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진선미ㆍ오기형ㆍ이용우 국회의원,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는 14일 국회의원 제1세미나실에서 <잇따른 역외펀드 부실 사태, 왜 발생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내 대형금융기관들이 역외펀드를 금융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약탈적 금융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규제ㆍ감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금융정의연대

주최측은 “2016년 자본시장법 개정과 규제 완화 이후 무분별한 사모펀드 불완전ㆍ사기 판매로 인해 수천명의 금융소비자가 평생을 일구어 모은 노후자금 등을 잃어버렸는데,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독일헤리티지, 미국디스커버리 등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모펀드 중에 상당수는 역외펀드들”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피해자단체들은 “은행 등 대형판매채널이 이들 펀드들을 국내에 도입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펀드가 제대로 된 자산에 투자되고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실을 방치하고 조장한 책임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대형금융기관들이 역외펀드를 들여와 판매할 때 이를 철저히 점검하도록 감독하는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했고, 분쟁 조정 단계에서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우선사항으로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이상훈 변호사의 발제를 서두로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의 발생원인과 문제점,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 대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장,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 역시 토론자로 참여해 역외펀드 부실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감독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회에는 이탈리아헬스케어피해자연대, 독일헤리티지피해자연대, 기업은행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서도 참석해 피해사례를 발표함으로써 역외펀드 규제ㆍ감독과 피해 양상에 걸맞는 분쟁조정위 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보탰다.

사진=금융정의연대

발제자로 나온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역외펀드 부실 피해는, 해외대체 투자상품의 특성상 운영현황 파악과 사후관리가 어려워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한데다가, 해외펀드 등록의무 등 최소한의 규제마저 회피하는 재간접펀드ㆍ파생결합증권(DLS) 판매 방식이 부실 판매 위험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훈 변호사는 “투자대상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이기 때문에 미래 유동성 및 수익성에 대한 엄밀한 심사와 법률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나 이를 소홀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 운용사 제공 자료를 검토한 것으로 현지 실사를 대체하거나 판매사 직원의 관광ㆍ여행 기회로 악용하기도 한다”고 짚었다.

이상훈 변호사는 “해외대체투자는 2021년 기준 110조원까지 증가했는데, 이중 절반 정도는 부실화 가능성이 높으면서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운 고위험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금액)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흑자 기조의 지속으로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완화 및 내국인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이 추진됐으며, 원화 강세 압력 완화를 위한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는 해외투자 증가를 이끌었으나 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피해 문제는 등한시되면서 부실 판매사건에 대한 피해 구제는 미흡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변호사는 “새 정부가 규제완화를 일성으로 주창하는 분위기 속에서 금융 역시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판매 시 위험경고, 조언 의무 등 금융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들이 후퇴되어서는 안 되며, 지금까지 역외펀드 부실판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유사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소비자보호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훈 변호사는 “따라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의 독립성 제고’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독립시켜야 하고,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변호사는 또한 “증거개시절차의 부재로 증거 평등의 원칙이 구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금융소비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따라서 역외펀드 상품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가기관이 기본적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해야 실효성이 있는 피해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변호사는 “국가의 전담기구가 지속적으로 조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사자료를 축적해 감독행정의 전문성을 구축해야 하고, 미국, 유럽, 중국 등 외국 금융감독 당국과 조사공조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상훈 변호사는 “이에 더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독일헤리티지펀드 등 역외펀드 부실 판매 사건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전액배상을 결정해서 책임을 가해야 펀드의 불완전 판매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는 토론자로 나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사건에서 결국 역외 재간접펀드에 대한 금융기관의 검토 및 심사기능은 사실상 부재했거나 자체적으로 무력했으며, 금융기관의 규제ㆍ관리감독의 부재 역시 문제였다”고 봤다.

신장식 변호사는 “조사ㆍ수사과정에서 국제적 공조 체계는 물론 국내 수사기관 간 공조체계 역시 부실했던 점,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해결 의지 부족 역시 드러났으며, 투자자들은 제한된 정보 하에서 자구적ㆍ법률적 대응에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장은 토론자로 나와 “정부가 금융산업에 대해 지속적 규제완화를 시도한 가운데, 금융기관 등에 대한 강력한 책임부과와 소비자 보호 및 피해구제 위한 법제도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평량 소장은 “금감원의 독립성과 자율성, 투명성 내부규율 강화를 통해 금융기관의 건전성ㆍ불법행위 규제, 소비자보호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감독기구의 인력 충원과 처리의 신속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봤다.

위평량 소장은 “소비자구제와 피해 사전 방지 차원에서 모든 법제에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부당수익환수제도 등이 도입되어야 하며, 민사소송 일반에 증거개시절차(디스커버리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자로 나온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지난 정부에서 금융당국과 국회는 자본시장법령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 관련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했으며, 특히 판매ㆍ수탁사를 통한 상호감시를 강화해 운용사에 의한 부실 운용을 막으려 했다”며 “이러한 조치는 마땅히 필요하고, 실효성도 클 수 있다고 기대되나, 판매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없이 감독과 상호감시를 통해 부실을 모두 막을 수는 없으며, 법령상 정해진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음을 소명할 시 오히려 책임 회피 면제부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종화 정책위원은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진입장벽을 크게 강화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피해구제 장벽을 정책적으로 낮추고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세우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노종화 정책위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독일헤리티지펀드 관련 분쟁 조정 시 피해 규모나 파급력 등 부차적 요소보다는 착오 계약취소 관련 법리와 그러한 계약취소 결정이 이루어진 기존 사건과의 형평성, 일관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는 “금융기업이 일반 재벌 기업만도 못한 윤리 의식과 책임감을 갖게 된 이면에는 금융 지주사들이 ‘주인 없는 회사’와 ‘황제 경영’이 공존하는 기형적인 지배 구조를 가진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대양 기자는 “한번 들어앉은 경영자는 이른바 ‘셀프 연임’을 이어가고 있고, 금융노동자들 역시 실력보다 관계에 좌우되는 인사시스템에 대해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양 기자는 “집단소송, 증거개시,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제도적 장치 도입이 시급히 검토되어야 하며, 만약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도입이 고려된다면 조사-징계 권한까지 가져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오대양 기자는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분쟁에 대해 기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지만, 일부 금융사들이 기관의 결정에 불응하고 대형 로펌을 앞세워 재판에 나서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해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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