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동통신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대포폰’ 등 타인의 휴대전화 개통에 필요한 신분증 및 통장 사본 등 서류 제공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이 사건은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들의 실체적 내용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음 판단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7월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이들로부터 ‘선불폰을 개통해 주면 1대당 2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휴대전화 개통에 필요한 신분증 사본과 통장 사본을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다.

서류를 받은 이들은 A씨 명의로 선불폰을 개통해 사용했고, A씨는 그 대가로 2만원을 받았다. 이로 인해 A씨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 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선불폰 개통에 필요한 증서 등의 타인제공 금지 및 처벌 사건이다.

A씨의 사건을 심리한 창원지방법원은 재판 중인 2019년 4월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 제97조 제7호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30일 창원지법이 전기통신사업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자를 형사처벌함으로써 명의자와 실제 이용자가 다른 차명휴대전화, 이른바 대포폰이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등 범죄의 범행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해 이동통신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한 취지의 조항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대포폰 개통에 필요한 증서 등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한 사람들은 이동통신시장에 대포폰이 다량 공급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대포폰의 공급을 차단해 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신종범죄로부터 통신의 수신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가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고 봤다.

헌재는 “대포폰으로 인한 보이스피싱 등 신종범죄의 발생 추세, 대포폰 개통에 명의를 제공한 자가 단속된 건수 등에 비추어 볼 때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범행도구로 악용될 위험을 과태료 등 행정질서벌의 제재만으로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동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실질적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해 그 위반행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입법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나아가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로 인한 피해를 더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상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이동통신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한 것인바, 차명휴대전화의 생성을 억제해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방지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공익”이라며 “반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 체결에 필요한 증서 등을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자기 명의로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 이용자에게 휴대전화를 양도할 수 없는 불이익을 입을 뿐이다”라고 짚었다.

헌재는 “이처럼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가 제한받는 사익의 정도가 공익에 비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며 “심판대상조항은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반대의견(위헌)

두 재판관은 “‘휴대전화 가입 본인확인제’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외에는 모든 국민이 신분증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만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익명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그렇다면 헌법에 위반되는 ‘휴대전화 가입 본인확인제’를 전제로 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그 자체로 이동통신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적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려는 공익은 이동통신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 등을 방지해 이동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이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익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이동통신서비스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의 태양, 위법성의 정도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여지를 전혀 두지 않음으로써 그것이 달성하려는 공익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반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의견을 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