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하고자 한 재판은 엄숙하고 권위적인 재판, 추상적 이념이나 어려운 법리를 선언하는 재판이 아니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재판’, 모든 사람들이 한 집안의 소중한 부모나 아들딸임을 명심하고 이들을 정중히 대하고 귀하게 여기는 재판이었다”고 밝혔다.

국회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진영)는 이날 이동원(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후보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했다.

국회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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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후보자는 “27년 동안 짧지 않은 기간 여러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에 매진하면서 저는 법관으로서 어떤 큰 뜻을 이루려 하기 보다는 저의 법정을 찾아온 모든 이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가슴에만 담아둔 채 떠나는 일이 없도록 매일매일 최선을 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27년 동안 사법부 구성원으로 살아온 저 또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법원과 재판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면 그 존재의 근거를 잃게 되는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위기가 우리에게 변화의 힘을 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두발언>

존경하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진영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여러 의정활동으로 바쁘신 중에도 오늘 청문회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고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참으로 부족한 것이 많은 제가 대법관 후보자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 대단히 영예롭게 생각합니다. 한편, 제가 대법관으로서 막중한 직무를 잘 해 낼 수 있을지 중압감과 두려움도 느끼게 됩니다. 방금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께 엄숙하게 선서한 것처럼, 저는 오늘 이곳에서 위원님들의 질문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씀드릴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간략하게 인사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충남 논산이 고향인 부모님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넉넉하지는 않아도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군법무관으로 복무하였고, 1991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된 이래 지난 27년 동안 법관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여러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에 매진하면서 저는 법관으로서 어떤 큰 뜻을 이루려 하기 보다는 저의 법정을 찾아온 모든 이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가슴에만 담아둔 채 떠나는 일이 없도록 매일매일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 하고자 한 재판은 엄숙하고 권위적인 재판, 추상적 이념이나 어려운 법리를 선언하는 재판이 아니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재판’, 모든 사람들이 한 집안의 소중한 부모나 아들딸임을 명심하고 이들을 정중히 대하고 귀하게 여기는 재판이었습니다.

제가 마음속에 가져온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재판’이라는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때로는 어리석음과 조급함으로 잘못된 생각과 판단을 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본의 아니게 마음에 상처를 준 경우 또한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앞으로 어떤 역할과 처지에 놓이든 재판에 임하는 저의 작은 믿음을 올곧이 지켜가고자 합니다.

제가 대법관 후보자로서 이 자리에 선 지금, 우리 사법부에 대하여 주권자인 국민들의 실망과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27년 동안 사법부 구성원으로 살아온 저 또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 법원과 재판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면 그 존재의 근거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의 위기가 우리에게 변화의 힘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 어떤 새로운 제도나 정책보다 매일매일 법정에서 만나는 국민들에게 진실한 이해와 배려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찾는 출발점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진영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수결의 원칙이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로 인하여 사회적 약자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건에서도 절실하게 진실과 정의를 찾는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평범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정의를 찾아주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제가 고등법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많은 절도전과를 가지고 있는 피고인이 휴게소에서 정차 중인 고속버스 여러 대에 들어가 훔칠 물건을 찾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상습절도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맡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과거 자신이 억울하게 처벌받은 다른 절도사건의 진범을 우연히 휴게소에서 발견하고 그를 쫓아서 여러 대의 버스에 따라다니다가 절도범으로 오해를 받은 것이라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변명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의 간곡한 호소를 흘려듣지 않고 필요한 증거를 신청하도록 하였고, 결국 피고인이 지목한 사람을 찾아내 증언을 들어본 끝에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 피고인의 길고 긴 전과기록에 한 줄을 더하는 일은 어쩌면 사소한 일일 수 있고, 그가 어렵사리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하여 갑자기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준 어느 판사를 떠올리면서 세상에 대한 작은 희망이나마 얻었으리라 감히 기대합니다. 제가 선고한 판결 중에는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들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이 무죄판결이 가장 소중한 판결입니다.

이처럼 저는 경중을 가리지 않고 사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판단이 공정성, 보편적 타당성과 정의 관념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성찰해 왔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필수적이라는 믿음에 따라, 국정역사교과서 편찬심의위원 명단과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받아들이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저는 사회적 약자에게도 보편적 정의를 예외 없이 보장하고자 힘썼습니다. 난민심사절차에 있어서의 적법절차원칙을 강조하는 여러 판결을 선고하였고, 노동조합원에 대한 과도한 징계와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전보조치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판결도 선고하였습니다. 재벌기업이 계열사에 관련 영업을 위탁한 것을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여 부당한 지원행위를 한 것이라 인정함으로써 재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는 우리 경제구조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모든 국민에게 공정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제가 오늘의 청문과정을 거쳐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지난 27년 동안 지켜온 법관으로서의 신념과 용기로, 사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책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적 기준과 가치를 제시하며, 서로 대립하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저는 국민을 대표하는 위원님들로부터 과연 저에게 대법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엄정하게 검증받고자 합니다. 위원님들의 당부와 조언, 질책을 통해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족한 부분을 되돌아보고 소중한 말씀들을 가슴 속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오늘 인사청문회를 위하여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주신 존경하는 진영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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