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친구에게 다른 친구의 부모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한 고등학생에게 이뤄진 서면사과 조치 처분에 대해 법원은 학교폭력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위법한 처분으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A군은 2021년 6월 학교 기숙사 자습실에서 같은 반 친구 B군에게 C군 어머니에 대한 험담을 했다. B군은 이틀 뒤 A군의 말을 C군에게 전달했다.

이에 C군은 A군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관할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2021년 7월 A군이 C군의 어머니에 대한 욕을 하고, B군이 그 욕을 C군에게 전달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봐,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A군의 피해학생(C)에 대한 서면사과’를 의결 조치했다.

A군은 경북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행정심판위는 2021년 10월 기각 재결했다.

A군은 “피해학생(C)이 없는 장소에서 B와 대화를 하던 중 발언(험담)을 하게 된 것이고, 공연성이 없고 직접적으로 피해학생에 대한 정신적ㆍ재산적 피해를 가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며, 사후적으로 대화내용이 피해학생에게 유출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군은 “설령 내 발언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의 경우 및 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차경환 부장판사)는 최근 A군이 관할 교육청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한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가 B에게 피해학생의 어머니에 관한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비록 피해학생이 없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일지라도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에 해당하기는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둘만의 대화과정에서 이루어진 발언으로 원고가 처음에는 말하기를 주저했으나 B의 계속되는 권유와 비밀보장을 믿고서 발언하게 된 점, 원고와 B가 친한 동급생 친구였고 SNS나 메신저 등 전파성이 높은 통신수단을 매개로 한 행위가 아닌 점, 원고로서는 B의 비밀보장 약속을 믿은 만큼 자신이 한 발언이 피해학생에게 전달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짚었다.

실제로 인정사실에 따르면 A는 B와 잡담을 하던 중 “C에 대해 생각난 드립이 하나 있는데, 말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B가 뭔지 물었고, A는 “이거 진짜 말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B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에 A가 피해학생(C)의 어머니와 관련된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당시 위 발언이 피해학생에게 전달될 것을 예상했다거나 피해학생에게 전달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의 위 발언에 전파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발언은 피해학생에게 직접 심리적ㆍ정신적 피해를 가하기 위한 공격이 아니었고, 오히려 위 발언이 피해학생에게 도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친구 사이의 비밀스러운 대화 도중 이루어진 것”이라며 “원고의 발언이 피해학생과 관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피해학생에게 도달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피해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줄 의도로 한 가해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