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 등 행안부의 경찰제도 개선방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국 설치 등을 통해 경찰을 정치권력에 예속시키려는 시도라고 판단해서다.

오늘 행정안전부(행안부)는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확정ㆍ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은, 첫째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둘째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 대한 지휘 규칙 제정, 셋째 경찰 인사제도 개선, 넷째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설치 등이다.

이와 관련, 민변(회장 조영선)은 논평을 내고 “먼저, 그동안 우려했던 내용이 아무런 개선 없이 그대로 발표됐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우선 경찰국에서 담당하게 될 주요 업무 대부분은 정부조직법 또는 경찰법에 위반된다”며 “경찰법 제10조 제1항 1호에서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인사, 예산, 장비, 통신 등에 관한 주요정책 및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ㆍ의결 사항이므로, 행안부 내 경찰국에서 경찰청 중요정책에 관한 업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만일 행안부가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국가경찰위원회제도를 형해화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경찰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왕귀 전북 군산경찰서 직협회장, 민관기 청주 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 유희열 경기 고양경찰서 직협회장, 주동희 경남 양산경찰서 직협회장 등이 경찰국 설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br>
한왕귀 전북 군산경찰서 직협회장, 민관기 청주 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 유희열 경기 고양경찰서 직협회장, 주동희 경남 양산경찰서 직협회장 등이 경찰국 설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변은 또 “정부조직법 제34조 제1항에서 1990년 내무부장관(현 행안부장관)의 소관사무에서 ‘치안’이 삭제되었고, 같은 법 제34조 제5항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경찰법 제12조에서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게 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치안사무에 해당하는 경찰 인사 관련 업무의 관장 주체는 경찰청이지 행안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행안부가 경찰 인사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것은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행정안전부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안’(이하 지휘규칙) 역시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지휘규칙은 ‘경찰에 관한 중요 정책ㆍ계획의 추진실적, 행안부장관이 요청한 중요 정책 수립에 관한 사항, 대통령ㆍ국무총리ㆍ행안부장관의 지시사항’ 등에 대해 경찰청장은 행안부장관에게 보고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조직법 제7조 제1항, 제4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민관기 청주 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 한왕귀 전북 군산경찰서 직협회장, 유희열 경기 고양경찰서 직협회장, 주동희 경남 양산경찰서 직협회장이 삭발하고 있다.<br>
민관기 청주 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 한왕귀 전북 군산경찰서 직협회장, 유희열 경기 고양경찰서 직협회장, 주동희 경남 양산경찰서 직협회장이 삭발하고 있다.

민변은 “정부조직법 제7조 제1항은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제4항에서 ‘제1항의 ~ 의 경우 소속청에 대하여는 ‘중요정책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안부장관은 소속청장인 경찰청장을 ‘중요정책수립에 관하여’만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그런데 정부조직법 제34조에서 행안부장관의 소관사무에 치안에 관한 사무가 규정돼 있지 않고, 경찰법 제7조, 제10조는 중요정책에 대한 심의ㆍ의결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사무에 해당하므로, 행안부장관은 ‘중요정책수립에 관하여’도 직접 경찰청장을 지휘할 수 없고, 같은 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국가경찰위원회가 심의ㆍ의결한 ‘중요정책’에 대해 ‘국가경찰위원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한편, 위 규칙안과 같이 행안부장관에게 경찰청장에 대한 지시나 지휘권을 부여하게 되면 행안부장관은 개별 수사 사건에 대해 우회적 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휘규칙이 제정되면 집권세력의 행정경찰에 대한 지휘를 통해 헌법상 보장된 시민의 기본권인 집회ㆍ시위를 비롯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역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민변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수사의 공정성 확보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은 31년 전 외청으로 분리됐다”며 “그런데 오늘 행안부장관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행안부장관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명분으로, 경찰을 다시 정치권력에 예속화하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민변은 “행안부장관은 지금이라도 경찰국 설치와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을 제정할 것을 철회하고, 경찰권에 대한 민주적ㆍ외부적 통제 방안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아직 늦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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