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코로나 백신 확보나, 반도체 투자에 대한 결단 등에 이재용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의 진단이다.

여권 주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취업제한’ 규정 적용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면 혜택을 받을 경우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펴낸 <재벌 공화국>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펴낸 '재벌 공화국'

그런데, 박상인 교수가 최근 펴낸 <재벌 공화국>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특혜와 사면에 대해 정밀하게 살펴봐 눈길을 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사면’ 논란은 1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당시 사면이 불발되자 ‘가석방’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이번에 다시 ‘사면’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사면대상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될 지 주목된다.

박상인 교수의 책은 법원 형량에서 사법 특혜, 이어진 법무부의 가석방 특혜 그리고 대통령의 사면 특혜를 짚었는데, 재벌공화국의 상징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국가로부터 특혜 ‘3관왕’의 은전을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법 특혜의 많은 예가 삼성 재벌 총수 일가와 관련된 것이지만, 사법 특혜가 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며 “삼성 이외의 재벌 총수들에게도, 무슨 범죄를 저질러도 3년 징역형에 5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3-5 법칙’이 대체로 지켜져 왔다”고 법원을 직격했다.

박상인 교수는 “재벌과 총수 일가에 ‘3-5 법칙’이 적용되고 곧이어 ‘사면’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재벌과 총수 일가가 대한 언론과 여론주도층의 적극적 비호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법원 깃발

박상인 교수는 “<뉴스타파>가 2018년 4월 공개한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문자 메시지에는 국회의원, 전직 장관, 관료, 법조인, 언론인, 교수 등 우리 사회의 이른바 여론주도층 인사들이 등장했다”며 “이 문자에는 인사청탁, 협찬 요청, 선물 보내기 등의 정황이 포함돼 있었는데,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런 여론주도층 인사들을 관리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박상인 교수는 “삼성 재벌의 여론주도층에 대한 영향력은 이재용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직후부터 재계 인사를 비롯해 종교인, 정치인, 자치단체장 등 각계각층에서 제기된 사면 요구와 언론의 여론몰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실 뇌물을 수수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로 인해 15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해 보면, 회삿돈을 횡령해 뇌물을 준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이 고작 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 자체가 엄청난 사법 특혜였다”고 비판했다.

이지우 참여연대 간사,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남주 변호사(민변),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공인회계사),
이지우 참여연대 간사,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남주 변호사(민변),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공인회계사),

박상인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질문하는 기자들 Q> 제작진이 2021년 4월 14일부터 5월 12일까지 네이버와 기사검색제휴를 맺고 있는 9개 일간지와 4개 경제지의 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 달 사이에 발행된 기사 중에 ‘이재용’, ‘사면’이라는 두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는 540건에 달했다.

또한 이재용 사면을 직접적인 주제로 한 기사도 300건에 이르렀다. 해당 기간 동안에 13개 매체에서 모두 23건의 오피니언 기사가 나왔고, 이 중에서 이재용 사면에 찬성하는 내용의 기사는 모두 14건, 반대하는 내용의 기사는 겨우 5건이었다고 한다.

당시 삼성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한 찬성 응답비율은 상당히 높게 나타났는데, 2021년 4월 21일 <데일리안>이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70%, 반대가 26%로 나타났고, 5월 13일 <매일경제>와 <MBN>이 공동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66.7%, 반대 27.1%로 조사됐다.

박상인 교수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사면 촉구 여론몰이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며 “이재용 사면의 사회적 편익과 비용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거의 일방적인 언론의 찬성 캠페인에 노출된 일반인에게 단일 문항으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볼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박상인 교수는 “그러나 이런 여론몰이는 중대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조금씩 바꾸는 계기로 작동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이재용과 관련해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높여 갈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충분히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고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또 2021년 6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4대 그룹 총수 간 회동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문제가 다시 거론됐었는데, 문 대통령은 그룹 총수들이 이재용 사면을 건의하자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그러나 이재용 사면에 대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반대와 대선공약 파기라는 부담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는 가석방 심사 기준을 완화해 조기에 이재용을 석방하는 꼼수를 플랜B로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가석방 형기 심사 기준을 낮춰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으로 일찍 내보내는 것이다.

실제로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2021년 5월 11일 가석방 심사 기준을 현행 보다 5% 정도 완화해 복역률을 60~65%로 낮추는 방안을 결재했다고 밝혔다.

박상인 교수는 “법령상 가석방 기준은 형기의 3분의 1만 채우면 가석방 대상이 되지만, 법무부는 예규를 통해 실제로 80% 이상 복역해야 가석방을 허가해 왔다”며 “그러나 가석방 형기 심사 기준을 60%로 낮춤으로써 이재용이 2021년 8월 광복절에 가석방으로 풀려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2년 8월 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여권 주변에서 사면이 언급되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특히 “이재용 사면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코로나 백신 확보나 반도체 투자에 대한 결단 등에 이재용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며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고 일축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에서 밝힌 투자 계획 상황을 짚었다.

2021년 5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고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 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 행사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패스, 리벨리온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간 총 510조 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021년 5월 하순 대통령 방미 기간에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구축에 총 17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실리콘 밸리에 AI(인공지능),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백신 개발사 모더나와 mRNA 백신 원액을 들여와 송도 공장에서 병에 주입한 뒤 밀봉하는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박상인 교수는 “이재용이 투옥된 상황에서도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와 백신 위탁 생산 계약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제시했다.

삼성전자

이와 함께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이 2021년 6월 21일 법무부로부터 받은 ‘이재용 부회장 접견 기록’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재구속된 2021년 1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143일간 서울구치소에서 외부인을 총 183회 접견했다.

변호인 접견이 166회로 가장 많았고, 일반 접견은 17회였다. 변호인 접견은 일평균 1.16회로, 사실상 하루에 한 번꼴로 변호인을 만난 것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 처음 구속됐던 353일 동안 변호인을 일평균 1.24회 만난 것과 유사한 빈도다.

이에 대해 삼성 특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준비를 위한 접견”이라며 “회사 경영 활동과는 관련 없다”고 밝혔다.

박상인 교수는 “그런데 이재용은 특경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취업이 제한된 상태이므로, 변호인을 통해 삼성 경영에 개입했다면 불법 행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실 법무부가 이재용의 형이 최종 확정된 지 3주 만에 이재용에게 그가 취업제한 대상자라는 사실과 취업승인 신청 절차 등을 통보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곤한 법률(특경가법) 재14조(일정 기간의 취업제한 등)에는 5억 원 이상 횡령ㆍ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집행유예를 받았을 때도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이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다만 취업제한 통보 후 법무부에 취업승인 신청을 하면, 법무부장관 자문 기구인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가’가 회의를 열어 심의하고, 이를 법무부장관이 최종 승인할 수 있다.

발언하는 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발언하는 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재용이 옥중 경영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준비를 위해 매일 변호인을 접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사면이나 가석방을 받아도 진행 중인 재판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음을 고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아니면 실제로는 옥중 경영을 했으나, 이것이 불법이므로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상인 교수는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적 특혜의 논거는 항상 ‘경제 살리기’였으며, 사면된 재벌 총수들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고 투자를 늘리겠다고 맹세해 왔다”며 “그런데 과연 재벌 총수들의 사면 이후에 해당 재벌 기업들이 더 좋은 성과를 냈고, 한국 경제는 살아났는가?”라고 물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재벌이나 보수 언론에서 실제로 재벌 총수의 사면이 한국 경제에 미친 효과에 대한 어떤 실증적 근거를 제시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교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되기 전인 2013년 6월 28일 CJ제일제당 종가는 25만 9500원, 구속 당일 종가는 25만 5000원, 다음날에는 27만 원으로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3년 1월 31일 횡령 혐의로 구속됐을 때도,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고 짚었다.

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교수는 “그런데 2017년 초에 이재용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특검에 의해 청구됐을 때, 이재용이 구속되면 삼성이 흔들리고, 삼성이 흔들리면 대한민국에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을 부치기는 기사들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박상인 교수는 “그러나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한 특수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연일 상승했으며, 2017년 11월 16일 기준으로 삼성그룹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8.85%에 달했다”고 제시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럼에도, 결국 가석방 삼사위원회의 추천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승인으로 이재용은 2021년 8월 13일 형기의 60%를 채운 상태에서 가석방됐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015년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재벌 가석방 문제에 대한, 당시 문재인 국회의원의 발언을 상기시켰다.

“재벌 대기업의 총수나 임원들은 그동안 국가 경제에 기여해 온 공로나 앞으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때문에 이미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부터 엄청난 고려를 받고 있고, 국민들이 볼 때는 특혜를 받고 있다. 이미 형량에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 특혜까지 받는다면 그것은 경제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경제 정의라는 관점에서 더 분명한 원칙이나 기준들을 세워야 경제 정의가 살면서 기업도 발전하고 국민들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는 지난 4월 27일 “삼성 이재용, 롯데 신동빈 특별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 전부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가석방 특혜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재용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한다면, 결국 우리 사회에서 삼성의 지위가 ‘법 위에 삼성’이라는 개탄스러운 현실을 상기시켜줄 뿐”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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