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문이 없고 진입로 입구에 초인종도 없는 집에 진입로를 통해 마당을 가로질러 들어갔다가, 사람을 불러봤는데 거주자가 현관문을 열어줘 집안으로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2월 오후 1시경 서귀포시 같은 동네에 있는 B씨의 집 앞에서 허락을 받지 않고 대문이 없는 진입로를 통해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자신의 집 공사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B씨에게 지불한 공사비 중 일부를 변제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 찾아갔고, B씨에게 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화가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 혐의도 받았다.

1심인 제주지법은 2021년 9월 A씨의 주거침입, 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은 대문이 따로 없고, 진입로 초입부이나 집 현관에도 초인종이 없는 형태이며,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며 사람이 있는지 불러봤는데 그때 피해자의 배우자가 현관문을 열어줘 문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며 “따라서 피해자의 명시적ㆍ묵시적 의사에 반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했다.

법원

항소심인 제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는 최근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의 공소사실 중 주거침입죄는 무죄로 판단하고, 폭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피고인이 피해자 주거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피해자의 주거를 침입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집으로 이어지는 진입로 및 마당은 시멘트가 깔려있고 그와 연결된 도로는 아스팔트로 돼 있을 뿐, 그 경계에 담, 연석, 출입을 차단하는 시설 등이 없고, 통상의 보행으로 진입로 및 마당을 쉽사리 넘을 수 있다”며 “또한 진입로 입구에는 초인종이 없고 현관까지의 거리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에 피고인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걸어서 진입로를 거쳐 마당에 이르렀고 거기서 피해자를 불렀다. 그러자 피해자의 처가 현관문을 열어줬고, 피고인은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가 피해자를 대면했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나 그의 처가 피고인을 제지했다거나, 피고인이 이를 무시하거나 밀치고 들어갔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주거침입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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