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산후우울증에 갓난아기 아동학대치사 21세 엄마 보듬은 판결
대전고법, 산후우울증에 갓난아기 아동학대치사 21세 엄마 보듬은 판결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2.06.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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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21세에 아기를 출산해 홀로 양육하며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걸려 아기를 사망에 이르게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 판결로 자책하는 젊은 엄마를 보듬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 내내 피고인의 안타까운 사정을 살피며 우리 사회안전망을 지적하기도 했다.

A씨는 아이를 학대하다가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대전지방법원은 2021년 10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반면 검사는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전고등법원(대전고법), 대전지방법원(대전지법)

항소심인 대전고등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정재오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7일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감형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 그리고 양형참작 사유 등 종합적으로 살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출산한 피해자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ㆍ양육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1개월에 불과한 피해자의 뒤통수 부위를 때리고, 머리를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의 몸통을 잡아 앞뒤로 흔들고, 피해자를 침대 매트리스 위로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폭행 및 학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지주막하출혈 등 심각한 두부 손상을 입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됨으로써 결국 사망했다”며 “사람의 생명은 한 번 침해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가장 존엄하고 근본적인 가치이자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최고의 법익이고, 갓 태어난 아기의 생명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이와 같이 절대적이고 소중한 가치와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불리한 정상뿐만 아니라 피고인을 위해 다른 사정들도 함께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고등학교 2학년을 자퇴한 후 식당 아르바이트, 택배 작업 등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돕다가 2020년 3월 현재의 배우자를 만나 연애 및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2020년 6월 아기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는데, 당시 A씨의 나이는 만

19세에 불과했다. 이에 A씨의 모친 등 주변 사람들은 A씨가 아직 어리고 경제적 형편도 좋지 않은 것을 우려하면서 출산을 만류했으나, A씨는 피해자를 임신한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출산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피고인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피해자에 대해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출산을 맞이했다”며 “피해자를 출산할 당시 피고인의 나이는 만 20세에 불과해 정신적ㆍ사회적으로 미성숙했고, 오히려 피고인 자신이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고 봤다.

A씨는 제왕절개로 피해자를 출산했는데, 열악한 가정형편으로 인해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5일가량 친정에서 도움을 받은 것 외에는 양가의 부모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도 못했다.

피고인의 배우자는 생계유지를 위해 택배작업을 했는데, 주 6일 동안 오후 4시경 출근해 다음날 오전 9시경 퇴근한 다음 잠을 자고 다시 출근하기를 반복했다.

재판부는 “결국 육아에 대한 부담은 온전히 피고인의 몫이 돼 피고인은 좁은 원룸에서 하루 종일 피해자를 돌보게 됐다”며 “피고인은 임신 중에 이미 우울증을 겪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육아로 인해 몸과 마음이 점차 피폐해지자 출산을 후회하면서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외로움, 우울, 자살 충동을 느끼는 등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배우자에게 육아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으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배우자는 피고인을 달래기만 할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배우자나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출산 및 수술로 인해 허약해진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피해자를 돌보다가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빠지게 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에 주로 발병하는 정신질환으로, 산모의 10~20% 정도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산후우울증의 의심 증상으로는 아기에 대한 죄책감, 양육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 아기에 대한 관심 상실, 아기에게 적대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 산모 자신이나 아기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은 두려움 등을 들 수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산후우울증은 일반우울증보다 혼란스러움, 불안,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산모의 자살이나 영아 살해와 같은 극단적이고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피고인은 임신 중에 겪었던 우울증이 출산 직후 더욱 악화돼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빠졌고,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혼자 피해자를 돌보던 중 이성을 잃은 나머지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제 우리나라에서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행복의 충분한 원천이 되지는 못할망정, 또 다른 고통이나 불행의 씨앗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헌법 제36조 제2항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고, 이에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산모나 신생아의 지원을 위해 여러 제도(도우미 지원, 건강관리지원 등)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주로 미혼모를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피고인의 경우와 같이 혼인했으나 경제적 형편이 매우 어려운 임산부를 지원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많이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지원 부족과 불균형은 국가의 한정된 재원을 고려하더라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며 “그런데 그런 제도마저도 홍보 부족 등으로 피고인과 배우자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러한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70만 원이라는, 피고인의 경제적 형편에 비추어 매우 큰 금액의 자기부담금을 내야 해서 그 혜택을 누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전고법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 혼자서 육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저질러진 범행의 결과를 놓고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피고인의 학생시절 생활기록부에 따르면, 피고인은 마음이 착하고, 친구 관계가 원만하며, 규칙을 잘 지키고, 내성적이지만 조용한 모습으로 솔선수범하며,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어려운 친구를 돕는 등 배려심 많고 의리 있는 학생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은 부친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지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식당 아르바이트, 택배 작업 등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돕는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살폈다.

이에 재판부는 “출산 직후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겪던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일 뿐, 그 외에 피고인이 평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폭력적이거나 가학적인 행동을 반복했다거나, 범행이 그러한 성향의 발현이라고 볼 만한 정황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구속 수감돼 생활하면서 피해자를 진정으로 그리워하고 있다”며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의 걱정과 위로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된 충동으로 누구보다도 소중한 피해자를 잃게 된 것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고통과 죄책감 속에 괴로워하고 있고, 그러한 고통과 죄책감으로 인해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 진단을 받아 약물까지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은 죗값을 치른 후 출소하게 되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나서 사후에라도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이처럼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면서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비롯해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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