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트럭을 운전하다가 자전거를 탄 어린이를 치어 넘어지게 한 사고에서, 운전자가 피해 어린이의 ‘괜찮다’는 말에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사고장소를 떠난 사건에서 법원은 도주치상죄를 인정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트럭을 운전하는 A씨는 2021년 7월 낮에 서울 강동구의 한 이면도로를 지나갔다. 그런데 때마침 우측 이면도로에서 어린이(만 5세)가 타고 나오는 자전거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트럭 앞부분으로 자전거를 치어 아이가 넘어지게 했다.

A씨는 피해 어린이가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는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자리를 떠났다. 피해 어린이는 전치 2주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었다.

결국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 마크
법원 마크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장민경 판사는 최근 A씨에게 도주치상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장민경 판사는 먼저 “피해자는 피고인의 차량 우측 앞부분에 부딪치면서 넘어졌고, 사고 부위 및 경위 등에 비추어 사고 당시 구호조치가 불필요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사리분별이나 판단능력이 미약한 만 5세의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부주의로 교통사고 발생한 것에 대해 부모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나 사고에 대한 대처능력 미흡으로 ‘괜찮다’라고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장민경 판사는 “사고의 경위나 내용, 피해자의 나이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사고 발생 이후 즉시 정차해 피해자의 상해 여부나 정도 등을 육안으로 정확히 확인하고, 보호자가 인근에 있는지 등을 확인해 피해자를 인계하거나 사고발생 사실을 유선ㆍ무선 등의 방법으로 알릴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장민경 판사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단순히 ‘괜찮다’는 말만을 듣고 별다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장소를 떠났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운전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거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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