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 김관기 부협회장은 28일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사건의 원인으로 재판의 사법 불신을 진단하면서, ‘판사들은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직격했다.

그는 그러면서 “디스커버리제도와 배심원제도가 결합할 때 재판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와 대구지방변호사회(회장 이석화)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사건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br>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이 자리에서 이종엽 대한변협회장과 이석화 대구변호사회장은 각각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대한변협 공보이사 김민주 변호사가 설문조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변협 공보이사 김민주 변호사

또한 대한변협 공보이사 김민주 변호사가 ‘변호사 신변 위협 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과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이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방화 사건으로 변호사들이 우울하게 일을 하고 있고, 이것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다고 호소하는 변호사들이 많다”는 질문이 나왔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평소 쌓여있는 재판 불신이 야만적인 심성을 가진 자에 의해서 표출됐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사람의 경우 변호사가 법치주의의 보루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마치 100년 전 영화의 악역을 맡은 배우를 쫓아가 테러를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답변했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변호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구성요소다. 구성요소로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지금 자괴감을 갖고 있다”며 “이것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긴 세월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한편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과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 김관기 “디스커버리제도 질문 기다렸다. 감사하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을 통해 사법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디스커버리제도는 소송 상대방이나, 제3자가 가지고 있는 소송 관련 증거까지 재판에서 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기자가 “디스커버리제도가 사법 불신 해소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관기 부협회장은 “감사하다. 이 질문을 기다렸다”며 반겼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사법 불신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법원 판사들이 당사자의 말을 잘 안 들으려한다는 데 있다”며 “당사자의 말은 기본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주장을 했는데 뭐 하러 다시 법정에서 이야기를 하느냐, 가치가 없다’는 식이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협 사무총장 김대광 변호사,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사건을 경험한 것은 당사자들이다. 그 당사자 쌍방을 심문하면서 재판해야 한다”며 “하물며 원님도 당사자 쌍방을 물어보고 진실을 밝혔다. 성경책에도 나온다. 솔로몬 왕의 재판에서 아이를 두고 싸우는 두 여인을 두고 양쪽을 물어보고 심증을 얻는다”고 판사들을 겨냥했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재판제도에는 그와 같은 가장 원초적인 증거를 제출할 기회조차 봉쇄되고 있다. 그리고 증인을 잘 받아주지 않는다”며 “사람의 말을 믿기 어렵다는 거다. 문서 외에는 믿기 어렵다는 거다. 이런 얘기들이 마치 증거법의 하나인 것처럼 실무를 관통하고 내려오고 있다”고 대한민국 법원을 비판했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제가 (변호사 생활) 31년 됐다. 요즘 와서 특히 더 느끼는 것이 ‘우리나라 재판 믿을 수 있나?’ 나도 믿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갖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냐)”고 사법 불신을 언급했다.

김관기 부협회장은 “물론 대부분 95%, 어쩌면 99%까지도 재판이 잘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건 항상 1~2%의 중요한 것들이다. 이런 재판에서 잘못하면 전체가 오염되는 것”이라며 “우리 재판이 지금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 “판사들이 자기들이 만능이고 전지전능하다고…이거 사법제도 아니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은 “판사들이 자기들이 만능이고 전지전능하다고, 전부 알고 전부 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사법제도가 움직여 가고 있다”며 “이거 사법제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사법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판사는 국민의 이름으로 재판을 하는 것인데, 지금 똑똑하다고 가정되는 (판사) 분들이 교만하게 재판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재판에)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당연히 많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당사자들이 자기가 낼 수 있는 증거를 전부 내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증거를 다 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재판 시스템이다”며 디스커버리제도를 꺼냈다.

김관기 부협회장은 “여기에 중요한 사실 인정과 결정은 국민 사이에서 뽑아진 배심원들이 결정하게 하는 ‘배심제’가 결합될 때 재판은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변협 김관기 부협회장은 “우리는 디스커버리제도도 배심제도 안 하고 있다”며 “왜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 배심제와 디스커버리제도로 가면 형사에서 배심제, 민사에서 배심제 하기 전에 디스커버리제도를 거치면 대부분의 사건은 공판에 가지도 않고 종결된다”며 “오히려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제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그냥 단편적으로 배심제를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디스커버리제도를 하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과거에는 그 말이 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과거에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았고, 판사들이 봤을 때 변호사들의 민사법 실력이 별로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는 안 그렇다”고 반박했다.

그는 “수많은 변호사들이 나와 지속가능성을 걱정할 정도가 됐기 때문에, 얼마든지 디스커버리제도, 배심제도를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그리고 이와 같은 제도가 판사들의 일거리를 많이 줄이게 된다”며 “민사소송 대부분은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종결된다. 이것은 평범한 사건뿐만 아니라 대기업 사이의 지적재산권 소송 등 복잡한 사건에도 미친다”고 말했다.

김관기 부협회장은 “우리나라에 있는 전기자동차 전기배터리 2개 업체가 국내 기업끼리의 분쟁인데, 미국에서 재판을 했다”며 “왜? 디스커버리제도를 이용해서 상대방과 사이에 화해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에서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 유출 의혹 관련 소송을 말한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재판하는데 미국 정부에 돈을 내고 미국 변호사들에게 돈을 갖다 줘야 하느냐”고 따지면서 “(한국) 사법이 후진적이어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김관기 부협회장은 “여기 앉아 있는 변호사조차도 우리나라 사법이 후진적이어서 못 믿겠다고 하는데, 야수적인 심정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사법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판사ㆍ검사 다 때려 죽여야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러니까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그런데 판사ㆍ검사는 청사에서 잘 지켜준다”며 “그런데 경비를 설치할 수 없는 어려운 변호사들이 분노의 방출 대상이 돼 버린 게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의 본질”이라고 봤다.

◆ 울컥한 김관기 “변호사들이 살아남지 못하면 법치국가 존치할 수 없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변협 김관기 부협회장은 순간 울컥한 듯 눈시울이 붉어지며 울먹이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관기 부협회장은 방화테러사건 대책특위 수습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관기 부협회장은 “죄송하다 감정이 북 받쳐서,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로컬(지역) 변호사들이 위기에 있다”고 울먹이면서 “로컬 변호사들이 위기에 처하면 누가 피해를 보느냐”고 반문했다. 결국은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변호사는 대기업과 정부에 맞서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직무를 한다. 그 직무를 혼자서, 둘이서 영세 사무실에서 운영하는 바로 영세한 변호사들이다. 그 변호사들이 살아남지 못하면 법치국가가 존치할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

김관기 부협회장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변호사가 없다. 있어도 정부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경찰에게 끽소리 못하는 기능인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경찰에 맞서, 수사기관에 맞서 대항하고, 검사에게 가서 맞서기도 하고, 판사에게 기피신청도 한다. 아직까지 우리 변호사들이 살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관기 부협회장은 “전체적으로 재판 제도를 개혁해야 할 때다. 그건 헌법상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법원 재판제도 개선 목소리를 높였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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