓에 수사절차와 관련한 규정들은 경찰관직무집행 및 시행령,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지문을 채취할 형사피의자의 범위에 관한 규정(법무부령), 경찰인권보호규칙(경찰청 훈령), 경찰청 범죄수사규칙(경찰청 훈령) 등에 산재해 있다고 제시한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국수호 경정

김지미 변호사는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조차도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특히 비공개 규정의 문제는 검찰에서 두드러지는 문제”라며 “2022년 2월 기준 대검찰청이 보유하고 있는 비공개 규정은 63개다. 사실 우리는 대검의 비공개 규정이 몇 개인지 조차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알려진 것을 믿는다는 전제 하에 대검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규정의 20%가 비공개다. 이게 중앙행정기관 중에서 비공개 규정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관에 해당한다. 국정원, 국방부 보다 많다”고 짚었다.

그는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국방부도 비공개 규정이 59개 밖에 되지 않는데, 검찰이 63개를 가지고 있다”며 거듭 “지금 대검과 법무부는 비공개 목록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현재 비공개 규정이 몇 개인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대검의 비공개 규정에는 수사사건 처리와 관련한 사항도 포함돼 있다. 2020년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검의 수사 관련 비공개 규정은 26개인데, 그 중에는 성폭력사건처리 및 피해자보호지원에 관한 지침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대검은 ‘이걸 공개하면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공하고 있는데, 성폭력사건 및 피해자보호지원이 왜 공개가 되면 검찰의 직무수행이 어려워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검찰의 직무수행의 편의만을 위해서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한 얼마나 많은 규정들이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는지 추측해 보면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토론하는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경찰은 수사의 총량에서 보면 검찰 보다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비공개 규정이 1개 있다”고 검찰과 비교했다.

그는 “검찰의 성폭력사건과 비교해 보면 경찰은 관련 지침을 공개하고 있다”며 실제로 경찰은 범죄수사규칙에서 성폭력피해자 2차 피해 방지 조항을 두고 있고, 이는 당연히 공개돼 있다.

김지미 변호사는 “그래서 대검이 밝히는 비공개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하위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당연히 법률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리상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이게 비공개 되고 있어서 더 큰 문제라고 강하게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는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의 허술함과 하위 법령들의 헌법 위반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수사절차법을 제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절차를) 법으로 세밀하게 규율하는 게 정답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접하는 분들은 동의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 국수호 경정

김지미 변호사는 “수사절차법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하는 분들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걸 만들 수 있겠어 한다. 형사소송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하는데 그걸 누가 하겠느냐. 국회의원 한 두 명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결국은 수사기관들이 다 같이 협업해야 하는 작업인데, 과연 윤석열 정부에서 그런 의지가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을 지낸 김남준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민변 김남준 변호사<br>
민변 김남준 변호사

발제는 김면기 경찰대학 교수(법학과/치안대학원 수사학과)가 ‘독립적인 수사절차법 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주제로 발표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 김면기 경찰대 교수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 김면기 경찰대 교수

토론자로는 김지미 변호사(민변), 국수호 경정(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변호사), 승재현 박사(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가 참여했다.

변호사 출신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br>
변호사 출신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동주최자인 변호사 출신 김용민 국회의원, 판사 출신 이탄희 국회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판사 출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br>
판사 출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리고 민변 사법센터 소장인 장유식 변호사가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민변 사법센터 소장 장유식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br>
민변 사법센터 소장 장유식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또한 변호사 출신 양정숙 국회의원, 민변 사법센터 소장을 지낸 성창익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이창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창덕 대표변호사) 등도 참석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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