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정수기 제조업체 ‘코웨이’가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 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숨긴 것에 대해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고객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정수기 제조업자인 코웨이와 얼음정수기를 임대차 또는 매매로 사용하고, 코웨이는 정기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코웨이 점검 직원은 2015년 7월 고객의 얼음정수기를 정기 점검하던 중 냉수 탱크에서 은색 금속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회사에 보고했다.

코웨이가 금속 물질이 발견된 얼음정수기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얼음정수기에서 얼음을 냉각하기 위해 사용되는 부품인 증발기의 외부 니켈도금이 박리돼 그 아래 설치돼 있던 냉수 탱크에 니켈도금이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코웨이는 얼음정수기 19대에 대해 자체 검사한 결과, ‘냉수’의 경우 13대에서 니켈성분이 검출되었고, 이중 4대에선 세계보건기구(WHO)의 평생음용권고지 이상의 니켈 성분이 검출됐다.

코웨이는 2015년 8월 니켈성분이 검출된 것에 대한 대책으로 얼음정수기의 필터 교환 및 탱크 청소 서비스 과정에서 고객들이 사용하던 얼음정수기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했다.

그런데 코웨이는 얼음정수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이유에 대해, 전기요금 저감, 내부 위생 강화 등을 내세웠을 뿐,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 박리 현상이 나타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후 코웨이는 2016년 5월 고객들이 사용하던 얼음정수기 중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한 1010대에 대해 자체 수질검사를 했는데, 그중 세계보건기구의 평생음용권고치 이상의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례는 126건이었다.

한편 지상파 방송사는 2016년 7월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부스러기(중금속인 니켈)가 검출되었고, 코웨이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코웨이는 보도에 대해 “▲판매 시기와 상관없이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단종하고, 제품 전량을 회수하며 ▲얼음정수기를 사용한 고객들에게 사용료 전액을 환불하고 ▲얼음정수기를 최신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고객이 해약을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해약할 수 있도록 하며 ▲니켈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확인될 경우 책임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파문이 커지자 민관 합동조사반은 2016년 9월 “이 사건 얼음정수기 중 증발기의 니켈도금이 떨어진 원인은 증발기와 히터 등으로 구성된 냉각구조물의 구조ㆍ제조상 결함 문제로 드러났다. 이 얼음정수기를 계속 사용할 경우 니켈 과민군의 피부염 등 위해 우려가 있으므로, 수거되지 않은 문제 제품을 가진 소비자들은 사용을 중단할 것을 당부한다”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결함 등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코웨이는 이 얼음정수기 중 96%를 회수하는 조치를 했고, 2016년 9월 30일에는 “이 얼음정수기 사용기간을 고려하면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이지만, 민관 합동조사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고객 안내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후 얼음정수기 고객 899명은 코웨이의 소비자에 대한 고지 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1인당 3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년 4월 코웨이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고객들에게 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

이에 고객 233명이 항소했고,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이숙연 부장판사)는 2020년 5월 코웨이의 책임을 인정하며 고객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고객과 코웨이 계약의 약관이나 품질보증서 등의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원고들은 얼음정수기에서 단순히 법령상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의 물을 제공받는 것을 넘어 건강을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확보된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것을 기대하고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계약으로 얼음정수기의 임대나 매매와 함께 품질관리 등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얼음정수기에서 제공되는 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더해 중금속인 니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정이나 중금속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원고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얼음정수기 내부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조치를 했으면서도 원고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는 피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해 원고들은 이 사건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에 중금속인 니켈성분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알지 못한 채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을 마셨다”며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원고들이 그러한 가능성을 알았더라면 이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을 별도의 조치 없이 마시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들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관해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했다”며 “이러한 선택권의 침해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음이 인정되고 위자료 액수는 각 100만 원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이에 코웨이에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5월 26일 코웨이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코웨이는 고객들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고는 227명.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이유를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고지의무 위반, 정신적 손해의 발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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