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순찰차를 타고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고, 지인의 음주운전 행위를 말리지 않고 방조해 사망케 한 혐의로 강등 징계처분을 받은 경찰관이 강등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전남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 중이던 경위 A씨는 2020년 10월 오후 9시경 상황실에 보고 없이 순찰차로 31.4㎞가량 몰고 관내를 36분 동안 무단으로 이탈했다.

또한 A씨 이날 밤 관내 공원에서 연락을 받고 만난 B씨가 술(혈중알코올농도 0.226%)을 마신 것을 알면서도 차량을 운전하려는 B씨의 차량 뒤를 따라가거나 앞에서 선행하며 음주운전 행위를 방조하기도 했다.

당시 B씨는 중앙선을 넘어 진행하다 나무를 충격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2021년 3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방조죄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 명령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런 비위 행위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전남경찰청 징계위원회는 2021년 4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와 직장이탈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 징계 처분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는 2021년 8월 A씨의 청구 일부를 받아들여 징계처분 행임을 ‘강등’으로 변경하는 결정했다.

그런데 A씨는 강등 처분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A씨는 “징계 처분사유 중 근무지 이탈은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로서 ‘견책’ 수준의 징계가 내려져야 하고, ‘음주운전 방조’는 A의 음주운전을 돕거나 강화시킬 동기가 없고, 유사한 징계사례 등에 비추어 보면 중징계를 할 만한 처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징계 처분사유의 비위 정도, 원고의 부양가족, 다수의 공적이 있는 점 등의 정상 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법원 깃발
대한민국 법원 깃발

하지만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현 부장판사)는 최근 경찰관 A씨(경위)가 전남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강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는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 보호와 범죄의 예방ㆍ진압 및 수사 등 공공의 안녕과 그 질서유지를 임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직무의 중요성과 공공성에 비추어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도덕성, 윤리성, 준법의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고는 상황근무 중 순찰차를 무단으로 운행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함으로써 관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초동조치, 인근 파출소에 대한 지원업무 등을 적절하게 수행할 수 없는 위험을 야기했고, 음주운전을 하려는 사람을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음주운전을 하는 차량을 자신의 차량으로 뒤쫓아가거나 앞서 운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음주운전을 방조하는 등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비위행위의 내용, 방법,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위반의 정도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게다가 원고가 음주운전을 방조한 음주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망했고, 그 과정에서 원고는 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고도 즉각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자신의 근무지로 돌아가 근무복으로 환복한 후 사고현장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징계양정기준의 범위 내에 있고, 징계양정기준 자체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한편, 원고의 부양가족 및 경제상황, 평소 근무태도 및 공적, 음주운전 방조 상황 및 다른 음주운전 방조 행위와 관련한 유사 징계사례 등의 정상은 이미 이 사건 처분에서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 반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통해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경찰공무원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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