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103조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나꼼수’ 멤버들이 낸 위헌소원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였다.

다만 헌재는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향우회ㆍ종친회ㆍ동창회ㆍ단합대회 또는 야유회’의 개최까지 허용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따르면 방송인 김어준씨와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2012년 4월 총선 직전 부산대학교, 경희대학교 정문 앞 등에서 인터넷방송 ‘나꼼수 토크 콘서트’ 등을 개최해 국회의원 선거운동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집회를 개최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정치적인 발언 때문이다. 

김씨와 주씨는 2018년 2월 법원에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김씨와 주씨는 재판 과정에서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개최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2018년 4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 제103조(각종집회 등의 제한) 제3항은 “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향우회ㆍ종친회ㆍ동창회ㆍ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 헌법재판관 6 대 3 위헌

헌법재판소는 21일 방송인 김어준씨와 주진우씨가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이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금지하고 처벌하는 행위의 주체는 선거의 후보자,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자, 선거사무원 등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 유권자의 경우도 심판대상조항의 수범자가 된다”며 “심판대상조항이 개최를 금지하는 ‘집회나 모임’은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에 열거돼 있는 향우회ㆍ종친회ㆍ동창회ㆍ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등과 유사한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집회나 모임’이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준수한 합법 집회인지, 그렇지 않은 불법 집회인지, 옥내 집회인지 옥외 집회인지를 묻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기간 중 특정한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표현행위와 그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하는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표현행위가 함께 나타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를 전면적ㆍ포괄적으로 금지ㆍ처벌하는 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은 선거운동기간 중에 공개장소에서의 연설ㆍ대담(공직선거법 제79조 제1항, 제2항)을 통해, 결과적으로 집회나 모임이 개최된 것과 차이가 없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또한 후보자 등은 다른 사람이 개최한 옥내모임에 일시적으로 참석하해 연설ㆍ대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후보자 등이 아닌 사람의 경우, 단체 또는 언론기관의 경우에는 후보자 등을 초청해 옥내에서 대담ㆍ토론회를 개최하는 방법이 있으나(제81조, 제82조), 그 이외의 방식으로는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연설회나 대담ㆍ토론회를 비롯해 집회나 모임 개최가 전부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선거의 준비과정 및 선거운동, 선거결과와 관련해 정당이나 공직선거의 후보자 등도 지지나 비판 그 자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따라서 선거의 공정성과 평온에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추상적인 위험성을 들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전면적ㆍ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특정한 정책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집회나 모임이라는 집단적 의사표시 방법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정당이나 후보자가 그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을 과거에 표시했다는 ‘진실한 객관적 사실’이 함께 언급됐다고 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이 언제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의 공정이나 평온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이 없는 경우에까지도 특정한 사실이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을 금지하고 억압해, 규제가 불필요하거나 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에도, 선거기간 중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일반 유권자의 집회나 모임을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에서의 기회 균등 및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 정치적 표현까지 금지ㆍ처벌하고 있고, 이러한 범위 내에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나아가 후보자 및 그 관계자는 지금도 공개장소에서의 연설ㆍ대담 등을 통해 사실상 집회나 모임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더욱 불분명하다”고 봤다.

헌재는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구체적인 집회나 모임의 상황을 고려해 상충하는 법익 사이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서, 일반 유권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개최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에 따라, 사실상 선거와 관련된 집단적 의견표명 일체가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일반 유권자가 받게 되는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며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으로 판정했다.

◆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 합헌의견

이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의 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집회나 모임에 한정해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후보자, 정당 조직에 속한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유권자에게까지 집회나 모임의 개최를 자유롭게 허용해 그에 의한 선거운동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표현이 전면적으로 허용된다면, 후보자 등 사이의 지나친 경쟁으로 선거가 과열되고, 선거운동 등에서의 불균형이 두드러지게 되며, 선거의 공정성과 평온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특히 후보자가 유권자와 은밀히 결탁해 불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유권자의 개인적인 형사책임만 따를 뿐 그가 지지한 후보자의 당선무효로 연결시키는 것을 어렵게 해 이를 악용할 때에는 점차 정착돼 가는 공명선거 분위기에 역행할 위험 또한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필요ㆍ최소한의 수단으로서 불가피한 규제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선거기간 중이라는 짧은 기간에 한정해, 부분적으로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는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가 전혀 무의미해지거나 형해화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헌재 공보관실은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선거에서의 기회 균등 및 선거의 공정성에 구체적인 해악을 발생시키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 정치적 표현까지 금지ㆍ처벌하는 것은 과도하게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결정은, 일반 유권자가 선거기간 중 후보자 등의 선거운동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일반 유권자 국민이 선거와 관련해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의사를 포함해 선거의 쟁점이 된 정책이나 후보자의 행적 등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표시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행사의 한 형태로서 국민주권 행사의 일환이자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 결정은 심판대상조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던 헌재 결정(2000헌바96 등)을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특히 “이 결정에서 위헌으로 선고한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에 열거돼 있는 ‘향우회ㆍ종친회ㆍ동창회ㆍ단합대회 또는 야유회’가 아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의 개최 금지에 관한 부분에 한정된다”며 “따라서 이 결정에서,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향우회ㆍ종친회ㆍ동창회ㆍ단합대회 또는 야유회’의 개최까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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