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층간소음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 손님들이 들을 수 있는 인터폰으로 아파트 윗집에 전화해 욕설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모욕죄를 인정했다.

아파트
아파트

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9년 7월 오후 3시쯤 자신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C씨(30대 여성)가 손님들을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화가 났다. 이에 인터폰으로 C씨에게 전화해 자녀 교육과 인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욕설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부모가 그 따위니까 애OO한테 그 따위로 가르치지, 애미 애비한테 뭘 배워”, “단독주택으로 꺼져” 등의 막말과 욕설을 했다.

이 아파트의 인터폰은 별도의 송수화기 없이 일방이 인터폰을 작동시켜 말을 하면, 그 음향이 상대방 인터폰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져 나오는 구조였다.

그래서 당시 피해자 집에 있던 손님과 자녀들(3, 4세)은 인터폰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오는 욕설을 그대로 들었다.

1심은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은 2021년 10월 “전파가능성, 공연성이 없다”고 봐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6월 16일 아파트 윗집 이웃에 인터폰으로 욕설해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의정부지법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모욕죄의 공연성에 관해 전파가능성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위의 법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C)와 손님과의 관계를 짚었다. 두 사람은 2013년 처음 알게 됐으나 별다른 친분이 없던 중 2018년 직장 동료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친분이 생기게 됐다.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 둔 2019년 6월 이후에는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한 달에 1~2회 교회에서 만나는 사이였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손님과 피해자와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과 같이 손님이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클 것이어서 욕설의 전파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동주택이 일반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우리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사회 일반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면 층간소음을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 짓는 자극적인 발언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이야기될 수 있으므로 전파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막연한 추측에 기초해 전파가능성을 부정하기보다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위 법리를 적용해 전파가능성이 인정되는지 판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집에 손님이 방문한 것을 알면서도 그로 인해 층간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집 거실에 음향이 울려 퍼지는 인터폰을 사용해 이 사건 발언을 했다”며 “그렇다면 피고인들에게 발언의 전파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손님의 구체적인 관계를 알았는지는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는 요소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며 “이런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모욕죄에서의 공연성, 전파가능성,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