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교육기관이 학교폭력 가해 중학생에 대해 통학에 왕복 3시간이 걸리는 원거리 학교로의 전학 명령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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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진정인은 “A교육지청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자신의 중학생 자녀(피해자 B)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이라는 이유로, 거주지에서 약 25㎞ 떨어져 등하교에 왕복 약 3시간이 걸리는 학교에 배정함으로써 인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교육지원청교육장은 “전학조치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장이 사안조사를 하고, 심의를 요청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학폭위가 학교폭력의 심각성ㆍ지속성ㆍ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의한 후, 관할 교육장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교육장은 “B는 여러 차례 비행을 일으킨 바 있어 강제전학 조치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이미 경찰서에서 관리 중이어서, B를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생활권이 겹치지 않도록 원거리에 있는 학교로 배정한 행위는 피해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및 가해학생의 선도와 재적응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교육장은 “B를 원거리 학교에 배정한 것은 가해행위에 의한 신체적 고통은 물론, 매우 심각한 심리적ㆍ정서적 정신적 피폐함을 겪고 있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B의 영향권으로부터 차단해 조속한 치유를 돕는 한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보복행위를 예방하고 나아가 B도 새로운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적 취지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교육장은 “B의 물리적인 통학 시간보다는 학교 내에서 직접 교육받는 긴 시간 동안 얼마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인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OO중학교 학교장은 장학사 출신으로 학생 생활지도 및 상담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지녔고, B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이기 때문에 OO중학교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배정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위원장 박찬운)의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B의 폭력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고, 육체적ㆍ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현재까지 학교를 나가지 못하는 상태이므로, B를 강제전학 조치시킴으로써 B와 분리할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에 근거해 제정된 피진정기관 전학업무 처리지침을 살펴보면, 전학이 결정된 학생에 대해 현재 재적하고 있는 학교를 기준으로 동일 학교군 또는 타 학교군 소재 중학교와 직선거리가 2.5㎞ 이상 되는 학교 중에서 분산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최대한도 거리를 두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은 위 지침에 따라 B를 주거지와 OO중학교로부터 약 25㎞ 떨어진 중학교에 배정했을 뿐이고, 최근 4년간 다른 강제전학 학생에 대해서도 같은 지침과 기준을 적용했으므로 문제없다고 주장하나, B가 OO중학교로 등하교하는 데만 매일 왕복 약 3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성장기에 있는 B의 건강권과 학습권이 침해받을 우려를 고려하면 적절한 학교 배정이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은 등교ㆍ하교에 소요되는 시간뿐만 아니라, B의 선도와 재적응에 적합한 학교인지 여부, 당시 강제전학이 가능한 학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OO중학교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는 취지로 항변하나, 행정적 문제와 피해자에 대한 선도 및 적응가능성 등을 고려했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할 때 아동 최선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도한 등교ㆍ하교 시간으로 인해 B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건강권과 학습권을 제약할 수 있는 원거리 학교로의 배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에 A교육지원청교육장에게, B의 학교를 재배정하고,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 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지침을 명확하게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김길환 기자 deskj@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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