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면죄부 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지배주주에게는 임원으로서 받는 보수나 주주에게 보장되는 권리도 중요하겠으나,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 전반에 대한 지배력 및 사실상의 의사결정 권한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취업한 상태도 아니면서,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경찰은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재수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행위를 밝혀야 할 것”

좌측부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김종보 변호사, 노종화 변호사, 이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사회경제1팀장 / 사진=금융정의연대

경제개혁연대, 경제민주주의21,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는 14일 서울경찰청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취업제한 위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사회는 참여연대 이지우 간사가 진행했고,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이의신청 내용에 대해서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인 노종화 변호사가 밝혔다. 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취업제한 제도의 의의 몰각한 경찰”이라고 비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삼성 관련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했다.

경찰은 이재용 부회장 불송치 결정에서 “취업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 등에 대한 대가로서 보수를 받은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업무수행 및 근로의 대가로서 경제적 이익을 수취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취업 상태에 있다고 단정하기가 어렵다고 봐 불송치 결정(혐의 없음) 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사회경제1팀장 / 사진=금융정의연대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의 이 같은 해석 및 판단은 입법취지, 취업제한의 실질적인 규범력, 법문언의 통상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취업제한은 ‘경제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 행위자에게 형사벌 이외의 또 다른 제재를 가함으로써 특정경제범죄의 유인 내지 동기를 제거하면서도,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기업체에서 일정기간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을 행사하거나 향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관련 기업체를 보호하여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의 2021년 2월 18일 판결(2020구합67681)을 상기시켰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한다면, 취업은 단순히 보수의 수령 여부가 아니라, 임직원 지위에서 업무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권한이 있는지, 또는 지위나 직책에 관계없이 사실상 노무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나아가 업무에 참여할 권한의 존부를 판단하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이재용 부회장과 같이 공식적인 직책을 맡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단체들은 “통상적인 의미를 고려하더라도, ‘취업’은 임직원 지위에서 업무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권한이나 지위가 있는 상태, 회사에 노무를 제공 중인 상태 정도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즉, 통상적으로 취업을 ‘재직 중’이거나, ‘특정 회사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위해 쓰더라도, 사회통념이나 보편적인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다. 누구나 취업을 위와 같은 뜻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은 ‘보수의 수령’ 여부로 취업 여부를 판단한 근거로, 공직자윤리법, 아동복지법상 취업제한의 해석이나 운영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판단 역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단체들은 “공직자윤리법이 ‘퇴직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을 정한 주된 입법 취지는 특정경제범죄법과 다르다”며 “동법은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할 목적으로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등을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쉽게 말해,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가 공직자 경력을 활용해 사기업체 등에서 부당하게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도록 하고, 공직에 있을 때도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취업제한을 두고 있다”며 “따라서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은 ‘보수의 수령’과 같이 사익과 관련된 요소를 중요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아동복지법상 취업제한은 아동학대 범죄를 억제하고, 재범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므로, 특정경제범죄법과 입법취지가 유사하다”며 “따라서 아동복지법에 따른 취업제한 역시 취업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판단요소는 단순히 ‘보수의 수령’ 여부가 아니라, 아동관련기관에서 노무를 제공하는지 여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공직자윤리법이나 아동복지법상 취업제한에서는 ‘보수의 수령’을 기준으로 취업을 판단하더라도,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과 달리 법령상 공백이 발생할 우려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위 법에 따른 취업제한자가 아무런 보수도 없이 취업제한 대상기관에서 일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취업제한 대상기관 입장에서도 근로관계 법령 위반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무보수로 일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측부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김종보 변호사, 노종화 변호사, 이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사회경제1팀장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전자와 같은 상장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지배주주에게는 임원으로서 받는 보수나 주주에게 보장되는 권리도 중요하겠으나,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 전반에 대한 지배력 및 사실상의 의사결정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이것이 지배주주가 보유하는 가장 큰 경제적 자산이자, 지배주주가 행사하는 실질적으로 가장 큰 권한”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도 보수를 받지 않으면서도 삼성전자 부회장직(비상근)을 고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지배주주는 그룹이나 회사에 대한 지배력, 사실상의 의사결정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를 수령하지 않고 상근도 하지 않은 채 ‘부회장’과 같은 직책을 맡고자 하며, 회사도 이러한 비상식적인 노무 제공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올해 삼성전자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101명의 미등기 임원 중에서 비상근인 임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유일하다”며 “특정경제범죄법 위반과 같은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후에 계속 재직하는 사람도 이재용 부회장이 유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취업제한’은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예외적인 사례에 적용될 수 있어야만 진정한 규범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그러나 ‘보수의 수령’ 여부를 기준으로 취업을 판단한다면, 정작 규범력이 필요한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사례에는 취업제한이 전혀 작동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취업제한 사건에서 지난 5월 19일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판결(2021누35485)은 법문 해석상 ‘집행유예 기간’ 중에는 취업제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위 판결에 따라, 징역형의 경우에도 형 집행기간 중에는 취업제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은 7월 말경 가석방 기간 종료와 함께 형 집행이 종료되므로, 위 판결에 따르면 현재로선 취업제한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취업제한 조항의 체계적ㆍ합목적적 해석에 부합하지 않고, 보편적인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법무부가 위 판결에 대해 상고한 만큼, 대법원에서는 다시 판단이 올바르게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은 형 집행이 종료되는 8월부터는 적어도 기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없이 5년간 취업제한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그렇다면, 경찰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 곧바로 불송치 결정을 내릴 것이 아니라, 수사중지와 같은 결정을 내리거나, 형 집행 종료 후에도 취업상태를 유지하는지 파악한 후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며 “실제로, 경찰은 박찬구 회장 취업제한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중지 결정을 내렸다”고 비교했다.

김종보 변호사, 노종화 변호사,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경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취업’ 상태 자체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취업제한 기간과 상관없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회장이라는 공식 직책을 맡은 채, 해외 출장 업무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두고, 취업상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상식과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게다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거나,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며 “삼성전자에 취업한 상태도 아니면서, 이러한 업무 수행과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경찰은 지금이라도 취업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적극적인 재수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행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desk@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