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은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1997년에 이어 두 번째 결정이다.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으로 재심을 청구한 사건을 법원이 기각한 것은 재판청구권 침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법 조항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고 법원이 판결한다면 그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되고, 헌재가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제주특별자치도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면서 공무원인 심의위원의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했다는 범죄사실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11년 9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항소심 계속 중 형법 제129조 제1항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12월 “형법 제129조 제1항의 ‘공무원’에 구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의 제주특별자치도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어떤 법조문에 대해 합헌과 위헌(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이 통상이다. 한정위헌은 ’법원이 ~~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헌재의 결정 형태다.

A씨는 한정위헌 결정 이후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2013년 11월 기각했다. 그에 대한 재항고도 기각됐다.

이에 A씨는 헌법재판소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 부분에 대한 위헌청구와 함께 위 상고기각 판결, 재심기각 결정 등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①항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른바 ‘재판소원금지조항’이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6월 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또 “A씨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법원 결정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모두 취소한다”고 판정했다.

◆ 재판소원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헌재는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수호하고 헌법이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의 범위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을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위헌결정을 하고, 위와 같은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6년 4월 28일 2016헌마33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 부분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

헌재는 “그러나 위 결정의 효력은 위 부분에 국한되므로, 재판소원금지조항의 적용 영역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을 모두 제외하기 위해서는 해당 부분에 대한 별도의 위헌결정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재판소원금지조항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한다”고 판시했다.

◆ A씨 재심기각결정들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2012년 12월 27일 2011헌바117 결정에서 “형법 제129조 제1항의 ‘공무원’에 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299조 제2항의 제주특별자치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했다.

헌재는 “이는 형벌 조항의 일부가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내용의 일부위헌결정으로,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기속력이 있다”며 “그런데 이 사건 재심기각결정들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따라서 이 사건 재심기각결정들은 모두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고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이 사건 유죄판결들에 대한 판단

헌재는 “청구인에 대한 유죄판결은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확정된 재판으로 그에 대한 구제는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재심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 이전에 확정된 청구인에 대한 유죄판결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한편, 헌재 공보관실은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있는 재판소원금지조항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헌법이 부여한 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의 의미와 일부위헌결정으로서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재심절차에 따른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의 재판에 대한 것으로, 헌법재판소가 직접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 것은 1997년 12월 24일 헌재 96헌마172등 결정 이후 두 번째”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